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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빠 Aug 30. 2023

12. 결혼 전 약속, 두 아이 키우며 지깁니다.

부제: 외식에 대처하는 10년 차 부부의 자세

 “여보 우리 맛있는 거 먹으러 갈까요?” 


 왠지 맛있는 것을 먹고 싶었다. 솔직히 저녁 준비하기가 귀찮았다. 아내가 퇴근하기 1시간 전에 전화를 걸어 외식을 이야기했다. 아내도 좋다고 했다.


 “하성아, 우리 골라먹는 식당에 가서 저녁 먹자.”  

 한 옥타브 올라간 목소리로 하성이에게 기쁜 소식을 전했다. 누군가 해준 음식을 먹을 때가 제일 좋았다.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어린 하성이와 외식을 해야 했기에 꼭 필요한 물건을 챙겼다.

[물티슈, 턱받이, 빨대 컵, 장난감, 스티커 북, 색연필, 동화책] 특별히 스티커 북, 색연필, 동화책을 챙기게 된 이유가 있다.  

하성이가 돌 되기 전에는 거의 외식을 하지 못했다. 아기의자에 앉아 있을 수 있을 쯤 외식을 하러 갔다. 먼저 하성이의 음식을 챙겨주고 우리가 좀 먹어 보려고 폼을 잡는다. 그러면 음식을 다 먹은 하성이는 자기에게 관심을 가져 달라며 온갖 신호를 보낸다. 숟가락을 떨어뜨리거나 접시를 뒤집거나 남은 음식을 가지고 장난을 친다. 의자에서 나오고 싶다고 떼를 써서 안고 있으면 내려달라고 한다. 그러면 이제는 식당을 운동장 뛰어다니듯 휘젓고 다닌다. 하성이를 붙잡아 자리에 앉힌다. 다양한 순간마다 식당에서의 예절을 이야기하며 몇 번이고 경고를 해보지만 말은 통하지 않는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아내의 짜증이 슬슬 올라가기 시작한다. 결국 아이를 무섭게 혼낸다. 


“여보, 애들이 궁금해하는 게  당연한 거죠. 본능을 무시하고 얌전히 있으라고 하는 게 말이 안 되는 거 아닐까요?”

“그래도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되죠.”

“그런 걸 알아들을 나이가 아니잖아요.”

“그럼 어떻게 해요? 계속 그러면 식당에 못 오는 거죠”


어린 하성이의 행동이 당연하다고, 그렇게까지 주의를 주고 혼을 내야 하는 일이냐고 따져 묻는 나도 짜증이 슬슬 올라오기 시작했다. 결국 즐겁고 여유롭게 맛있는 것을 먹을 거라는 기대감과 행복감은 순식간에 불안과 짜증으로 변해 우리 가족의 기분을 꿀꿀하게 만들었다.   

 이런 고민은 우리 부부만 하지 않았을 것이다. 각자의 방법을 찾았겠지만 많은 부모님들이 찾은 답은 ‘핸드폰’, ‘모바일기기’를 이용해 영상을 보여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우리 부부가 하성이를 키우며 세운 원칙 중에 하나는 ‘밥 먹는 중에 핸드폰을 절대 보여주지 말자’ 었다. 연애를 할 때부터 카페, 식당, 공원 등 부모들이 핸드폰 영상을 틀어 주고 어른들만의 시간을 갖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그 모습은 부모도 아이도 서로가 즐겁고 편안해 보였다. 보이는 것과 달리 분명 좋은 방법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아이뿐 아니라 청소년들과 함께 온 가족들의 모습도 비슷했다. 가족 간에 소통 없이 핸드폰만 보고 있는 모습이 너무 충격적이었다. 우리는 결혼해서 아이 낳으면 절대로 저렇게 하지 말자고 다짐을 했다. 자녀를 낳고 육아 관련 도서를 보면서 영상들이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아이의 뇌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많은 연구 결과들을 알게 되면서 우리의 다짐은 더욱 확고해졌다. 

결국 우리 부부는 특별한 일 아니면 세 식구가 외식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즉 외식을 포기했다. 대신 배달을 시켜 먹었다. 분위기 좋은 곳,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는 맛 집,  먹고 나서 뒷정리를 해야 했지만 남이 해준 음식을 먹는 것만으로 만족했다. 밥을 다 먹은 하성이도 부모에게 제재를 당하지 않고 거실에서 자유를 즐겼다. 우리 부부와 하성이의 마음이 평화로웠다.   

그렇다고 외식이 아예 없던 건 아니었다. 지인들과의 약속이 있는 날은 어쩔 수 없이 식당에 가야 했고 우리 부부는 돌아가면서 하성이 밥을 먹였다.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아이의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해 함께 구경을 하거나 놀아 주었다. 지인 중에도 아이를 데려오는 경우가 있었다. 또는 옆 테이블의 아이가 동영상을 보는 경우가 있었다. 밥을 먹으면서 눈이 자동적으로 그쪽으로 향하는 하성이의 관심을 끌기 위해 더 오버를 하며 하성이의 관심을 끌며 밥을 먹인 적도 많았다. 


 어느 날, 청년 때 함께 신앙생활을 하던 지인들과 가족모임을 갖게 되었다. 그중에 딸 셋을 키우던 누나가 식사를 마치고는 아이들 앞에 가방을 하나 꺼내 주었다. 그 안에는 색연필, 크레용, 도화지 등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도구들이 담겨 있었다. 


“언니, 이거 진짜 좋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어요?”


아내는 감탄하며 가방에 들어있는 것들을 세세히 살펴보고는 나에게 ‘여보 이거야’라는 눈빛을 보냈다. 그 후부터 하성이가 5살이 되어 식당 놀이방에서 혼자 놀 수 있을 때쯤까지는 하성이가 좋아할 만한 것들을 챙겨 식당에 갔다.  

 물론 우리 부부가 동영상을 전혀 보여주지 않는 것은 아니다. 잠깐잠깐 필요로 할 때 보여주기도 하고, 엄마표 영어라는 목표가 생기면서부터는 일부러 노출을 시켜주기도 했다. 특별히 할아버지 집에 가면 선물처럼 TV를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절대 식당이나 카페에서 우리의 편함을 위해서 장시간 아이에게 동영상 노출을 시킨 적은 없다. 그 덕분에 지금 10살인 하성이와 6살인 둘째 아영이는 식당에서도 절대 동영상을 보여 달라고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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