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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빠 Jul 15. 2023

9. 아빠에게 아이를 맡긴 엄마의 불안함

 아내가 복직을 하고 6일간 해외출장을 간 적이 있다.  시차로 인해 아침 7시에 화상통화를 하는 게 고작이었다. 퇴근하고 만나는 엄마였지만 며칠간 못 보면 보고 싶다고 울 거 같은 하성이는 의외로 잘 지냈다. 조아빠도 순간의 힘듦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무난하게 보낸 시간이었다. 아내도 조부자를 걱정하고 있다는 느낌을 전혀 표현하지 않았다. ‘설마 걱정을 안 한 건가? 걱정을 했겠지?’ 아마도 조부자의 애착이 잘 형성이 되었기에 아내도 안심을 했던 거 같다.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었다. 복직을 하고 초반에는 두 남자만 남겨 놓고 출근을 해서 걱정스러운지 아침, 점심때 전화를 해서는 조부자의 상태를 물었다. 


“하성이 밥은요? 잠은요? 여보는 안 힘들어요?”

“잘하고 있어요 걱정 말아요.” 


엄마가 아빠에게만 아이를 맡겨 놓고 가면 불안한 건 어쩔 수 없는 것일까? 하성이가 태어나고 처음으로 아내가 2박 3일 집을 비운적이 있다. 완모를 하고 싶었지만 아내의 몸상태로 인해 단유를 하게 되었다. 그 소식을 들은 아내의 고향 친구들이 복직하기 전에 여행 가자고 제안을 했다. 아내는 조심스럽게 나에게 다녀와도 되는 지를 물었다. 조아빠는 쿨하게 다녀오라고 했다.


“그럼요 다녀와요. 하성이도 함께 가는 거죠?”

웃자고 한 농담에 아내는 미안함 때문인지 진심으로 반응을 했다.

“진짜요? 진짜 데려요?”, “진짜 그래야 하나?”

“여보 장난이었어요. 정말 긴 시간 고생했으니 친구들과 여행 가서 힐링 좀 하고 와요. 하성이와 단둘이 있는 게 처음이라서 걱정은 되지만 무슨 일 있겠어요? 잘할 수 있어요. “


아내는 친구들과 2박 3일 제주도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나의 농담이 그렇게 큰 나비효과를 일으킬 거라 이때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내는 출발하기 며칠 전부터 하성이가 먹을 음식을 여러 가지 준비해 놓고 하나하나 설명을 해주었다. 아내를 공항버스정류장에 내려주고 하성이와 집으로 돌아오는 순간부터 2박 3일의 첫 전담육아를 시작하였다. 하성이는 밥도 잘 먹고, 우유도 잘 먹고, 잠도 잘 자고, 놀기도 잘했다. 딱히 엄마를 찾지 않았다. 프리랜서로 일을 하며 시간이 날 때 틈틈이 육아에 참여해 하성이와 시간을 보낸 시간이 빛을 본 것 같다. 조부자의 첫 2박 3일은 아무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아내에게 발생했다. 잘 도착했다는 연락 이후에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제주도의 자연, 음식과 남편, 아이 없이 자유를 만끽하느라 연락도 없구나 생각을 하며 전화를 했다. 아내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첫 식사를 하고는 심하게 체했다는 것이다. 신경 쓰이는 일이 있으면 소화기관에 문제가 생기던 아내였다. 분명 조부자만 집에 남겨두고 떠나는 것이 계속 신경이 쓰여 마음이 편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나중에 듣고 보니 여행 내내 거의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친구들 먹는 거 구경만 했다고 한다. 원래 여행도 3박 4일인데 본인만 2박 3일 여행을 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하성이도 데리고 가라고 했던 그 장난스러운 말이 문제를 일으킨 거 같았다. 여행을 쿨하게 보내주지 못한 거 같아 미안하다는 생각도 했지만 그렇게까지 신경 쓰는 아내가 참 별나다는 생각을 했다.  


그랬던 조아빠가 육아를 하면서 그때 아내가 어떤 마음이었는지 점점 이해를 할 수 있었다. 타 지역으로 강의를 가야 할 일이 있었다. 대전에 계신 하성이 할머니가 집에 오셔서 하성이를 돌봐준다. 조아빠는 하성이가 먹을 음식을 여러 가지 해놓고 전날 밤에 오신 엄마에게 자세히 설명을 하고 일을 하러 갔다.


“엄마 아침에는 미역국, 점심에는 치즈 고기, 간식은 과일이랑 뻥튀기 있어요.”  


아침 일찍 하성이가 일어나기 전에 출발하는 날은 강의장에 도착해 전화를 한다. 하성이가 잘 일어났는지, 아침은 잘 먹었는지, 낮잠은 잤는지, 점심을 어떻게 먹었는지, 간식은 과일을 챙겨주라고 일일이 전화를 했다. 처음에는 엄마도 일일이 설명을 해주었는데 이런 일이 반복이 되니 좀 짜증을 내셨다.


“니 아들 잘 있거든, 걱정하지 말고 너나 잘하고 와라”

할머니와 사이가 좋은 아들

하성이 할머니를 못 믿어서였을까? 아니다. 나의 마음은 가끔 보는 할머니와 하성이가 서로가 잘 지내는지가 궁금했다. 괜히 어린것과 안 맞으면 할머니도 힘들고 아들도 힘들 테니 말이다. ‘이래서 아내가 제주도 여행 갔을 때 체했구나’ 엄마에게 자주 전화하는 나의 모습을 보며 아내의 마음을 이해할 수가 있었다. 전업육아를 하지 않았다면 평생 엄마의 그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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