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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은 순간이다

배운 대로 살 수 있을까? (1)

by 지호
고통은 순간이지만
포기하면 영원히 되돌릴 수 없다



이 문구는 저의 좌우명입니다. 몇 살인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그때 당시 아버지가 저에게 자주 해주시던 말이었습니다. 그땐 이 말의 뜻을 잘 몰랐습니다. 고통이 무엇인지도, 포기가 무엇인지도. 하지만 점점 성숙해져 가며 이 말의 뜻을 깨닫기 시작하고 중고등학교 좌우명 발표 시간 때 항상 이 문구를 말했습니다.


고통이란 무엇일까?


'고통'이란 단어는 성공한 이들의 명언에 자주 사용됩니다. 그만큼 고통이 동반되지 않으면 본인이 만족할 만한 성공을 이끌어내기 힘들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고통이랑 비슷한 단어로는 아픔, 실패, 좌절 등이 있는 것 같습니다. 듣기만 해도 한쪽이 아려오는 부정적인 의미를 담은 단어들입니다. 하지만 삶을 설명하려면 부정적 단어들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저한테 고통이라 하면 '억압'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무언가를 하고자 하지만 그것을 못하게 막는 무언가가 저를 고통스럽게 합니다. 요리사라는 직업을 향해 노력하지만 원하는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할 때 고통을 느끼고, 응원하는 농구팀이 이기기를 바랬지만 패배라는 결과가 나올 때도 고통을 느낍니다. 이 외에도 고통을 느끼는 경우는 굉장히 많습니다. 이로서 어느 정도 증명이 된 것 같습니다.
고통은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단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부정적의 긍정적 측면


정상급 셰프들이 사용하는 칼은 수천수만 번의 망치질로 만들어졌고, 정상급 스포츠 선수들도 수천수만 번의 실패로 단 한 번의 기록을 만듭니다. 아름다운 보석들도 수천수만 번의 세공을 거쳐 진정한 보석으로 거듭납니다. 삶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부정적인 영향 없이 긍정적인 영향만 받으며 살아간다면 그 사람은 자그마난 충격에도 쉽게 무너지고 좌절할 것입니다. 계속되는 충격과 외부자극으로 점점 단단해져 가는 게 자신의 삶을 키우는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비교적 학창 시절 많은 자극과 충격을 받으면서 자라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하고 싶은 일 웬만해선 하게 해 주시는 부모님 덕분인 것 같습니다. 제가 외부자극을 가장 많이 받은 시기는 20살 이후인 것 같습니다. 첫 대학생활, 그리고 군대. 이렇게 2개의 자극은 저를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망치 같은 역할을 했습니다.

내면의 성숙


저는 성격이 굉장히 외향적이고 자기주장이 강한 편입니다. 본인의 잣대가 뚜렷하고 남들에게 쉽게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지만 안 좋게 보면 남들의 의견을 귀담아듣지 않고 본인이 하고 싶은 대로 살아가는 인간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사회에 처음 던져진 저는 자신감에 가득 차있었습니다. 세상에 날 맞추는 것이 아닌 세상이 나에게 맞추도록 하는 게 목표일 정도였습니다. 남들이 나에게 하는 조언은 우스워 보였고, 다른 이들의 지적을 받아들이는 건 나 자신을 강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아닌 나 자신을 낮추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내면이 성숙한 사람은 많은 말을 하기보다 많은 말을 듣는 것에 집중하였고, 남들을 지적하기보다 남들이 하는 지적을 수용하는데 집중하였습니다. 이를 깨닫고 저는 말보다 듣기를 지적보다 수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자신감과 오만은 한 끗 차이구나.

포기란 무엇일까?


포기라는 단어를 들으면 저는 가장 먼저 힘이 빠집니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쌓아둔 것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포기가 최선일 때도 있습니다. 포기하지 않으면 본인이 무너져 내릴 것 같을 때, 노력하는 자기 자신보다 모든 걸 내려놓고 안식을 취하는 본인이 더 행복할 때, 등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아버지는 포기가 최선일 때의 상황을 알려주시기 위해 이 말을 저에게 하신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본인이 무너져 내려갈 것 같은 그 고통을 견디고 꼭 목표에 도달하기를 바라셔서 아마 저 말을 해주셨을 겁니다.



"고통은 순간이지만, 포기하면 영원히 되돌릴 수 없다."

정말 멋있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 말 덕분에 버틸 수 있는 순간도 많았습니다. 스스로 고통은 순간이라고 되뇌이면서. 하지만 반대로 아버지께 물어보고 싶을 때도 많습니다. "고통은 순간이 아닌 것 같다"라고 말입니다. 순간순간이 모여 영원이 될 수도 있단 생각을 했습니다. 도저히 이 굴레 속에서 빠져나갈 기미가 보이지 않을 때도 있었습니다. 정말 포기하면 모든 게 다 편해질 것만 같은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저 문구를 떠올리며 순간이라 스스로 머릿속에 각인하고 살고 있습니다. 위에서 했던 말처럼 고통은 나 자신을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도구라고 말입니다. 지금도 저를 포함한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 모두 고통 속에서 살고 있을 겁니다. 누군가는 약하게 또 누군가는 버틸 수 없을 만큼 강한 고통 속에서 말입니다. 이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포기한다면 삶의 마침표를 찍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고통을 나 자신을 더욱더 멋있고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하나의 장치라고 생각하고 계속해서 정진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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