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은 기다림이었고, 공부는 버티기였다.
* 2025년 10월, 두 번째 자격증 취득 후 작성한 글입니다.
3월 퇴사 후 7개월의 시간이 지났다.
퇴사한 이유는 단 하나, 시험관과 임신 준비 때문이었다.
퇴사 후엔 몸을 회복하고, 마음을 편히 두고,
그렇게 천천히 준비하며 기다리면 좋은 결과가 있을 줄 알았다.
막상 시간이 생기니, 마음이 불안했다.
시험관 진행은 계획대로 되지 않았고,
노력한다고 원하는 대로 되는 일도 아니었다.
그럴수록 하루하루를 허비하는 느낌이 들었다.
시험관이 중심이 된 내 생활에 깊이 잠겨 있다 보니,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들 투성이라고 느끼는 부정의 날들이 많았다.
문득 그 생각이 들었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해야 내가 좀 살겠다.'
그래서 공부를 시작했다.
일하느라 못했던, 평소에 하고 싶었던 공부부터.
하루 계획을 세우고, 진도를 맞추고,
작은 성취를 쌓아가는 일이 내게 큰 위안이 되었다.
그렇게 퇴사 후 6개월동안 자격증 2개를 취득했다.
취득 난이도가 높은 자격증은 아니었지만,
쉬는동안 눈에 보이는 성과를 냈다는 사실이 나에게는 큰 귀감이 됐다.
누군가에겐 별일이 아닐지 몰라도, 나에겐 꽤 큰 의미였다.
시험관은 결과를 예측할 수 없지만,
시험은 노력한 만큼 결과가 따라왔으니까.
그게 좋았다.
적어도 이건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내가 살아가며 경험하는 유형은 '과업중심형'에 가깝다.
그래서, 그에 맞는
나의 불안한 마음을 잠재우는 방법을 터득했다.
공부를 하고, 자격증을 취득하면 된다.
몸과 마음가짐이 중요한 임신 준비에서
적어도 내 몸을 상하게 하는 일은 아니니까.
노력대로 다 되지 않는 시험관,
이제 시험관 8차이니 8수생이라 쳐야 할까.
시험도 삼수가 넘어가면 포기를 고려한다는데,
고차수이지만 아직 '시작'이라며 마음을 다잡는다.
나는 이 시험관 시술을 계속 하는 이유는 뭘까.
나는 왜 이 시험을 계속 보고 있을까.
사실은 두렵다.
그만두는 순간,
그동안의 시간이 모두 실패가 되는 것 같아서.
내가 패배자가 될 것 같아서.
그래서 또 다음 회차를 준비한다.
그럼에도 시험관을 계속하는 이유는,
시험 공부처럼 하면 결국 답이 나올 거라는
어딘가의 확신을 아직 버리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시험관 시술에도 시험처럼
‘이렇게 하면 합격(성공)한다’ 라는
필승 공식이 있으면 좋겠다.
성취를 위해 공부한다고 생각했는데,
글을 써내려가며 생각이 바뀌었다.
"시험공부는 성취의 기록이 아니라, 나의 버티기 기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