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생활 - 언어 배우기: 일본어 교실
나고야 국제센터에 갔다.
남편의 권유로 나고야 국제센터에서 진행하는 일본어 교실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혼자 계속 지낼 수는 없으니까 용기를 내서 타인을 만나기 위해 한 발을 내디뎠다.
어떤 일이든 시작을 어려워하는 성격이어서 국제센터에 가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렸다.
일본에 오기 전부터 마음을 먹었었지만 이런저런 핑계로 미루고 미뤘다가 더 이상은 미룰 수가 없어서 가기로 했다.
용기를 내서 국제센터에 갔는데 아쉽게도 이미 접수가 마감이 되어 캔슬매칭만 가능하다고 했다.
캔슬매칭은 취소하는 사람이 생길 경우 참가할 수 있는 대기를 걸어 놓는 것이라고 했다.
다음 수업은 5월에나 새로 시작을 한다고 했다.
'진작에 와볼걸..'
캔슬매칭이라도 해 놔야겠다는 생각으로 연락처를 남기기 위해 해당 부서가 있는 4층에 갔다.
바빠 보이는 사람들.
조심스레 일본어교실 캔슬매칭을 하기 위해 왔다고 얘기하고 기다리니 담당자분이 오셨다.
다행히 오전 수업은 아직 자리가 있어서 바로 수업을 들을 수 있다고 했다.
'와보길 잘했군.'
간단하게 일본어 대화를 진행했다. 수업을 들을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통과. 다행이다.
온 김에 도서관 카드도 만들기로 했다. 일본어를 잠깐 사용했다고 자신감이 붙은 걸까?
씩씩하게 도서관 카드를 만들러 갔는데 '빌리다 借りる(かりる)'라는 단어가 갑자기 생각이 나지 않아서 당황을 했다. 담당자분이 상냥하게 대응을 해주셨고 어디에서 왔는지 물어보시며 한국어로 된 신청서를 건네주셨다.
그렇게 카드 신청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괜히 웃음이 났다.
실수를 하긴 했지만 혼자 첫발을 내디딘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고 할까?
그렇게 시작된 국제센터 일본어 교실.
첫날은 수업 시간보다 30분 일찍 가서 레벨 테스트를 하고, 해당 교실에 참여하게 되었다.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한국분들도 있었다. 보통은 한국분은 없다고 하는데 운이 좋다고 해야 하는 걸까?
일본어 교실은 문법이나 단어 등을 공부하는 것은 아니고 하나의 주제에 대해 자원봉사자분들과 일본어로 1시간 30분 동안 대화를 하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자원봉사자 1분과 참가자 2명이 한 조가 되어 대화를 한다.
8개월 정도 온라인으로 일본인 선생님과 1:1 대화만 줄곧 해왔기 때문에 2명 이상이 대화를 하는 건 처음이라 정신이 없었다.
한국어로 생각하고 일본어로 바꿔서 말을 하다 보니 답도 느리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어려웠다. 말의 속도도 제각각이고 발음도 다르고.. 진땀이 났다.
긴장돼서 단어도 생각이 잘 안 나고.. 어쩌지? 수업 중간중간 당황하기 일 수였다.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수업이 끝난 후, 한국분과 연락처를 교환했다.
일본에 온 후 처음으로 교환한 연락처.
단지 연락처를 교환했을 뿐인데 이렇게 기분이 좋다니.
이런 걸 보면 나, 정말 사람과의 교류에 굼주렸나보다.
수업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수업 시간을 되뇌며 연속되는 뒷북.
'아!! 이렇게 말을 했어야 했는데', '아!! 왜 이렇게 얘기 못했지?', '아!! 이런 말이었구나?' 등등 아쉬움을 잔뜩 끌어안고 집으로 오는 내내 혼자 일본어를 내뱉으며 돌아왔다.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을까? 좀 익숙해지려나?
어느덧, 일본어 공부를 시작한 지 1년이 되어간다. 히라가나도 몰랐던 1년 전의 나에 비하면 지금의 나는 제법 일본어 실력이 늘었다. 하지만, 일본에서 살아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력이다.
어리지 않은 나이에 새로운 언어를 배운 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것 같다. 다시 어린아이로 돌아가 걸음마부터 차근차근 배워야 하는데 마음의 여유는 없고 자꾸 조급증이 생겨 기억이 잘 나지 않는 나를 괴롭힌다.
모국어가 아니니 잘 못하는 건 당연한 거고, 배움의 속도가 느릴 수도 있는 것인데, 머리로는 이해를 하지만 받아들이지는 못하는 상황에 자꾸 자존감이 떨어지는 나를 어찌해야 할까?
언어는 자신감이라는데 틀리는 게 무섭고, 빨리 말하지 못해서 긴장이 되고, 발음이 어색해 부끄러운 나를 어찌해야 하지?
과연 나는 이 모든 걸 이겨내고 일본어를 마스터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