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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라반 Aug 05. 2017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몸이 스타를 기억한다

나는 중학생 때부터 스타크래프트(이하 스타)라는 게임을 좋아했다. 매일 학교가 끝나면 집에서 종일 스타를 했다. 방학 때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거실에 있던 컴퓨터 앞에 앉았다. 프로게이머의 리플레이(한 게임을 녹화한 것)를 보고 게임운영을 익히고, 유닛 컨트롤을 연습했다. 학교 대회에서 순위권을 다퉜다.


내가 느끼기에 스타는 입시의 축소판이었다. 명문클랜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었다. 첫째는 그 클랜 테스터(시험관)와 게임을 해서 이기는 것이었다. 테스터는 명문클랜에서도 실력자였기 때문에, 그를 이기기는 쉽지 않았다. 둘째는 노력과 정성, 즉 시간을 들이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일주일에 100시간을 게임에 접속해 있는 식이었다. 명문클랜에 들기 위해서 열심히 연습하는 사람들도 있고, 노력과 정성으로 가입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 모습은 전국 고등학생들이 특정 대학을 향해 공부하는 모습과 닮았다. 수능에 자신 있는 학생은 정시로 들어가고, 그보다 내신이 나은 학생은 수시를 노리는 모습이 그대로다. 둘 다 자기가 하고 있는 게 점점 싫어지는 것도 똑같았다.


내가 느끼기에 스타는 바둑과 비슷했다. 내가 바둑을 모르니 적절한 비유일지 모르겠지만, 치열하게 수 싸움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내가 이런 전략을 가져왔을 때, 상대가 어떻게 대처할지, 그러면 나는 또 어떻게 움직일지, 고민해야 했다. 어떤 건물을 보여주거나 말거나 하는 심리전도 있고, 상대의 움직임을 보고 무슨 전략인지 예측해야 했다.


고등학생이 되고 게임할 여력이 없었다. 자연스레 스타와는 멀어졌다. 그렇게 잊고 있던 스타가 다시 돌아왔다.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라는 버전으로 그래픽이 향상됐다. 마린의 총이 더 화려하고, 히드라는 덩치가 커졌다. 질럿이 죽는 모습은 아름답게 변했다.


오랜만에 스타크래프트를 했다. 많이 잊었지만, 서서히 느껴진다. 몸이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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