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부 시급을 무시하면 안 되는 이유
교수나 잘해라
“니 미친 나?”
대구에서 이민 오신 복귀이모가 자식 혼내듯이 말하셨다.
“니 마 교수나 잘해라, 뭔 청소가!”
복귀이모는 내가 미네소타로 이사 온 첫 해에 딸내미 생일파티 해주던 호텔에서 처음 만났다. 내가 지금 일하는 그 메리어트 호텔 말이다. 복귀이모 또한 돈이 필요하기보다는 집에 그냥 앉아있느니 운동삼아 주 이틀 파트타임으로 일하신다. 많은 사람들이 시급 얼마나 받는다고 교수가 막노동을 하나 의아해한다.
막노동 시급으로 벤츠를 주문하다
지금 내 시급은 17달러이다.
지금 환율로 22,500원 꼴이다.
토요일 6시간 아르바이트하면 135,000원을 버는 셈이다.
한 달이면 540,000원이다.
맞다. 내가 꼴랑 시간당 17달러를 벌기 위해 꿀 같은 주말 6시간을 호텔에서 청소를 한다는 건 기가 막힌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내가 일주일에 딱 하루만 알바를 해서 540,000원을 벌 수 있다면, 신형 벤츠 할부금을 낼 수 있는 거다.
호텔에서 자동 입금되는 월급통장에 닉네임을 붙일 수 있다. 그래서 그 통장을 “벤츠”라고 지었다. 그리고 벤츠를 주문했다. 벤츠는 맞춤형 주문을 받기에 주문을 도와줬던 매니저와 한참을 앉아서 옵셥을 하나하나 추가하는 과정에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두 시간만 더 일하면 이런 옵션도 추가할 수 있겠군. 두 시간이면 집에 드러누워 드라마도 볼 지라, 까짓것 드라마 틀어놓고 두 시간 더 청소하고 이 옵션을 추가해야겠다."
노동, 할 수만 있다면
나에게는 지독히도 가난했던 유학시절이 있었다. 장학금 받는 돈으로 월세를 내고, 남편이 힘들게 보내주는 돈으로 간신히 기저귀와 입에 풀칠을 할 정도로만 살아봤다. 유학비자로 돈을 번다는 것은 불법이었기에 늘 돈을 버는 상상을 했다. 할 수 만 있다면 식당에서 접시라도 닦고 싶다고. 시급 10달러만 받아도 스테이크고기 사 먹을 수 있겠다고. 내가 일을 할 수 만 있다면 뭐든 해서 이 가난한 유학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작은 돈이 얼마나 소중하고 큰지 확실히 이해했다.
사람들이 우습게 보는 시급 17달러는 결코 작은 돈이 아니다. 내가 청소를 한다고 했을 때 “그런 일"을 왜 하냐며 놀라는 사람들이 있다. 이 사람들에게는 공통점들이 있다. 사지 멀쩡하면서도 일을 하지 않는다, 4년제 대학까지 졸업했다, 자존심이 강하다, 명품가방 하나정도는 있다, 청소 같은 일은 절대로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부족함을 투덜거린다. 투덜거릴 시간에 시급 17달러라도 벌을 수 있는데 말이다.
* 이 글은 <나에게 솔직해질 용기>에 담긴 에세이의 일부입니다.
* 사진출처: Mercedes-Benz USA 공식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