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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라반 Aug 06. 2017

수강신청

여덟 번째 수강신청을 앞두고

세상 일이 거의 한번 두 번이 어렵지 하다 보면 익숙해진다고 한다. 물론 예외도 있다. 여덟 번을 해도 익숙하지 않고 할 때마다 신경 쓰이고 어려운 수강신청이다. 내일, 여덟 번째 수강신청을 앞두고 있다.


미리 수강신청 과목을 정할 때면, 내가 지금까지 전공을 몇 학점 채웠고 이중전공과 교양은 얼마나 남았는지 꼼꼼히 확인한다. 전공과 교양을 다 들었으니 이중전공 18학점만 채우면 되겠다, 하는 계산을 하기 위해서다. 학점을 계산하는 동시에, 과거에 내가 수강했던 과목과 점수를 복기한다. '내가 이런 과목을 들었다고? 게다가 이 점수라고?' 내 일학년과 이학년을 처참히 반성하는 시간을 갖는다.


강의 시간표를 짤 때, 처음에는 교수와 과목 그리고 강의계획서를 보고 고른다. 팀플 발표가 있는 강의는 걸러야 한다. 원어강의도 부담된다. 깐깐한 교수를 피한다. 그렇게 남은 과목들은 하나같이 시간이 겹치게 된다. 결국 교수나 강의계획서와 상관없이, 다른 과목과 겹치지만 않는다면 모두 시간표에 쑤셔 넣는다.


그렇게 만든 플랜A는 막상 내일이면 무너지기 쉽다. 원어강의와 팀플을 빼고 교수를 거르고 난 강의는, 대개 다른 학생들도 눈독 들이고 있다. 그들은 항상 나보다 빨리 그 수업을 잡는다. 결국 나는 생각지도 못한 강의를 주섬주섬 줍는다. 꿈에도 없던 시간표를 들고 학교를 다닌다. 지금까지 일곱 번의 수강신청과 대학생활이 그랬다.


일학년때, 아니 이학년 때까지도 여덟 번째 수강신청이 마지막일 줄 알았다. 삼학년이 되고 슬슬 느낌이 왔다, '어, 8학기로 안 되겠는데?' 이제 명확해졌다. 나는 아홉 번째 수강신청도 할 것이다.


2018년도에도 나는 오학년으로서 학교를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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