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올해 8월에 입문한 새내기작가입니다. 그래서 아직 소통하는 작가분이나 이웃분들이 잘 없는데, 그 와중에 저랑 댓글을 주고받는 작가님 중 한 분이 '첫 책'을 출간하셨습니다.
'시절인연'
바로 '은둔호랑 e(이은호)' 작가님이 집필하신 책 제목입니다.
저보다 한창 연장자이셔서 그런지, 아니, 본래 그 작가님의 인품 자체가 넉넉하시고 온화하신 분이신 것 같습니다. 제가 이 작가님을 알게 된 계기는, 다른 작가님께 남긴 댓글을 보고 무작정 '은둔호랑 e'님의 글을 읽으러 갔었습니다. 그리고 댓글을 달았었어요. 글 내용만 보면 제가 잘 모르는 영역이었지만 그래도 저의 댓글에 상냥하고 차분하게 말씀해 주시는 부분에서 아마 제가 작은 감동을 받지 않았었나 싶습니다.
서로 글을 읽어주고 댓글을 달아주다 보니, 제가 '은둔호랑 e(이은호)'작가님의 첫 책과 함께 빵을 선물로 받는 영광까지 누리게 되었습니다. 물론 온라인 서점에 서평을 달아 줄 모집광고에 제가 자진해서 신청을 한 이유가 가장 크겠지만요.^^
작가님은 각기 독립적인 단편소설 10편을 집필하셨습니다. 우선 제가 온라인 서점에 남긴글부터 소개해 볼까요?
"이 책은 10개의 짧은 독립적인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한 문장 한 문장에 사물을, 자연을 예사롭게 보지 않는 작가님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고 그러면서도 누구나 느껴봤을 듯한, 설렘과 가슴 뜨거움을 아주 실감 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결혼을 하지 않은 미혼에게는 어떻게 연애를 해야 할지, 어떤 방식으로 마음에 드는 이성을 내 사람으로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훌륭한 전략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미 연애와 결혼의 경험이 있는 기혼자나 중년층 이상에게는 옛 기억을 소환시켜 공감하면서 킥킥 웃을 수도, 아련했던 지난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한껏 추억에 잠기는 마법의 시간을 제공해 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이야기 가운데에는 가장 중요한 순수함과 진심이 있습니다. 그래서 다 읽고 나면 가슴이 훈훈해지고 따뜻해지는 책입니다. 그래서 이 책이 무척 마음에 듭니다. 사람의 마음을 담고 있고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보편적인 우리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밀도 있는 짜임새로 하루 만에 완독을 이끌어 내는 이 책을 강추합니다. "
이렇게 적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책을 읽으며 생각을 했죠.
비록 이것이 소설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작가님의 경험과 감정과 추억이 내심 어느 인물에게든, 이야기 속에든 투영되어 있을 것이라고요. 아니면 이렇게 상세하면서 그 감정을 잘 끄집어낼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 내용 어느 곳에 작가님의 경험이 녹아들어 있을까 찾아보는 것도 마치 숨은 그림 찾기처럼 무척 흥미로운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에 이렇게 '작가의 말'을 남기고 계셨어요.
"글을 쓴다는 건 언제나 설레는 일이다. 그것도 소설을 쓰는 건 나에게 더 큰 의미가 있다. 나의 어린 시절은 참 힘들었다. 가난했고 환경이 좋지 못했고 우울했다. 그런 마음을 달래 준 게 독서와 글쓰기였다. 집에 변변한 책이 없었기에 친구에게서 빌려 읽었다. 한때 문학가의 꿈을 꾸기도 하였으나 먹고사는 데 바빠 그 길로 가지를 못하였다.
나는 내 어린 시절은 '나'로 시작하는 일인칭의 에세이로 쓰지 못한다. 진솔하게 그 시절을 털어놓는 게 여전히 두렵다. 그래서 '그'로 표현되는 삼인칭의 소설로 글을 쓴다. 이 소설집에 나오는 현수, 동철, 정현을 비롯하여 많은 인물과 배경들이 내 어린 시절을 대신하고 있다. 그들을 통해서 내 어린 시절을 돌아보고 또 꿈을 실어서 그려내려고 하였다. 내 이야기가 독자들에게 어떤 감흥을 불러일으킬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잠시 머무는 시간을 가져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자신이 꿈꾸는 일을 마침내 완수하여 현실에서의 결과물로 내 보일 때 얼마나 가슴 벅차고 울컥하셨을까요?
그래서 저도 아직은 아득하지만 저 멀리서 다가오고 있는 저의 꿈인 '책 출판'에 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의 책은 과연 어떠한 내용으로 채워지게 될까요?
각종 운동과 스포츠를 즐기는, 활달하고 씩씩한 아줌마의 이야기를 그려 나가게 될까요? 블로그와 브런치,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모임에서의 인간관계의 확장과 더불어 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았었던 지적 성장과 넓어진 정신세계의 확장을 기술하게 될까요?
아니면 자연으로부터, 역사로부터, 사람으로부터 받았던 영감과 느낌을 이해인 수녀님처럼 아름답고 맑은 언어로 표현하는 그런 글을 남기게 될까요?
그 어떤 내용을 담게 되더라도 사뿐히 날아왔던 나비의 날갯짓이 순간 작은 기쁨을 주듯, 읽으시는 분들 마음에 기분 좋은 점 하나 살짝 남길 수 있는 글이 되면 좋겠습니다.
이은호 작가님께서 책을 보내실 때, 친필로 문구도 적어 주셨고 직접 손수 만드신 빵도 정성스럽게 포장하여 같이 넣어주셨습니다. 그 마음과 정성이 너무 감사했습니다. 이제는 저의 출판의 이유가 하나 더 생겼습니다. 저도 언젠가는 새 종이 느낌이 아직 가시지 않은 빠닥빠닥한 책에 작은 선물 하나 담아 택배 보낼 수 있는 그날을 꿈꾸며 열심히 글을 적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