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교수님, 그러시면 제가 곤란해요.
얼마 못 갈 줄 알고 있다.
2023. 7. 25.< 사진 임자 = 글임자 >
"이제 아침을 안 먹어야겠어."
"또 어디서 무슨 소리를 들으셨길래 그래?"
"응, 하버드 교수가......"
"또 귀가 없어지셨구만?"
"아침을 안 먹는 게 더 좋대."
"과연 이번엔 며칠이나 갈까? 이틀?"
내가 근거도 없이 하는 말이 결코 아니다.
언젠가 그는 '간헐적 단식을 하겠다'라고 선언하고 '무려' 이틀씩이나 '먹이'를 흡수하지 않은 전과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말하곤 했다.
"며칠 안 갈 거 같은데 그냥 잡솨~"
"그 하버드 교수가 말이야."
그는 일장연설을 시작했다.
"난 관심 없는데?"
"아침을 안 먹는 게 더 좋다잖아. 이제부턴 아침 안 먹어야겠어. 그러면 몸도 더 가벼워지겠지?"
"며칠 만에 그만 둘 거면서 그냥 먹던 대로 먹으라니까!"
"아니야. 이제부턴 안 먹을 거야. 그러니까 내 아침밥은 신경 안 써도 돼."
아니, 더 신경 쓰인다.
이런 적이 한두 번이었어야 말이지.
오직 한 사람만 제외하고 나머지 세 멤버인 우리가 아침을 거하게 싹쓸이하고 한 껏 포만감에 여유로워지자 그가 부엌을 기웃대며 안절부절못했던 것은 물론이다.
"우와, 아침에 맛있는 거 먹었네? 진짜 맛있었겠다, 애들아."
"얼른 밥 줘. 가 봐야 돼!"
"아침 안 먹을 거라며?"
"그건 주말에만 그럴 거야. 출근해야 하는데 아침은 먹어야지."
"어째 일관성이 없다?"
"그래도 출근할 때는 아침 먹고 가야지, 가서 일해야 하니까."
"그냥 주말에도 먹으라니까."
"아니야. 하버드 교수가 그랬어. 아침을 안 먹는 게 더 좋다고."
하긴, 아내인 내 말만 안 듣고 남의 말은 다 잘 듣는 사람이니까.
"근데 뭐가 또 외국에서 왔더라?"
"아, 그거? 하버드 교수가 먹는 거래."
"아이고, 하버드 교수가 또 사람 하나 버려놨네."
"그 사람은 이걸 먹는대."
"그 사람은 하버드 교수고 댁은 그 사람이 아니라니까! 사람마다 체질이 다 다를 텐데 무조건 따라 하고 있는 거야?"
그러나, 듣지 않을 사람이다, 내 말 말 같은 건.
"하버드 교수가 나한테 전화했더라. 얼마 못 갈 거 같으니까 그냥 잡수던 대로 잡수래. 그냥 하던 대로 하래. 무조건 따라 하지 말래. 하버드 교수처럼 하고 싶으면 하버드 먼저 입학하래"
"아무튼 이제 아침은 안 먹을 거야."
그럼 일관성이라도 있게 하시든지.
"우웩, 이거 맛이 이상하다. 짠맛도 아니고 뭔가 이상해. 이대로는 못 먹겠어. 어떡하지?"
내 그럴 줄 알았다 기원전 5천만 년 전에.
세상에는
놀랍게도
설마설마했는데
그럴 리가 없는데
남의 말만 듣고 좋다고 하면 무조건 따라 하는 사람이 존재한다고 한다.
"나 아침 뭐 간단히 먹어야겠는데?"
"주말에는 안 먹을 거라며?"
"얼른 출근해서 일 좀 하려고. 일하니까 먹어야지."
일요일 아침 7시가 막 넘은 시각이었다.
이렇게나 종잡을 수 없다.
"그래. 주말이고 평일이고 그냥 먹던 대로 먹어. 무조건 남 따라 하지 말고. 일 하려면 사람이 먹은 게 있어야 기운이 있지."
"아직 준비 안 됐어?"
"내가 아침 일찍 이렇게 나갈 줄 알았나? 그리고 아침 안 먹는다길래."
"그냥 간단히 과일이랑 뭐 그런 거 줘."
그의 주문을 적극 반영하여, 아주 소박하고 간단하게, 마치 안 먹은 것처럼 잡수라고, 낫또 하나, 토마토 하나, 사과 하나, 고구마 세 개, 세상 간단하게 아침을 차렸다.
이 정도면 안 먹은 거나 마찬가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