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16일, 나는 세월호와 멀리 떨어져 있었다. 나는 철원 GOP(남방한계선 철책선에서 24시간 경계근무를 하며 적의 기습에 대비하는 소대단위 초소)에서 군 복무를 하고 있었다. 오전 근무를 마치고 점심식사를 위해 부대로 내려왔을 때, 처음 사고 소식을 접했다.
TV 채널들은 모두 같은 모습을 비췄다. 배가 가라앉고 있었다. 그래도 학생 전원을 구조했다고 했다. “야, 지금이 2014년이고 우리가 어디 못 사는 나라도 아닌데 배가 침몰해서 사람이 죽는 게 말이 되냐?”라고 나는 말했다. 저녁 뉴스는 점심과 딴판이었다. 배는 바닷속으로 더 깊게 들어갔다. 뉴스는 축구 점수를 기록하듯 사망자, 생존자의 수를 셌다. 골이 번복되기 일쑤였다.
그렇게 똑똑하고 잘나고 힘 있고 나서길 좋아하고 목소리 큰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대통령, 국회의원, 판사, 검사, 의사, 교수, 경찰, 군대, 기자. 자기 잘난 맛에 살던 사람들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눈 앞에 사람이 탄 배가 침몰하는데, 아무도 무엇도 하지 않았다. 3년 전 여기서 그랬다.
<정의를 부탁해>(권석천)의 첫 장 '세월호 이후의 세상'을 읽고, 그 때가 생각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