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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애들아 잘 가... 좀 있다 만나!

조이패밀리라오스배낭여행이야기

by 조아빠

드디어 출발 아침이 되었다.

주일 오후 비행기를 타고 라오스로 가는 일정이었던 우리는 각자의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섰다.

예배와 봉사 후 점심 식사를 마친 우리는 트렁크에 실려 있는 배낭을 메고 터미널까지 걸어갔다.

여행을 간다는 마음에 발걸음이 신이 났는데... 한 5분쯤 갔을까?

SE-dac29149-7fe6-4442-b8bc-2a5547097a10.jpg?type=w1 가방을 메고 터미널로 향하는 조아빠와 아이들

"아빠 힘들어..."

"아~~~어깨 아파..."

"배낭 메고 가는 게 힘들지? 그래도 조금만 가면 되니까 힘내자"

아이들이 힘들다고 투덜대기 시작했다. 이제 출발인데, 앞으로 갈 길이 먼 데, 어쩌지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아이들에게 티 내지 않고 힘내서 가보자고 응원을 해주며 10분 정도 걸어 터미널에 도착을 했다. 어느 한 놈 가방을 들어 달라고 하지 않은 것이 참 기특했다.

10분 정도 여유롭게 도착해서 대합실에 앉아 배낭을 어떻게 할지 이야기를 했다.

"아빠는 배낭을 버스 짐칸에 넣을 건데 하성이는 어떻게 할 거야?"

"엄마는 어떻게 할 거예요?"

"엄마는 가지고 탈 건데"

"그럼 저도 가지고 탈래요."

"하성아 너 짐은 무겁고 발앞에 놓으면 불편할 거 같은데 버스에서 필요한 거만 엄마한테 주고 짐칸에 넣는 게 어떨까?"

엄마의 설득에 하성이는 그렇게 하기로 하고 책 한 권을 꺼내고는 가방을 짐칸에 싣고 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분명 아빠, 아들, 딸 3명의 배낭여행이었는데 어떻게 아내까지 합류를 하게 된 것인가?

시간을 거슬러 12월 중순쯤 라오스 일정에 따라 숙소까지 모두 예약한 상태에서 세부 일정을 고민하던 내게 아내가 다급하게 이야기를 했다.

"여보 우리 12월 말일까지 항공 마일리지 써야 해요 거의 소멸돼요."

"그래? 뭐에 쓰지?"

우리는 25년 봄에 제주를 갈까? 여름에 갈까? 마일리지로 쇼핑을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이것저것 고민을 하다 아내가 아이디어를 냈다.

"나도 라오스 갈까?"

"앵? 갑자기? "

"응 마일리지를 써야 하는데...."

"나야 여보가 가면 좋지"

그렇게 아내는 일사천리로 마일리지로 예매 가능한 항공권 일정을 알아보았다. 우리와 다른 비행기지만 같은 날인 2월 9일에 출발을 해서 15일 새벽에 도착하는 일정으로 예약을 했고 이 소식을 아이들에게 전하니 모두들 기뻐했다.

영어를 잘하는 아내 없이 아이들만 데리고 가는 여행이라 기대도 되고 긴장도 되었던 여행인데 첫 출발을 아내와 함께 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고 여행 중간에 느낀 거지만 아내 없었으면 참으로 고생했을 듯한 일들이 종종 있었는데 참으로 다행이었다

20250209_124549.jpg?type=w1 마일리지가 남아서 어쩔수 없이 같이 가는 아내ㅎㅎ

그렇게 마일리지가 남아서 어쩔 수 없이 함께 가는 아내까지 우리 온 가족이 라오스 배낭여행을 출발했다.

