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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스칼렛 Sep 22. 2023

현재를 잘 살 수 있는 방법 중 하나

감성과 느낌의 미학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세계문학책에 본격적으로 재미를 가지게 되면서 틈만 나면 책을 읽는 것을 즐겼고, 그러면서 저의 운명의 전공으로 일찌감치 정해진 피아노를 연습하고, 틈틈이 일기 같은 어떤 글들을 끄적이기도 했습니다.

어른들은 책은 많이 읽으면 좋다고 했고 특히 그중에서 선두에 자리 잡고 있었던 세계문학은 나의 이해도를 떠나 읽었다는 것 자체에 어떤 큰 의미를 주기에 모자람이 없었습니다. 거기에 종교생활로 묵상과 성찰, 반성들을 틈틈이 했으니 제가 느낄 수 있는 감성적인 영역은 계속 무엇인가로 건드려지고 있었던 것이죠.

거기에다 어린 나이답지 않게 나무와 산, 바람과 구름, 풀과 꽃 등을 좋아하는 취향은 어두운 대로, 밝은 대로, 즐거운 대로, 슬픈 대로 그 어떤 영감과 생각들을 마주치는  일상의 경치와 함께 저에게 불어넣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내 인생의 중요한 나침반이나 다름없었던 '피아노'라는 전공은 저의 약한 청음 능력, 부족한 준비, 한 곳에 진득하게 몰두하지 못하는 성격으로 인해 취업으로 연결되지 못했고 이러한 상황은 경제적인 여유로움을 꿈꾸던 저의 미래의 이상적 희망에 좌절과 낙담을 끼얹었습니다. 그때의 상황과 맞물리면서 도대체 문학의, 음악의, 감성의 이로움은 뭘까 회의적으로, 비관적으로 생각을 하기도 했었죠. 막말로 이야기하자면, 과연 이것을 내가 좀 더 안다고 하여 현실적인 경제적 영역에는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인지, 그야말로 허울만 좋은, 이미 가진 자들이 누릴 수 있는 사치의 영역이 아닐까 그런 생각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의 저는 여전히 하나의 음악에 꽂히면 하루종일 선율이 귓속을 맴돌고, 마음에서 울렁거리는 온갖 생각과 느낌으로 옴짝 달짝 못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직면해야 했습니다. 이런 저를 바라보면서 차라리 덜 감성적이고 냉정한 사람들은 오히려 삶을 더 편하고 현명하게 살아낼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죠.






그런데 우리는 아직 삶을 다 산 것이 아닙니다. 지금 몇 년을 살아왔고 평균 수명에서 내 나이 기준으로 몇 년을 더 살 수 있다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이미 제 주변에는 마흔이 채 되기도 전에 세상을 떠나신 분들도 몇 분 계시고 뜻하지 않게 병이나 사고 등 안타까운 일을 당하셔서 본인이 계획하신 일들을 전부 수정해야 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바로 현재를 사는 것이 중요하고 현재를 오롯이 느끼고 즐기는 것이 중요하며, 현재에 충실하게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입니다.


그런데 지금, 결혼을 하고, 아이를 셋이나 낳아 한창 키우고 있는 제 나이에, 비로소 문학과 음악, 자연으로 오랜 시간 유지하고 이어져 왔던 감성의 제대로 된 맛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물론 매일 치러 내야 하는 집안일, 육아, 경제적 현실 안에서요. 어쩌면 이런 내키지 않고, 안 했으면 하는 일상의 자잘한 문제들의 소용돌이 중심에 있기에 오히려 느낌들이 소중하고, 이런 것을 오롯이 음미할 수 있게 주어지는 혼자만의 자유시간이 더할 나위 없이 귀중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작가들처럼 걸출한 표현으로 멋들어지게 나타낼 수는 없지만, 여러 사람의 마음을 울리고 넓게 번져 나갈 만큼 느낌의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아니지만, 작은 자연의 변화에도 마음이 두근거리고, 누군가가 적어 내려간 짧은 글귀에도 감동을 받는 제가 좋습니다. 그리고 행복합니다.

제가 느끼는 생각과 감정을 온전히 전할 수 있는 제 능력도 마음에 들고, 그것을 받고 공감해 주시는 분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입니다. 젊은 날, 미래에 대한 불안 속에서 이런 감정들이 거추장스럽고 불편한 것이었다면, 어느 정도 인생을 살고, 사람을 알고, 경험한 것들이 있는 현재의 무게감 속에서는 오히려 이런 자잘하고 생기 돌고, 무뎌지지 않게 나를 일깨워주는 이런 감성들이 참 좋습니다.


 그래서 전 오늘도 저의 감성과 느낌을 쫓아 하루를 알차게 살아보고자 합니다. 하루를 살더라도 후회 없이 살기 위해서요. 오늘도 느낄 수 있기에 감사하고 그 마음을 표현할 수 있음에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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