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빠의 책 육아 노하우
“하성이 저 책들을 다 읽은 거예요?”“거의 90%는 읽었을 거예요.”“하성이는 어떻게 그렇게 책을 좋아해요?” 아이들 등원시키고 몇몇 육아동지들이 우리 집에 와서 모닝커피를 마셨다. 거실 한쪽 벽에 5단 책장 3개가 나란히 있었다. 80%가 동화책, 20% 조아빠책으로 가득 찬 모습에 엄마들이 놀라 물었다. 하성이는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 최소한으로 잡아도 10살이 되기까지 한글책 2000권, 영어책 500권 이상은 부모가 읽어주거나 스스로 읽었다. 조아빠와 아내는 책 육아를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1. 집에 TV가 없다. : 결혼하면서 TV를 사지 않았다. 하성이는 어려서부터 TV가 없는 세상에서 살았다. 멍하니 TV를 보는 시간이 없었던 우리 부부는 하성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책을 이용해 놀아주었다. 아이가 자연스럽게 책과 가까워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
2. 연기를 하며 책을 읽다. : 하성이가 엄마 배속에 있을 때부터 책을 읽어주었다. 아빠의 목소리로 책을 읽어주면 교감도 되고 좋다고 해서 시작을 했다. 조아빠가 끼가 있어서였던 것만은 아니지만 다양한 목소리로 혼신의 연기로 책을 읽어주었다. 아주 어릴 때는 내용을 이해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빠의 재미난 소리에는 분명 반응을 했다. 그 소리와 눈앞에는 책장이 넘어가고 있었다. 아이는 ‘책=재미난 소리’로 연결되었을 것이다.
3. 똑같은 책 100번도 넘게 읽다.: 많은 아이들이 그렇듯 하성이도 좋아하는 책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어 달라고 했다. 하성이가 4살 때 글씨를 몰랐지만 좋아하는 책 ‘세 마리 고양이’는 90% 이상 똑같이 외워 낭독을 했을 정도로 많이 읽었다. 조아빠와 아내 모두 적어도 100번은 넘게 읽은 거 같다. 우리 부부는 다양한 책을 읽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책을 읽어 달라고 하면 은근히 다른 책을 읽어 주려고 시도했다. 하성이는 그 책이 아니라고 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골라온다. 우선은 책을 좋아하는 아이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좋아하는 책을 읽어주었다.
4. 책으로 놀다.: 탑 쌓기, 징검다리 만들기, 장난감들의 집 만들기, 의자 만들어 앉기 등 읽는 것을 넘어 다양한 놀이도구로 사용했다. 장난감이 된 책들은 훼손이 되기도 했다. 놀다 보면 책이 찢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일부러 훼손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해주며 하성이와 찢어진 책들을 펼쳐놓고 테이프를 붙였다. 조아빠가 붙여야 깔끔하지만 같이하고 싶어 해서 내가 테이프를 자르면 하성이가 붙이곤 했다. 좀 엉망으로 붙이긴 했지만 그것이 하나의 경험이고 놀이가 되었다.
5. 중고 책이 좋다.: 하성이의 책은 대부분 중고구입, 물려받기, 재활용품에서 주워오기 등의 방법으로 책장에 채워졌다. 중고 책은 마음의 부담감이 적었다.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고, 낙서를 해도, 아이가 좋아하지 않아도 마음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다. 책을 많이 사도 새 책 보다 부담이 덜 되어 좋았다. 물론 부모의 가치관에 따라 다르겠지만 우리 부부는 이 부분에 대해서 서로 마음이 맞아서 잘 실천할 수 있었다.
6. 전집을 단행본처럼 활용하라. : 전집을 사면 본전 생각이 나기 마련이다. 아이가 다 읽었으면 하는 것이 부모의 마음일 것이다. 그 욕심이 아이가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는 환경에 방해꾼이 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전집보다는 아이가 흥미를 보이고 좋아하는 단행본 책을 사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이야기를 하는 육아 책들이 있다. 그렇다고 단행본만으로 아이의 책을 사기에는 가격이 너무 비싸다. 다양한 구성의 책을 사기가 어려웠다. 시간도 많이 소요된다. 그 이유에 전집을 구입을 하는 것이 여러 가지로 편하기도 했다.
어린이집에서 시행했던 부모교육에서 강사가 ‘전집을 단행본처럼 활용하는 방법’을 소개해 주었다. 전집을 구입하고 한 번에 몽땅 주면 아이들이 부담을 느끼고 흥미도 떨어진다. 한 번에 주지 말고 한 권씩 선물로 주는 방법이었다. 하성이가 흥미를 보이지 않았던 전집을 보이지 않는 곳에 넣어두었다. 몇 개월이 지나고 한 권씩 꺼내서 퇴근하는 아내가 “아들 선물이야” 하며 주었더니 흥미를 보이고 읽어 달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단 5일 연속 새로운 책을 선물로 줬더니 익숙해져서 그런지 반응이 시들해졌다. 그 후로는 많아도 일주일에 2번 이상 그 방법을 쓰지 않았다.
