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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라반 Aug 14. 2017

다치지 않게 넘어지기

유도

유도를 잠깐 배웠었다. 배웠다고 말하기도 민망하다. 7개월쯤 도장을 다녔다. 고등부와 성인부가 합쳐진 수업을 들었다. 직장인 한두 명에 대학생은 나밖에 없었다. 고등학생이 20명 정도 있었고 중학생 한두 명 그리고 초등학생 6학년도 하나 있었다. 낙법과 누르기, 엎어치기를 배웠다.


'육군 병장 만기로 제대했는데, 설마 얘네한테 안 되겠어?'하는 마음으로 상대의 깃을 잡았다. 정신을 차리자 바닥에서 상대에게 짓눌려있었다. 상대의 다리를 두드리며 '항복'했다. 한동안 이리 던져지고 저리 던져지고 팔도 꺾이고 목도 졸리고 몸에 짓눌렸다. 초등학교 6학년에게 목이 졸려 항복했다.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은 나를 매정하게 메쳤다. 나는 이리저리 굴러다녔다.


한 번은 왼쪽 어깨를 다쳤다. 누르는 기술을 연습하던 중이었다. 상대는 나를 눕히려 했고 나는 넘어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바닥을 팔꿈치로 지탱하며 억지로 버텼다. 그러다가 팔꿈치가 밀리면서 어깨를 다쳤다.


누르기를 연습할 때, 모든 사람이 넘어지지 않으려고 하지 않는다. 누워서도 충분히 상대를 제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누워서 다음 기술을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상대는 내가 다치지 않게 눕도록 했다. 나는 실력은 안되면서 억지로 버티다가 험한 꼴을 당한 것이다.


유도 사부님은 이렇게 말했다. "유도에서 힘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 유도는 유연해야 해." 상대가 큰 기술을 걸어오면, 자연스럽게 넘어지는 것도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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