아내와 비행 편이 달랐기에 카운터 오픈 상황도 달랐다. 비행 출발시간이 더 늦었던 우리 항공기 카운터 열려 있었지만 아내의 항공사는 닫혀 있어 우리가 먼저 체크인을 하고 겨울 외투보관해 주는 서비스 업체에 외투를 맡기고 보안검색대로 향했다. 아내 없이 검색대에서 아이 둘을 챙기는 것이 신경이 많이 쓰였다. 잠시지만 아이들이 여권과 항공권을 각자 들고 검색대를 통과할 때 혹시나 잃어버릴까 눈에 레이저 장착, 최근에 보조배터리로 항공기 사고가 나서 검사하는 시간이 늘어나 대기 시간이 길어지니 지루하다며 투덜거리는 거 받아주랴 아내 없이 혼자 하려니 처음부터 조금 버거운 느낌이었다.

20250209_150621.jpg?type=w1 기다리는 게 제일 지루한 조하조아남매

그렇게 무사히 검색대를 통과하고 뒤늦게 나오는 아내와 합류해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먹으며 혹시 하는 걱정들을 이야기했다.


"여보 서로의 비행기가 지연이 되면 어떻게 하죠?"

SE-eda2ea01-acca-442e-830b-fee36f7493a9.jpg?type=w1 15분 차이로 다른 비행기를 타고 라오스 비엔티안 공항으로 출발

비행기를 탑승시간이 점점 다가오니 슬슬 걱정이 되었다. 누군가의 비행기가 혹시 지연이 되거나 문제가 생긴다면 다른 사람은 비엔티안 공항에서 무작정 기다려야 하나? 아니면 먼저 숙소에 가야 하나? 어떻게 해야 하지?

솔직히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문제였고 설마 그런 일이 일어나겠어? 하는 마음으로 비행기를 타기 위해 일어났다. 비행 탑승장도 너무나 달랐기에 우리는 중간에서 이산가족이 되어야 했다. 아내와 인사를 하는데 아이들도 그렇지만 나도 뭔가 우리 가족의 모습이 재미있으면서도 짠했다.


"여보~~애들아 잘 가... 우리 좀 있다 만나자"

"엄마~~~"


아이들이 먼저 아내에게 안겨 인사를 하고 우리 부부도 허깅을 하며 잠시의 이별을 맞이했다. 탑승장에 도착을 해서도 나와 아내는 서로의 비행기 상황을 주고받느라 바빴다. 우리보다 15분 먼저 출발하는 아내는 30분 정도 지연이 되었다고 하다. 우리는 별 안내가 없다. 우리 비행기의 게이트가 열리고 아내도 우리도 동시에 비행기에 탑승한 상황이었다. 아내에게서 곧 출발한다는 메시지와 폰을 끈다는 메시지가 왔다. 거의 동시에 도착할 거란 생각을 하고 있는데 우리 비행기가 출발할 생각을 안 한다. 결국 우리 비행기도 30분 정도 지연이 되어 출발을 했다.

20250209_223532.jpg?type=w1 난기류에 흔들리는 비행기 안에서도 잘 자는 우리 조하조아남매

최근에 일어난 비행기 사고로 인해 불안감이 있어서인지 1시간 넘는 난기류에 조아빠는 무사 도착을 위한 기도가 절로 나왔다. 내가 잠을 잔 건지 눈만 감은 건지 모르게 5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무사히 라오스 비엔티안 공항에 도착을 했다. 나중에 물어보니 아내도 난기류로 인해 기체가 많이 흔들려서 똑같이 기도했다고 한다. 서로 다른 비행기를 탔지만 같은 마음이었던 것이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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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와 우리나라는 시차가 있다. 2시간 느린 라오스에 도착을 하니 9일 11시 40~50분쯤 되었다. 입국 수속을 마치고 비엔티안 공항 밖을 나갔더니 아내가 핸드폰에 환영 메시지를 적고 손을 흔들며 방 겨 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5시간 만에 합체를 했다. 처음으로 아내 없이 아이들만 데리고 비행기를 탄 것, 여행지에 도착했는데 누군가 환영을 해주면 격하게 방 겨주는 경험... 나쁘지 않은 듯하다.


이렇게 우리는 라오스에 첫 발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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