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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빠 Oct 04. 2023

13. 잔소리 같았어? 아빠가 혼잣말한 거야.

늘 수위와 횟수를 고민하는 조아빠의 잔소리

 여름휴가로 횡성에 다녀왔다. 총 2.4km로 세계에서 가장 긴 코스의 루지를 탔다. 6살 아영이는 아내와, 세 번째 경험을 하는 10살 하성이는 혼자 탑승을 했다. 나는 하성이에게 “안전하고 재미있게 타야 한다” 이야기를 했다. 드디어 출발! 하성이와 아내가 먼저 가고 내가 뒤따랐다. 처음에는 느리게 따라가면서 2대의 루지가 안정적으로 가는 것을 확인했다. 아무 이상 없이 잘 내려가고 있었다.

 나는 살짝 속도를 높여 아내와 하성이의 루지를 안전하게 앞질렀다. 다른 가족 걱정 없이 아빠모드를 잠시 끄고 온전히 나만의 레이스를 즐겼다. 너무 재미있어서 혼자 ‘오, 예’ 효과음도 냈다. 제일 먼저 도착하고는 폰을 꺼내 뒤에 오는 가족을 촬영할 준비를 했다. 다시 아빠모드를 켰다. “아빠 진짜 재미있어요”라고 말하는 하성이의 표정이 나를 더 즐겁게 해 주었다.  

 1년 전 가족 모두 처음 루지를 탔다. 조교의 설명을 듣고는 하성이에게 몇 번이고 이야기를 했다.


“하성아, 살짝 당기고 멈추려면 몸 쪽으로 힘껏 당겨”

“아빠, 저도 알아요.”

“하성아, 속도를 너무 내지 말고 절대 앞으로 확 밀면 안 된다.”

“네!”

“어떻게 해야 브레이크라고?”


하성이의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 하지만 걱정되는 마음에 몇 번이고 확인을 했다. 드디어 출발! 아내와 둘째가 1번, 하성이가 2번 내가 3번으로 출발했다. 생각보다 속도가 났다. 내려가는 내내 앞서가는 하성이를 향해서 경고의 말을 멈추지 않았다.


“속도가 너무 빠른 거 아냐? 브레이크, 브레이크, 속도 줄이고, 장난치면 안 된다.”


 두 번째 타기 위해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는 하성이의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 재미가 없냐고 물어보니 재미는 있는데 아빠가 잔소리를 너무 많이 해서 싫었단다. 걱정되는 마음에 이야기했는데 그렇게 느낀다니 서운했다. 하지만 하성이의 마음도 인정해 줘야 했다. 내려오는 내내 아빠가 잔소리를 했던 이유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었다. 


 그다음 다시 내려올 때는 잔소리를 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정상에 도착을 하고 잔소리를 안 하겠다는 의지로 내가 먼저 출발했다. 하지만 아빠의 염려가 어디 가겠는가? 하성이와 속도를 맞추며 앞서갔다. 나의 입에서는 뒤따라오는 하성이가 들릴 만큼 큰 혼잣말이 나왔다.

“속도가 엄청 빠르네 줄여야겠다. 급 코너네, 조심히 가야겠다.”

나름 효과가 있었는지 두 번째는 표정이 괜찮았다. 재미있었는지를 물었다. 재미있었다면서 한마디를 붙였다.


“아빠! 잔소리 안 하기로 했잖아요. ”

“느꼈어?”

“그래도 많이 안 해서 좋았어요.”


 나와 아내의 잔소리는 끝이 없다. 골고루 먹어라, 젓가락을 사용해라, 학교 갈 준비 해라, 오면 손부터 씻어라, 코 파지 마라, 먹고 바로 치워라, 그만 먹어라, 책 보고 제자리에 놓아라, 공부해라 셀 수 도 없는 잔소리를 한다. 모두가 하성이를 위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진정 하성이를 위한 것인가? 아니면 내가 편하고자 하는 것인가? 또는 부모가 만들고자 하는 모습이 되었으면 하는 것은 아닌가를 늘 고민한다. 

 하성이가 말을 잘하지 못하던 3살 때 일이다. 동네에 레이싱월드라는 곳이 있었다. 하성이가 타면 내가 무선조정기로 자동차를 조종하여 트랙을 도는 것이었다. 빨간색 자동차를 본 하성이는 신나게 뛰어가 탑승했다. 조정기를 받아 트랙을 도는데 자꾸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고 살짝살짝 다른 방향으로 갔다. 하성이가 핸들을 돌리면 순간 그쪽 방향으로 전환이 되는 것이었다. 그래도 다행히 무선 조정기에 우선권이 있었다. 하성이가 방향을 틀면 내가 다시 틀어서 방향을 바꾸었다. 자신이 원하는 방향이 아닌 아빠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 것이 싫었는지 짜증을 냈다. 그러나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최종 방향을 결정하는 힘을 가진 아빠의 결정에 따라 움직였기 때문이다. 


 나에게도 절대 권력이 있었다. 그 권력은 잠깐이었다. 나보다 더 큰 힘을 가진 자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하성이었다. 슬슬 짜증을 내면서도 방향을 돌리던 하성이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안 타겠다고 울어버렸다. 그 순간 레이싱 카는 멈춰버렸다. 아들을 태우고 멋지게 레이싱 하고 싶었던 아빠의 욕망도 막을 내렸다.


 그날 이후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부모라는 이유로 아이를 우리 마음대로 조정하려는 것은 아닌가? 목적 달성을 위해 아이의 의지와 감정을 무시하고 달려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아이가 잘 따라오는 것이 그 아이의 진짜 모습인가? 부모와 아이의 방향이 달라질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방향을 맞춰 갈 것인가?’

 이런 고민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우리 부부는 언제나 노력 중이다. 거실을 치우지 않고 어지르기만 하는 남매에게 몇 번을 공손하게 “치우고 놀아라” 이야기하다 결국 “안치우면 다 버린다.” 협박을 할 때도 있지만 그 횟수가 줄어들고 있다. 말로만이 아닌 함께 치우거나 재미있게 치우는 방법들을 찾고 있다. 분명한 것은 목적을 달성하는 것만이 아니라 과정을 더 많이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방향을 맞춰 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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