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아빠 Jul 08. 2023

8. 아빠 육아의 최고 레벨을 아시나요?

하성이가 가정어린이집을 졸업하고 규모가 있는 민간어린이집에 다니게 되었다. 집과 떨어져 있어 버스를 타고 등원을 했다. 익숙하게 버스에 오르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하성이와 같이 처음 버스를 타고 등원을 하는 아이들도 반 이상 있었다. 아이를 버스에 태운 부모들은 모두 다 최대한 밝게 웃으며 버스가 떠날 때까지 손을 흔들며 인사한다. 이렇게 아이를 보내고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거나 인사를 하고 각자의 집으로 향한다. 
 가정어린이집에서 하성이와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이 우연히도 모두 같은 민간어린이집에 다니게 되어 조아빠도 그들과 자연스럽게 인사도 하고 대화도 할 수 있었다. 

며칠이 지나고 손을 열심히 흔들고 집으로 돌아가려던 참이었다.
 “안녕하세요. 하성 아버지시죠? 다솜엄마에게 들었어요, 저는 미미엄마예요”

육아하는 조아빠 이야기를 들었다며 나에게 먼저 반갑게 인사를 거 내준 나의 육아절친 미미엄마와 첫 만남의 순간이었다. 미미엄마는 MBTI로 분명 E가 확실하다. 언제나 목소리에 힘이 있고 에너지가 넘치고 모든 일에 적극적이고 긍정적이었다. 무엇보다 나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는 모습만 봐도 확실하다. 

2주간의 적응기간이 끝났다. 같은 어린이집에 다니는 4살 아이들은 역시나 하원하고 하루도 빠지지 않고 놀이터에 들려서 어울려 놀았다. 간식을 가지고 와서 함께 나눠먹고 저녁시간이 다되어 내일의 만남을 기약하며 헤어지는 날의 반복이었다.

날씨가 점점 더워지면서 놀이터에서 오랫동안 노는 것이 힘들어질 때쯤 엄마들이 키즈카페에 가자고 이야기를 하였다.

“우리 애들하고 키즈 카페 가려고 하는데 하성이 아빠는 어떻게 하실래요?”
“저는 하성이랑 그냥 집에 갈게요.”

하성이와 함께 가겠냐고 물어봐주는 것이 감사했다. 하지만 엄마들과 어울려 키즈카페에 간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고 간다고 해도 그들이 불편해할 거라고 생각했다. 주변의 사람들의 시선도 의식이 되었다. 스스로의 패러다임으로 키즈카페 가자는 제안을 거절하고 다른 놀이터에 가거나 집으로 왔다.  
 시간이 흘러 그날도 키즈카페에 가는 분위기가 만들어져 슬슬 집에 가려고 준비하는 나에게 미미엄마가 말했다.

“하성 아빠 같이 가요.”
“그~~ 그렇까요?”

키즈카페를 즐기는 하성


내가 살짝 고민하는 사이 주변의 엄마들도 같이 가자고 적극 권해 주었다. “같이 가요. 같이...”그렇게 훅 나에게 들어온 그 말이 조아빠의 육아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되었다. 그전에는 어떻게 할지를 물어보았다면 그날은 ‘같이 가요’ 딱 잘라서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래서일까 나도 거절하지 않고 키즈카페에 가게 되었다. 친구들과 키즈카페에 간다니 하성이는 놀이터가 떠나가도록 소리를 지르며 좋아했다.
 엄마들 무리와 어울려 걸어가고 같은 테이블에 앉는 모든 것이 어색했다. 10분 정도 흘렀을까? 나의 걱정이 무색할 만큼 분위기는 좋았다. 주변의 사람들도 나를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아이들과 놀아주고 커피 한잔 하며 이야기하니 순식간에 2시간이 흘렀다.

 키즈카페는 시작에 불과했다.
“하성아빠 우리 집에 가서 놀렸는데 같이 갈래요?”
“저희도 가도 될까요?”

 키즈카페보다 몇 단계 위라고 생각했던 ‘친구 집에 가서 놀기’의 경지까지 이른 것이다. 친구 집에 처음 가본 하성이는 집에 없는 장난감으로, 조아빠는 동네에서 만난 이웃의 집 방문이라는 신세계를 맛보았다. 아이들은 장난감으로 대동단결하고 부모들은 구석에 앉아서 차를 마시며 간혹 있는 아이들의 마찰을 중재하면 그만이었다. 그 후로 조부자는 친구 집에 몇 번이고 놀러 갔고 우리 집에도 초대를 했다. 그뿐이 아니었다. 몇 번이긴 하지만 아이들 없이 밥도 먹고 차도 마셨다. 내가 친하게 지내니 가끔 일찍 퇴근한 아내가 놀이터에 가도 엄마들과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친해지게 되었다. 가끔 친구들의 아빠도 나오는데 조아빠가 먼저 말을 걸어주며 어색해하지 않고 그 무리에 어울릴 수 있게 도왔다.

 서로의 집 방문은 엄마들 사이에서는 낯설지 않다. 아빠들에게는 다른 이야기다. 아내 없이 아빠가 한 명 포함되어 있는 상황을 상상해 볼 수 있겠는가? 그 어려운 것을 조아빠가 해냈다. 아니 그녀들이 해주었다. 사회의 편견과 시선이 나조차 움츠러들게 했는데 나를 받아들여준 그녀들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육아를 하는 아빠들에게 이런 용기 있는 엄마들의 관심이 아빠육아의 비율을 높일 거라 생각이 든다.

 지금은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이사를 해서 거의 만나지 못하지만 우연히 길에서 마주치면 언제나 반갑게 인사하는 그녀들, 나를 육아동지로 인정해 준 그들이 있어 조아빠의 육아마라톤은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완주를 위해 뛰고 있는 것이다. 나의 육아동지들 참 감사하다.


이전 07화 7. 맞벌이도 아닌데 어린이집 보내도 될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