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봐도 어린이로는 결코 보이지 않는 외모의 엄마에게 딸은 핀잔을 주었다. 그러나 나는 굴하지 않았다.
"합격아, 너희 두 어린이를 누가 낳았지?"
"엄마가!"
"그러니까 어린이를 낳은 이 엄마도 어린이날 선물을 받을 자격이 있는 거지. 안 그래? 특별히 올핸 101번째 어린이날이니까."
남편은 넌덜머리가 난다는 표정으로( 수년 전부터 써먹은 수법이었으므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고 아이들은 별 해괴망측한 소리를 다 들어본다는 표정들이었다.
"아빠가 이번엔 엄마한테 드레스 한 벌 장만해 주시려나? 어린이날 선물 기념으로 말이야. 과연 뭘 줄까? 정말 기대된다."
어디까지나 기대만 하는 것이다. 물론 기대하는 아내 옆에서 남편은 전혀 그럴 의향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선을 확실히 그었다.
"내가 몇 년째 어린이날 선물 타령을 했는데 너희 아빠는 엄마한테 한 번도 안 사준 것 같다."
아이들 앞에서 못하는 소리가 없다는 듯, 남편은 아예 대꾸조차 없었다. 하긴 요즘 드레스 타령을 너무 남발하긴 했어 내가.
전략 실패다.
두 아이를 낳고 그들이 어린이날이 (잘은 몰라도 어린이에게 이로운 날이라는 것,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도 있다는 것, 잘하면 선물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 더 잘하면 친인척들에게 용돈씩이나 받을 수 있는 횡재가 다 생길 수도 있는 날이라는 것을) 대충은 무엇인지 알게 된 때부터 덩달아 나도 줄기차게 무언가를 요구해 왔다.
"자기야, 나한테도 어린이날 선물해 줘야 하는 거 아냐?"
"무슨 쓸데없는 소리야? 자기가 어린이야?"
"내가 어린이를 둘씩이나 낳았잖아. 그러니까 나도 받을 자격이 있지 않아?"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과자라도 사줘."
그리하여 한두 번 과자를 받아먹은 기억은 있는 것 같다.
그는 용케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과자를 잘 알고 있다.
과자에 있어서는 기호가 확실한 사람이 바로 나다.
"하여튼 이상한 사람이야."
라며 과자를 사주는 남편으로부터 저런 말 또한 매번 들었음은 물론이다.
말인지 막걸리인지 분간 안 되는 엄마 말을 듣고 딸이 교통정리에 나섰다.
"잠깐만, 엄마!"
"왜?"
"엄마를 누가 낳았지?"
"외할머니지."
"그럼 엄마가 먼저 외할머니한테 어린이날 선물을 줘야겠네."
"그런가?"
"당연하지. 그리고 외할머니는 또 누가 낳았지? 또 그 외할머니의 엄마의 엄마는 누가 낳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