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당>, 레이먼드 카버, 문학동네, 2014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소설 '열'에서 주인공 칼라일은 미술 선생님이다. 학생들에게 수채화를 가르치는 장면에서 나오는 대목이다.
그는 학생들의 손을 이끌며 "이렇게, 이렇게"라고 말했다. "섬세하게. 종이에다가 입김을 불듯이. 살짝 닿게만 … 암시가 가장 중요한 거야. … 의도가 보이면 그건 그림을 잘못 그린 거야. 알겠니?" -237쪽 <대성당>에서 '열'
레이먼드 카버는 섬세하게, 종이에다 입김을 불듯이, 살짝 닿게만 소설을 쓴다. 대놓고 드러내지 않고 암시한다.
"그리고 잊지 마세요. 모든 게 끝난 뒤에도 두 사람은 아무 문제가 없을 거라는 걸." -293쪽 <대성당>에서 '열'
카버는 읽는 사람을 괴롭히면서 이야기를 끌고 간다. 독자는 답답하다. 주인공과 독자는 함께 짜증낸다. 그러더니 조용히 들어주는 사람을 만난다. 주인공과 독자는 그에게 자기 이야기를 꺼낸다. 그는 묵묵히 들어주고 주인공과 독자는 위로받는다.
함께 있다는 것, 내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것.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그런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