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운 대로 살 수 있을까? 2부
결과로써 과정을 입증한다.
결과가 안 좋더라도 과정을 중요시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과정이 안 좋더라도 결과를 중요시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둘 중에 어느 하나가 맞다고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어느 하나가 틀렸다고 할 수도 없는 굉장히 어려운 질문인 것 같습니다. 제 의견을 먼저 말씀드리자면 과정보다 결론을 더 중요시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단편적으로 봤을 때 사람들은 얼마큼 열심히 했는가 보다 얼마큼 잘했느냐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과정이 아닌 결과물만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결과주의
철학에서 결과주의 라고 하면 대표적인 말이 하나 있습니다.
거짓말이 나쁜 것이 아니라,
그 거짓말이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면
나쁜 것이다.
정말 말 그대로 결과로써 모든 걸 판가름한다는 뜻입니다. 저는 원래 과정을 굉장히 중요시 여겼습니다.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NBA에서 뛰고 있는 농구선수인 야니스 아데토쿤보라는 선수는 기자회견에서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우승을 하지 못했다고 해서, 이 경기를 이기지 못했다고 해서 실패한 건 아니다. 여기 계신 모든 분들도 매년 승진하는 것도 아니고, 승진을 못했다고 실패한 것도 아니다. 그저 그렇게 흘러가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계속해서 배울 뿐이다" 저는 이 말을 듣고 크게 동요했습니다. 하지만 결과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도무지 떨쳐낼 수 없었습니다. 그 이유를 찾자면 20살 대학에 입학한 후로부터 인 것 같습니다.
330시간으로 2시간 만들기
대학교 1학년 1학기 기말고사 과제로 '이금기 요리대회'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중식요리과목의 과제였고 뒤늦게 요리를 시작한 저에게는 첫 대회였습니다. 대회 일정이 나오고 저는 대회에 제출할 요리를 만들기 위해 요구조건에 맞추어 3주를 꼬박 연구하고 또 연구하였습니다. 대회 경험이 없는 저는 도무지 감이 잡히지가 않았습니다.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무엇을 만들어야 할지도 몰랐습니다. 심지어 양식을 전공하고 있던 저에게 중식은 생소하기만 한 과목이었습니다. 이때 제가 선택한 방법은 무작정 시작하기였습니다. 여러 자료들을 찾아보고 전에 했던 대회의 작품들을 하나하나 찾아봤습니다. 시장을 찾아가 2시간 조금 넘도록 돌아다니며 식재료를 둘러보기도 하였습니다. 어느 누구는 비웃을 수도 있습니다. 그저 기말과제 하나에 이렇게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는 것에 말입니다. 하지만 저에겐 이 대회가 다른 이들과는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요리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나가는 오직 내가 의도한 음식을 평가받을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그렇게 저는 후회 없는 요리를 만들었고 지금도 사람들이 제 요리를 궁금해하면 보여주는 접시가 되었습니다.
결과로써 과정을 지우다
그렇게 열심히 노력한 결과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때 당시에는 정말 많은 노력을 하였고 최선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되돌아보면 정말 최선이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다소 어색한 가니쉬 선택, 난잡해 보일 수 있는 플레이팅, 색감을 잡아먹는 검은 접시 선택. 첫 대회니까 잘했다는 말은 보기 좋게 포장한 것에 그칠 뿐입니다. 최선을 다해 준비한 과정이 결과로 완벽히 지워지는 경험을 하게 된 것입니다. 과정에 있어 안 좋은 일들이 많았고, 과정에 있어 힘든 일 들이 많았더라도 결과가 좋았다면 그 과정들은 모두 좋은 추억으로 남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과정에 있어 좋은 일들이 많았고, 과정에 있어 행복한 일들이 많았더라도 결과가 좋지 않았다면 지우고 싶은 기억으로 자리 잡게 될 것입니다.
결과만 바라보는 과정
이 일을 계기로 많은 것을 배웠고 저는 삶의 색다른 방향성을 제시하게 되었습니다. 열심히 한다고 모든 것이 잘 되는 건 아니니 과정에 의미를 두지 않겠다고 말입니다. 대신에 과정이 어떠하던 결과만 바라보고 매사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과정에 있어 얼마큼 힘들었고 얼마만큼의 노력이 들어갔는지 사람들은 궁금해하지 않습니다. 대신에 그 과정들을 사람들이 궁금하게 만드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결과로 증명하는 것입니다. 결과만을 중요시하다 보면 주변을 놓치는 경우가 생기는 게 다반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신경을 100% 결과에 집중하는 건 더욱더 안 좋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적당히 결과를 위해 달려가고 성공을 갈구하나 주변을 챙기면서 나아가는 게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모범답안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