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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임자 Aug 15. 2023

구독을 신청했다.

네 멤버의 경제신문 활용법

 

2023. 8. 13.

< 사진 임자 = 글임자 >


"판매 중단됐던 해열제가 다시 나왔네, 너흰 한 번도 안 먹어본 약인데. 잼버리 대원들이 반도체 공장 견학을 갔구나. 요즘은 치킨, 버거, 라면에 마늘을 많이 활용하나 보다. 세상에! 은행 직원이 횡령을 했대."

"엄마, 얼른 오늘의 운세나 봅시다. 내 것부터."


그날도 남편이 던져놓고 간 신문을 뒤적이며 혼자 옹알이를 하고 있었다.

딸이 신문의 꽃은 '오늘의 운세'라며 나를 밀치고 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바짝 다가앉았다.


"나 신문 하나 구독할까 하는데."

전부터 남편은 신문에 미련을 떨치지 못하고 있었다.

"꾸준히 볼 거면 모르지만, 안 볼 거 같은데 신청하게?"

일단 저지르고 뒷감당은 대개 내가 하는 편이라 그 신문도 천덕꾸러기가 될까 봐 신중히 결정하라고 했다.

물론 신청을 하면 나라도 들춰보긴 할 것이다.

"애들도 같이 보면 좋잖아. 신청했어."

아이들이 과연 신문에 관심을 가질지도 의문이었지만, 나는 근무지를 옮기고 너무 정신없이 바빠진 남편이 과연 한 글자라도 볼 시간이 있을까 싶었다.

"아무리 비싼 금액이 아니더라도 돈 주고 재활용 종이 사는 셈이 안되게 하려면 그래도 잘 봐야 할 텐데. 이왕 신청한 거 그럼 잘 봐봐. 나도 봐야겠다."

활자화되어 있고, 게다가 한글로 된 것이니 나도 한 번씩 훑어보면 좋을 듯싶었다.


은근슬쩍, 아이들 옆에서 신문을 읽어 봤다.

일단 아이들이 호기심을 가질만한 가벼운 기사부터 사회, 경제, 문화 면까지 두루두루 가뿐하게 말이다.

결과는 놀라웠다.

남매는 그닥 관심을 갖지 않았다.

오늘의 운세는 금과옥조로 여기면서 어쩌다 나오는 문화, 예술 분야 말고 시큰둥했다.

솔직히 오늘의 운세 면에서도 아이들의 운세를 찾아볼 수는 없었다.

2000년대 초반 출생자까지만 나와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가장 가까운 최근 출생자의 연도를 심각히 들여다볼 뿐이었다.

사실, 방학을 하고 시간이 많아졌으니 아이들과 신문을 보며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기를, 가끔 한 이슈에 관해 열띤 토론을 벌여도 좋으리라 생각했었다.

어디까지나 나만의 바람일 뿐이었다.

어떤 이들은 아침 식탁에 가족이 모두 둘러앉아 신문을 펼쳐놓고 대화를 한다든가, 하루 날을 잡아서 각자 관심 분야의 기사를 하나씩 추려 가족들 앞에서 이야기한다든가 한다지만 나는 감히 그런 풍경까지는 바라지도 않았다, 물론.


남매는 각자 관심 있는 음식, 운세, 특이한 기사 이런 것만 집중공략한 후 과감히 신문을 접었다.

토사구팽의 결정체들이다.

신문 구독자인 남편은 매일 밤늦도록 일하고 주말에도 또 일하느라 신문을 볼 틈이 없었다.

우려했던 일이 현실화 되었다고 느낄 때쯤, 그는 뭔가 결심한 듯 말했다.

"평일엔 시간이 없으니까 주말에 몰아서라도 봐야겠어."

이러면서 주말이면 몇 시간씩 '이미 한물 간' 그것을 들여다보기 일쑤였다.

"신문이 아니라 구문이네."

이렇게 실없는 농담까지 하면서 말이다.

가끔 내가 아침에 먼저 보고 저녁에 퇴근한 그가 신문 내용을 이야기할 때 이미 알고 있는 나는 간추린 뉴스를 전하곤 한다.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지?"

라며 아는 척까지 했다.

"당신이 그걸 어떻게 알아?"

화들짝 놀란다.

"신문 봤으니까 알지."

"구독한다니까 안 볼 것처럼 하더니 하여튼 내가 뭘 하면 당신이 제일 잘 쓰더라."

"내가 말했잖아. 없으면 안 쓰지만 이왕 산 거면 잘 쓴다고. 그러려고 구독한 거 아니야?"

"그렇긴 하지."

매번 이렇게 비슷한 반응을 보이며 다시 한번 자신의 선택이 합리적이었음을 밀고 나간다.


"나 다 봤어. 이거 아버님 갖다 드려. 일할 때라도 쓰시라고."

마지막은 언제나 장인 생각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다.

시골에서 농사지을 때 요긴한 것이 바로 신문이다.

가끔 아쉬울 때도 다 있다.

어쩜, 귀신같이 알고 구독 신청을 하셨담?

신문 잉크 사이로 묻어나는 사위의 장인 사랑,

우리 아빠는 아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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