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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라반 Aug 01. 2017

라이프 사진전

재즈에 틀린 음은 없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라이프(LIFE 잡지) 사진전을 봤다. 인터넷이나 티비 혹은 책에서 마주칠만한 사진들이 있었다.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었던 슈바이처, 아인슈타인, 마틴 루터 킹, 트루먼, 케네디, 처칠, 드골, 무하마드 알리, 김구 등을 찍은 사진들이었다.


1. 라이프 사진전에서 재즈 연주를 찍은 사진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그 사진을 구할 수 없어서 그냥 '재즈' 사진을 썼다. 위 사진은 라이프 사진전과 관련 없다.


"재즈에 틀린 음은 없어, 다음에 올 음이 무엇인가가 중요하지"


재즈에서는 전에 틀린 음을 냈어도, 뒤따르는 음이 무언가에 따라 멋진 곡이 될 수도,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다. '네가 어제 한 실수는 틀린 게 아니야, 어제는 네가 오늘 무엇을 할지에 따라 삑사리일 수도 있고, 기교가 될 수도 있어'라고 그 사진은 나를 위로했다.


2. 사진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뭘까? 카메라의 가격? 빛 조절? 구도? 대상? 라이프 사진전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사진은 모두 흑백이며 어떤 사진은 심하게 흔들렸다. 그런데도 사진 하나하나는 보는 사람을 잡아 쉽게 놔주지 않았다. 사진은 인물이 가진 고뇌를, 세상이 마주친 재앙을 꼭 안고 있었다.


내 카메라가 라이카가 아니라며 탓하던 나는 부끄러웠다.


3. 당시 라이프 사진기자라면 사진에서 최고봉이었다. 라이프는 취재를 위해서라면 기자들에게 아낌없이 지원했다. 기자들은 스스로 라이프라는 것을 떳떳하게 여겼다. 취재를 위해서라면 세계대전이든 한국전쟁이든 뛰어들어 아군과 적군의 총알 가운데에서 셔터를 눌렀다.


세상은 점점 빨라졌다. 사진이 아니라 동영상을 실시간에 가깝게 보여주는 티비라는 매체를 라이프는 이길 수 없었다. 라이프는 문을 닫는다.


1900년대 초중반 라이프 기자는 최고 전문가이며 지식인이며 예술가였다. 그런 그들도 시대의 변화를 거스를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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