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이 준 교훈, '항시 겸손할 것'

by 끄적


2025년 2월

'극난저' 진단으로 난임이라는 낙인을 스스로 찍고


2025년 12월

7년을 근속하던 직장을 퇴사를 하기까지.

임신 성공을 바라며 뛰어든

시험관 시술 1차부터 10차가 되기까지.

그 사이 유산을 겪고 회복하기까지.



돈은 있고 시간이 없는,

건강도 잃어가던 직장인에서


돈은 쓰기만 하고 시간은 많은,

나를 지키기 위해 휴직주부가 된.


대학교 졸업 후 2개월을 제외하곤

늘 직장인 신분이었던 나는

지금의 시기가 불안하면서도 편안한 편이다.


직장 생활할 때 혼자 있는 걸 매우 좋아했다.

퇴사 후 실제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이 시간들에는 생각이 많아진다.

물론 잡생각도 포함.


뜻대로 되지 않는 임신에

모든 상황에 예민하게 굴었던 지난 날들.


예민했던 순간이 지나니 드는 생각은..

지금 나의 상태가 되기까지 꼭 거쳐야 했던 과정이었다.


나의 지금 상태는

좋은 편이다. 그리고 편안한 쪽에 가깝다.


나의 인생에서 이러한 변화의 시기가 주어진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이 시기가 없었다면 나는 어떻게 살고 있었을까?


늘 생각한다.


아마, 경제적으로는 여유 있었겠지만

마음은 항상 종종 대며 직장 스트레스로

내 몸 한 군데는 고장 나 있지 않았을까.


퇴사하지 않았으면 몰랐을 것들을

잔뜩 선물 받은 느낌이다.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른다,

그러나 좋은 대가도 분명히 있다.




시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중



그리고

이 시기를 보내면서 얻은 교훈이 있다.


"늘 겸손할 것"




내 삶을 영위함에 있어 상당한 결핍이 생기니

오히려 그동안의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자기 연민, 우울, 그리고 억울함과 분노, 창피함..

느낄 수 있는 부정적인 감정을 모두 겪은 듯하다.


그간 겸손하게 살았다고 자부했지만,

지난 시간의 나는 겸손했던 게 아니라 겸손한 척이었다.


일이 잘 풀릴 때면 사람들에게 "운이 좋았어"

속으로는 "이번엔 내가 잘해서"라고 생각했던 날들이 떠올랐다.

나는 위선자였나.


엄마가 나에게 늘 말씀하셨던 것,

"네가 잘했더라도

밖에선 곧이곧대로 말하면 안 돼.

미움받을 일이 생겨."

라고 할 때마다

"엄마, 내가 설마 입 밖으로 말하겠어? 걱정 마."


입 밖으로 말한 적은 없다

그러나


겸손한 척이 계속되다 보니,

나는 "내 인생은 잘 풀릴 거야."라고 속단했던 것이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살아오다 맞닥뜨리게 된 고난


"난임"


하면 된다고 믿었던 것들 중 안 되던 것 딱 하나, "임신"



나의 고난을 정면으로 마주하니

내가 겪지 않은 일들에 쉽게 평가하고 입에 올렸던

지난날들이 하나 둘 떠올라 창피함과 후회가 밀려왔다.


나에게 고난은 없을 거라며 자만했던 지난날에 대한 후회.


퇴사 이후 혼자의 시간이 많아진 1년의 시간,

그 시간 동안 변화된 내면,

감히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 였다고 말하고 싶다.





더 성숙해져야 할 마음가짐이지만

고난의 길을 걸으며 얻은 깨달음이 있다.



첫 번째 깨달음,

인생은 뜻대로 되지 않음을.



두 번째 깨달음,

고난이 나쁘지만은 않음을.

되려 성숙해질 기회를 얻었다는 것을.



세 번째 깨달음,

대가 없는 일은 없음을.



네 번째 깨달음,

언제 고난이 닥칠지 모르니 늘 겸손할 것을.



각자의 인생에는 고난이 숨겨져 있는데,

나는 이 고난을 그저 빨리 맞이했다고 생각한다.


이 고난을 극복하고 더욱 겸손해야지.

그리고

다른 이의 고난을 가벼이 여기며 속단하지 않을 것을 다짐한다.


나는 이제

해가 뜨기 전이 가장 어두움을 진정으로 안다.

나는 지금, 그 지점을 지나고 있다.



이 고난의 시간들이 나에게 깨달음을 준 만큼,

조금은 더 성숙한 사람이 되었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