7. 책의 표지 노출 시켜 흥미를 끌어내라.: <공부의 신으로 만든 비법>의 저자 이상화 씨는 두 아들에게 북트리를 만들어 책을 많이 접하게 해주었다고 한다. 조아빠도 목공을 하는 지인에게 각목 몇 개를 얻어왔다. 하성이와 사포질, 니스 칠하기, 나사구멍 뚫기, 조립을 함께 해서 벽에 북트리를 만들었다. 책 4~5권이 표지가 보이도록 올려놓을 수 있었다. 하성이가 읽었으면 하는 책들을 전날 밤에 올려놓았다. 다음날 아침 “하성아 새로운 책이 왔어” 오버스러운 말로 이야기를 해주면 호기심에 책을 내려서 보곤 했다. 새로운 장치들이 아이들의 흥미를 이끌어 내는데 도움을 준다.
8. 부모가 책을 보는 척이라도 해라 : 부모가 책을 좋아하면 아이도 당연히 책을 좋아한다. 조아빠는 책 읽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20대 중반까지 읽은 책하면 떠오르는 것이 슬램덩크와 드래곤볼 외 수많은 만화책과 신앙서적 몇 권이 다 일정도로 책을 읽지 않았다. 그런 조아빠가 리더십/소통 강의를 하는 강사가 되면서 책을 어쩔 수 없이 읽어야 했다. 자연스럽게 아들 앞에서 책을 읽게 되었지만 늘 읽었던 것은 아니다. 책 안쪽에 핸드폰을 넣어놓고 폰을 하기도 했다. 아들이 잘 때 폰을 하다가 일어나는 소리가 나면 책을 순식간에 들고 읽는 척도 했다. 그런 모습을 보고 따라서 책을 읽는 경우도 있지만 “아빠 책 좀 그만 보고 놀아요”라고 하는 경우도 있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책 좀 그만 보고’다 아들은 아빠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확고히 생긴 것이다. 그 모습에 하성이도 책을 좋아하는 아이가 되는데 많은 영향력을 주었다 확신한다.
9. 하루에 아이 나이만큼은 읽어주어라.: 하성이가 6살이 되는 해의 일이다. 새해 목표에 ‘하성이 하루 6권의 책 읽어주기’라 세웠다. 둘째가 태어나면서 하성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빈도수가 확실히 줄었다. 읽어줘야지 생각은 했지만 살림에 놀이에 뒷전이 되어버리곤 했다. 그러던 중 <하루나이독서>라는 책을 읽었다. 일상에 쫓겨 놓치고 있던 책 육아에 대한 동기부여를 다시 받아다. 하루 6권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실천을 했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아이와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못 읽어 줄 때도 있었다. 하지만 목표라는 것이 있으니 최대한 노력을 하는 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10. 부모의 가방에 책 한 권 넣고 다니자: 아이들은 늘 심심해한다. 재미를 찾는다. 병원, 식당 등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생기면 거의 대부분 핸드폰이 아이 눈앞에 있다. 나와 아내는 그런 상황이 예상되면 가방에 책을 챙겼다.
11. 똑똑 도서관 활용: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에 작은 도서관이 있어서 틈만 나면 잠깐씩 들렀다. 도서관이라는 공간과 문화를 익숙하게 해주고 싶었다. 아이들이 골라온 책을 그 자리에서 읽어주기도 하고 빌려오기도 했다. 어느 날 놀이터에서 미미엄마와 요즘 아이들이 어떤 책을 읽는지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미미는 요즘 공룡에 관심이 생겼어요.”“하성이도 공룡이 한참 빠졌을 때 전집으로 된 거 봤는데 빌려줄까요”순간 평생교육 공부할 때 알게 된 똑똑 도서관이란 곳이 떠올랐다. 동네 주민들이 자신의 집에 있는 책 리스트를 공유하고 서로 책을 바꿔보는 구조였다. 미미엄마에게 서로 집에 있는 책을 바꿔서 보자고 제안했다. 바로 다음 날 5권씩 일주일간 서로 바꿔서 책을 보기 시작했다. 하성이는 친한 친구 미미가 빌려준 거라고 이야기를 하니 더 흥미를 느꼈다. 몇 주가 지나고는 미미에게 어떤 책을 빌려주면 좋을까를 의논했다. 직접 미미에게 빌려줄 책을 고르는 모습이 엄청 진지했고 즐거워했다. 미미 집과의 책 교환을 통해 더 재미있게 책 읽기를 할 수 있었다.
이런 과정들을 통해 책 읽는 것을 좋아한 하성이가 1학년이 되었을 때 일이다. 담임선생님과의 첫 상담에서 하성이가 책을 많이 읽어서 아는 것도 많고 대답도 잘한다는 피드백을 받았을 때는 은근히 기분이 좋았다. 10살이 된 지금 집에서 공부를 해야 할 시간에 책을 집중하고 읽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그만 보라고 해야 하나 고민할 정도로 책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