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임자 May 02. 2023

엄마도 어린이날 선물 받고 싶어

그 자격은 내가 부여한다.

2023. 5. 1. 코에 걸면  코걸이니까

< 사진 임자 = 글임자 >


"아빠, 이번 어린이날 선물은 뭘 해 줄 거야?"

"무슨 선물이 받고 싶은데?"

"내가 말하면 사 줄 거야?"

딸과 남편이 슬슬 협상에 들어갔다.

"잠깐! 엄마도 어린이날 선물 받아야지."

기회는 이때다. 내가 그냥 흘려보낼 수야 없지.


"에이, 엄마가 어린이도 아닌데 무슨 선물이야?"

누가 봐도 어린이로는 결코 보이지 않는 외모의 엄마에게 딸은 핀잔을 주었다. 그러나 나는 굴하지 않았다.

"합격아, 너희 두 어린이를 누가 낳았지?"

"엄마가!"

"그러니까 어린이를 낳은 이 엄마도 어린이날 선물을 받을 자격이 있는 거지. 안 그래? 특별히 올핸 101번째 어린이날이니까."

남편은 넌덜머리가 난다는 표정으로( 수년 전부터 써먹은 수법이었으므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고 아이들은 별 해괴망측한 소리를 다 들어본다는 표정들이었다.

"아빠가 이번엔 엄마한테 드레스 한 벌 장만해 주시려나? 어린이날 선물 기념으로 말이야. 과연 뭘 줄까? 정말 기대된다."

어디까지나 기대만 하는 것이다. 물론 기대하는 아내 옆에서 남편은 전혀 그럴 의향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선을 확실히 그었다.

"내가 몇 년째 어린이날 선물 타령을 했는데 너희 아빠는 엄마한테 한 번도 안 사준 것 같다."

아이들 앞에서 못하는 소리가 없다는 듯, 남편은 아예 대꾸조차 없었다. 하긴 요즘 드레스 타령을 너무 남발하긴 했어 내가.

전략 실패다.


두 아이를 낳고 그들이 어린이날이 (잘은 몰라도 어린이에게 이로운 날이라는 것,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도 있다는 것, 잘하면 선물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 더 잘하면 친인척들에게 용돈씩이나 받을 수 있는 횡재가 다 생길 수도 있는 날이라는 것을) 대충은 무엇인지 알게 된 때부터 덩달아 나도 줄기차게 무언가를 요구해 왔다.

"자기야, 나한테도 어린이날 선물해 줘야 하는 거 아냐?"

"무슨 쓸데없는 소리야? 자기가 어린이야?"

"내가 어린이를 둘씩이나 낳았잖아. 그러니까 나도 받을 자격이 있지 않아?"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과자라도 사줘."

그리하여 한두 번 과자를 받아먹은 기억은 있는 것 같다.

그는 용케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과자를 잘 알고 있다.

과자에 있어서는 기호가 확실한 사람이 바로 나다.

"하여튼 이상한 사람이야."

라며 과자를 사주는 남편으로부터 저런 말 또한 매번 들었음은 물론이다.


말인지 막걸리인지 분간 안 되는 엄마 말을 듣고 딸이 교통정리에 나섰다.

"잠깐만, 엄마!"

"왜?"

"엄마를 누가 낳았지?"

"외할머니지."

"그럼 엄마가 먼저 외할머니한테 어린이날 선물을 줘야겠네."

"그런가?"

"당연하지. 그리고 외할머니는 또 누가 낳았지? 또 그 외할머니의 엄마의 엄마는 누가 낳았지?"

그건 아니다, 너무 멀리 갔다.

남편은 통쾌하다는 듯 옆에서 실실 웃고만 있었다.

딸 앞에서 본전도 못 찾았다.

내년엔 딸이 없을 때 남편과 조용히 토킹 어바웃 해봐야겠다, 진지하게.

이전 17화 구독을 신청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