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성옥 Apr 22. 2023

일주일에 하루만 일해서 천만 원 만들기

시급 13달러 받아가며 호텔청소하는 교수

“천만 원? 미국 교수는 연봉이 센가 봐?”

“주말에 호텔청소해서 모은 돈이에요.”

“시급 13달러로 천만 원을 모았다고요?”


모두가 의아해하는 건 그깟 시급 얼마나 받는다고 교수가 주말에 호텔 청소를 하냐는 것이었다. 


"작은 돈이라서 벌지 않으면 큰돈은 언제 만드나."


목표는 천만 원

벽돌 한 장 한 장 쌓아서 건물을 지어 올리듯, 작은 돈이라도 벌어서 모으면 큰돈이 될 거라고 믿고 싶었다. 

내가 주말에 일하는 호텔에서는 하우스키핑 시급이 $13부터 시작이다. 슈퍼바이저의 리뷰를 거쳐 매달 조금씩 시급이 오른다. 지난 2년간 일하며 나의 임금은 시급 $17까지 올랐다.


아무리 계산기를 두들겨 보아도 당시 시급 $13로 큰돈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은 현실 가능성이 없는 그저 허황된 꿈만 같았다.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은 반대 심리가 치솟았는지 이상하게도 그 꿈을 실현해보고 싶었다. 

내가 선택한 방법은 애사심을 곁들여 메리어트사에 투자를 하는 것이었다. 시급을 받는 족족 메리어트 주식을 사기 시작했다. 주말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일 년이 지나자, 많은 사람들에게 무시받던 그 작은 시급이 모이고 불어 천만 원이 되었다.


천만 원을 만들 것이라는 목표를 세울 수 있었던 건 어린아이도 생각할 수 있었던 아주 간단한 경제적 원리였다. 아빠 만나러 한국 가려고 예약했던 항공권 까지도 취소가 된 상황인데, 호텔 수영장에서 하려던 생일파티까지 취소를 해야 하니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닌 딸아이가 물었다. 


“엄마, 코로나 끝나면 호텔 수영장에서 생일파티 할 수 있는 거야?”

“그렇겠지. 올해 못한 생일파티 아껴두었다가 그때 한꺼번에 신나게 놀자.”

“그럼 그때 가면 호텔에 손님 많아지겠다. 사람들이 여행도 다닐 거고 못 만났던 가족들도 만나러 비행기도 타고 그러겠다. 우리도 아빠 보러 갈 수 있겠다.

“오… 네 말이 맞아. 그때 되면 호텔도 항공사도 다시 살아나지 않을까 싶네.”

2020 MAR 주가 급락을 보여주는 라인차트 (출처: 로빈후드) 

팬데믹으로 호텔은 적자를 내고 있었고 1주당 $152 하던 주가가 3개월 사이에 $59까지 급락했었다. 10살짜리 딸아이와의 간단한 대화는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시장의 흐름을 깨닫게 해주는 순간이었다. 저가에 매수할 기회인데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가난했던 유학시절

내손에 단돈 $100이 없어서 전전긍긍하던 유학시절이 있었다. 어떤 달에는 통장 잔액이 바닥이어서 집안 온 구석을 뒤져 동전까지 긁어모아 전기세를 낸 적도 있었다. 우리 부부가 유학생활을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유학자금 예산에 차질이 생겨버렸다. 2008 글로벌 금융위기로 환율이 최고점을 찍었을 때는 1962원까지 올랐었다. 많은 유학생들이 귀국하기 시작했고, 우리 부부는 빚을 내서라도 배움에 투자해 보기로 했다. 남편이 석사를 마치고 귀국해서 버는 월급으로 틈틈이 빚을 갚아가면서 쪼개고 쪼개 생활비를 보내주고 있던지라 내 아무리 힘들어도 뭐라 투정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여가생활 없이 아이들 기저귀 사고 먹거리 좀 사면 나에겐 청바지 한벌 사입을 여력이 없었다. 졸업할 때 무릎에 구멍이 난 청바지를 쓰레기통에 버리며 한이라도 푼 듯 속이 시원해진 적이 있었다.


일할 수 있는 몸

합법적으로 일을 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거 자체가 너무 감사하다. 일을 하고 싶어도 유학생 비자라는 그 신분 때문에 일을 하는데 제한이 있었다. 때문에 이렇게 떳떳하게 노동의 대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다.


선택

만나면 느을 신세한탄을 하는 하우스키퍼가 있다. 남편은 무직이고 청소를 해서 아이 둘을 키운다. 생활비가 빠듯해 절대 여유가 없다고 했다. 솔직히 내가 봤을 때 절대는 아니다. 나보다 비싼 바지를 사 입고, 네일숍에서 손톱관리를 받고, 출근할 때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사 마신다. 그 친구에게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 스타벅스 커피 마실 돈을 모으는 것부터 선택을 할 수 있다. 스타벅스 커피를 죽어도 양보할 수 없다면 마시는 횟수를 줄이거나 프라푸치노 대신 블랙을 마실 수도 있다. 네일관리를 한 번만 양보하면 스타벅스 주식 1주를 살 수 있다. 딱 1주만 사도 주주가 되는 것이다. 루루레몬 바지를 한벌만 양보하면 스타벅스 주식 4주를 살 수 있다. 아끼고 모아서 주식을 사는 것 만이 최고의 선택은 아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선택 중에 신세한탄은 분명 좋은 선택이 아니다. 신세를 한탄할 시간에 뭐라도 목표를 세워 실천하는데 건강한 선택이지 않을까 싶다.


새로운 목표

천만 원을 만들어 보니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조기은퇴.


“꿈도 크네. 천만 원 모았다고 무슨 조기은퇴를 꿈꾸냐. 허상이다.” 


작은 돈을 무시하면 안 된다. 나에게 천만 원을 만들어주지 않았는가. 나는 종신교수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종신교수란 내가 마약을 하거나 학생과 성관계를 갖는 드라마틱한 일을 하지 않는다면 죽을 때까지 이 대학에서 교수로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정년이 없는 종신교수가 되기까지 너무나 힘들었는데 되자마자 은퇴를 꿈꾼다. 파이어족이라 하기엔 늦은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불가능할 거라고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교수가 되기까지의 유학생 과정, 졸업 후 종신교수가 되기까지의 과정에서 이미 지쳐버린 걸까. 백발이 되어서까지 강단에 서 있는 내 모습이 상상이 안 간다. 불가능하게 들리겠지만 은퇴라는 꿈만 꿔도 가슴이 설렌다. 목표가 생기니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한 길을 다져나가는 쏠쏠한 재미도 있다.


* 이 글은 <나에게 솔직해질 용기>에 담긴 에세이의 일부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