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적으로 요리하고 철학적으로 먹기 - 우봉 스님 3편
그 무엇이든 과하면 도리어 해가 된다. 그 법칙은 음식에서도 마찬가지다. 일단 이것저것 과하게 첨가한 양념일수록 몸에 이로울 게 없다.
“요즘 음식들은 화학조미료는 물론 참기름이나 들기름, 참깨 등의 양념을 많이 사용하는데, 음식에 향신료나 기름을 많이 사용할수록 음식이 무거워져 소화도 안 되고 머리도 맑지 못해요. 맛으로만 따져도 그건 재료 본래의 맛이 아니라 양념의 맛으로 음식을 먹는 거예요. 절에서는 재료의 맛과 향을 살려 조리하기 때문에 나물을 무칠 때도 원래는 참기름이나 들기름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어요. 싱싱한 재료에 가급적 최소한의 간만 해서 담백하고 깔끔하게 먹었죠.”
수행자들은 가벼운 몸과 정신을 유지할 수 있도록 몸에 부담을 주지 않는 음식들을 섭취해야한다. 따라서 사찰음식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최소한의 양념으로 재료 본래의 맛을 최대한 살려 조리하는 것이다. 정혜사 선방에는 외국인 스님들이 기거하기도 했는데, 한국스님들보다도 선방의 음식들을 좋아했다. 소화가 잘될뿐더러 몸과 정신이 맑아지는 걸 몸소 체험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한국의 절 음식은 수행을 위한 최고의 음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행을 하다보면 자연스레 음식에 관심을 갖고 민감해질 수밖에 없어요. 몸이 민감해지면 좋은 음식과 나쁜 음식을 몸에서 먼저 알고 가리게 되죠. 해로운 음식을 먹으면 속이 더부룩하고 졸리고 머리가 무겁고 생각이 복잡해지거든요. 그래서 음식은 사실 수행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죠. 스님들이 음식을 까다롭게 대하는 듯 보이는 것은 그런 이유가 클 거예요. 그런데 비단 수행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음식의 중요성을 아는 주부들은 아이들에게 패스트푸드 같은 음식을 함부로 먹이질 않아요. 그런 가정의 아이들은 또 부모의 영향을 받아 햄버거나 피자보단 된장찌개 같은 토속적인 음식들을 좋아하죠.”
우봉 스님이 강조하는 또 다른 지론은 “위는 제7의 감각기관”이라는 것. 그만큼 위는 하루하루의 건강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기관이다.
“선방 스님들은 주로 좌선을 하니까, 일반인들처럼 움직이는 근육의 힘을 도움 받지 못하고 오로지 위와 장의 힘으로 소화를 시키죠. 그래서 위의 중요성을 더욱 실감하게 돼요. 몸이 민감해지면 위에서도 맛을 느낀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또 실제로 위에 문제가 생기면 점차적으로 모든 기관에 영향을 주죠. 그만큼 위는 몸과 마음의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하죠. 그래서 ‘안이비설신의’라는 인간의 6식에 하나를 더 보탠다면 저는 ‘위’를 꼽겠어요.”
위를 가볍게 하는 것은 수행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따라서 몸에 이로운 음식을 선택해 ‘잘 먹는’ 것은 무척이나 중요한 일이다. 깨끗하고 정갈하지 못한 음식을 먹으면 몸이 무겁고 쉽게 지치게 됨을 알게 된다. 정신에도 영향을 미쳐 집중이 안 되고 잡념이 많이 생기게 된다. 결국 음식은 우리의 신체와 정신에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음식을 과하지 않게 먹는 것도 참으로 중요하죠. 참선을 하다보면 몸이 알아서 음식의 양도 조절하게 돼요. 소식을 하면 몸과 마음이 가벼워진다는 것을 알게 되니까요.”
불가의 밥상에는 ‘과하지 않는’ ‘중용’의 지혜가 담겨있다. 비단 불가만이 아니라,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지키는 비법은 우리의 일상적인 밥상이라고 다를 게 없다. 누구의 일상이든 간에 끼니마다 실천할 수 있는 도道가 중용이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우리의 위를 위해서라도 오늘부터 밥상 위의 도를 닦아봄이 어떨까.
우봉 스님의 행복 요리 Tip
하나. 청국장은 겨울철 보약 같은 식품이다. 수입산 콩은 발효가 잘 일어나지 않으므로 청국장을 만들 때는 질 좋은 국산 콩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 콩을 물에 푹 불려 적당량의 물을 넣고 손가락으로 으깨었을 때 파우더처럼 문드러질 정도로 삶아 물기를 뺀 후 찧어 볏짚과 이불을 덮어 따뜻한 곳에서 2~3일간 발효시킨다.
둘. 음식은 신체와 정신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인스턴트는 물론 과한 양념의 음식일수록 소화도 잘 안되고 정신도 맑지 못하다. 최소한의 양념만 해서 재료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려 깔끔하고 단백하게 요리해먹는 식습관을 기르도록 한다.
셋. 위는 제 7의 감각기관이라고 할 만큼 중요하다. 깨끗하고 정갈한 음식을 먹고, 과하지 않게 먹는 식습관으로 위를 가볍게 하는 것은 건강의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