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임자 Jul 18. 2023

충동적인, 사위의 미라클 모닝

장인 사랑은 아침형 프로 쇼핑러 사위

2023. 7. 17.

<사진 임자 = 글임자 >


"이거 아버님 드릴래? 아버님 신으시라고 해."

"우리 아빠를 그렇게 생각해? 그냥 생각해 주지 마. 생각해 주지도 말고 충동구매도 좀 하지 마!"


얼마 전에도 우리 아빠에게 단 하나뿐인 사위는 장인을 위하야 흔쾌히 충동구매 물품을 기부하겠다고 나섰다.

어허,

넣어 둬, 넣어 둬.

그런 거 바라지도 않아.


"드디어 왔네. 이제 이거 신고 다니면 되겠다."

며칠 전부터 여름 양말이 마땅한 게 없다고 불평이더니 기어이 또 구매하셨다.

"이거 진짜 시원해 보인다. 여름에 신으면 딱이겠네. 한 번 봐봐. 어때?"

"안 어때! 내가 신을 것도 아닌데. 신을 사람이 마음에 들면 그만이지."

"그래도 이런 건 당신이 잘 보잖아. 한 번 봐봐."

"안 보고 싶어. 이미 다 사버렸는데 이제 와서 뭘 봐. 사기 전에 꼼꼼히 살펴봤어야지."

"이것 좀 세탁해 줄래? 내일부터 신고 가게."

성질이 좀 급한 편(이라고 나는 항상 주장한다)인 사위는 어느 날 당장 주문했다.


이틀 후, 설레면서 기대감에 부푼 사위는 양말 한 짝만 신다 말고 탄식했다.

"어? 이건 아닌데?"

사달이 났구나 기어코.

"이거 좀 그렇다. 너무 비치는데? 너무 얇은 거 아니야?"

여름 양말이 그럼 얇지, 순모 100%라든지 캐시미어 뭐 이런 거 바랐어?

청바지만큼 질긴 그런 소재로 만들까?

그러니까 여름 양말이지 그런 줄 모르고 샀어?

그걸 왜 살 때 충분히 살펴보지 않은 게지?

"왜 그런 걸 꼭 사고 나서 확인해? 사기 전에 자세히 봤어야지. 사람들 평도 좀 들어 보고 화면에서 얇기가 어느 정도인지 그런 것도 잘 봤어야지. 그럼 두 번 일 안 하잖아."

"이 정도까지인 줄 몰랐지."

일단 저지르고 보는 그런 성격, 나도 이 정도까지인 줄 몰랐지.

전날 밤에 세탁까지 한 내 수고가 다 아깝다.

밤늦게 열일한 세탁기가 가엽다.

빨기 전에 확인을 해서 아니다 싶으면 바로 반품을 했어야지.


그러나, 새겨들을 사위가 아니었다.

"에이, 다시 사야겠다. 너무 얇아서 안 되겠어. 이번엔 실패했네."

아니지, 그거 두 켤레씩 겹쳐 신어.

'이번에도' 실패했어!

"아버님 갖다 드려."

자신의 아빠도 분명히 계신데 항상 우리 아빠를 먼저 챙겨주시니 고마워해야 하나?

눈물겹다.

단지 처가가 친가보다 거리상 더 가깝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내가 가기 쉽기 때문에 장인을 먼저 생각해 주시는 거다.

"우리 아빠가 그런 양말 신고 밭에 가서 일할 일 있어?"

"신으실 일 없나?"

"그냥 내가 신을란다."

"그걸 어떻게 당신이 신어?"

"그냥 신으면 되지. 발로  신지. 어차피 양말인데."

제발, 내가 하는 대로 보고나 있으시라.

내가 알아서 한다고.

뭐 하러 한꺼번에 10켤레나 사가지고 느닷없이 장인에게 효도를 하시려고 하나.


요새 미라클 모닝이 유행이라지?

누구에겐 단지 스펙터클+쇼킹+미라클 모닝 (쇼핑)이다.

불현듯 나는 그 속담이 떠올랐다.

'일찍 일어나는 프로 쇼핑러가 충동구매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