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글쓰는 스칼렛
하늘에서 내려온 투명한 방울들이
톡톡 얼굴을 스치면
세상 모든 생명들이 눈을 뜬다.
촉촉한 쓰다듬의 부드러운 손길은
풍성하고도 오묘하게
구석구석으로 매끄럽게 전해져 간다.
안으로 안으로...
더 깊숙하고 어두운 곳으로...
조용하고도 빈틈없는 몸놀림에
생명의 기적들이 다시 한번 재현된다.
작은 새는 가볍게 바르르 떨며
깃털의 물을 공기 중에 흩뿌린다.
연둣빛 풀잎은 둥근 곡선을 그리며
빗방울의 자유로운 여행을 허락한다.
저 멀리 드러누운 갈색의 흙은
하얀 입김을 몰아내며
온몸으로 빗방울을 받아 안는다.
움츠려있던 작디작은 새로운 생명,
이제야 비로소 고개를 들어 올리며
세상을 향해 환하게 미소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