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관 쉬고 자연임신 해보는 게 어떻겠냐

그녀의 걱정과 나의 선택 사이에 서서

by 끄적



"OO아, 시험관은 쉬고 자연임신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


이미 여러 번 들어온 말.

설명했고, 또 설명했고, 이해시켰다고 생각했던 이야기.


그런데도

나는 또다시, 같은 자리로 돌아와 있었다.


내가 자연임신이 어려운 이유를,

그래서 시험관을 해야만 하는 이유를

구구절절 내 입이 닳도록, 그녀의 귀가 닳도록

설명하고 또 설명했던 지난날들이 스쳐 지나갔다.


'또..설명해야 하네. 설명해야지 뭐.' 라는

생각과는 달리

입으로 먼저 터져 나왔다.


"엄마, 그만 좀 말했으면 좋겠어.

나 이제 자연임신 어려워.

자연임신 해도 유산되는 거 엄마도 봤잖아.

내 몸이야, 내 몸이라고 엄마."


엄마는 "알았다 알았어.." 하며 백기를 들었고,

감정이 오를 대로 오른 나는

나의 끓어오른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던 듯

한 자씩 꾹꾹 눌러가며 날카롭게 말했다.


"어, 지금은 전화 끊자."


내가 이 세상에서 살아가게끔

나를 낳아준, 내 몸을 만들어준

엄마에게

나는 그렇게 차가운 말을 뱉어냈다.




"OO아. 시험관 쉬고 자연임신을 준비하는 게 어떻겠냐.."



난임 진단을 받은 후

아기를 갖고 싶다며 시험관 시술을 하겠다고

오랫동안 다닌 직장을 그만둔 딸이

갖가지 실패를 몸소 겪고 있는 걸 지켜보셨다.


딸이 더 이상 힘들지 않았으면 해서

조심스럽게, 아주 조심스럽게

전한 걱정의 말임을 나는 안다.


시험관을 하고 있는 내가 제일 힘들지만,

엄마도 나만큼이나 마음이 힘들었을 것이다.




작년 초, 난임 진단을 받고

엄마에게 담담히 이야기하다

결국 나는 눈물을 훔쳤다.


"엄마가 미안해.."


건강하게 낳아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의미의 '미안해'

엄마 미안하라고 한 말은 아니었는데.


성인이 된 후 엄마 앞에서 운 적이 없던 나,

난임이라는 큰 벽 앞에서

참아왔던 눈물을 터트리면 엄마는 죄인이 되었다.


이후

시험관 시술 5차 만에 임신을 했다.


"너무 장해, 내 딸"


임신 소식에 그렇게 좋아하던 엄마.

스스로를 아끼라며

물건이 가득 든 무거운 장바구니를 대신 들고,

매주 몸에 좋은 음식을 만들어주던 고마운 사람.


하지만 임신 6주 만에 유산이 되었다.

3년에 걸쳐 3번의 유산력이 생겼고,

더 이상 방법이 없다는 생각에 벼랑 끝에 서있는 기분이었다.

어딘가에서 떨어지면 편해지려나 생각했던 때.


엄마에게만은 유산 소식을 담담히 전하려고 했으나,

결국

"엄마 나 이제 어떻게 해야 해"라고 말하며

엄마 품에 안겨 엉엉 울었다.



"엄마가 아기 꼭 낳게 해 줄게, 꼭"



엄마가 삼신할머니는 아니어서

아기를 낳게 해주진 못하지만,

그 말이 참으로 든든했다.



그 이후로 6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여전히 딸 걱정에 여념이 없는 엄마.


자연임신이 당연했던 시대에서

나와 동생을 낳은,

환갑을 앞두고 있는 우리 엄마는

아마 오늘도 생각할 것이다.


자연임신 충분히 될 텐데,

왜 시험관을 하겠다는 걸까.


내 몸은 내가 제일 잘 안다.

그리고

딸을 생각하는 엄마의 마음도 안다.


내가 얼른 아기를 만나야

이 모든 게 일단락이 되겠지.




"OO아. 시험관은 쉬고 자연임신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



아기를 만나기 전까진 언젠가 이 말을 또 들을 것이다.


이 말을 듣기 싫어서라도,

그리고 엄마까지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서,

나의 시험관 과정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감정을 숨기겠다며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하지만

세상에서 나를 가장 사랑해 주는 여성, 엄마.

엄마 앞에 서면

나도 모르게 아기가 된다.


엄마에게만 모진 말을 하게 되는 나쁜 딸은

내일은 그러지 않겠다고

또 한 번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