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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임자 Jan 21. 2024

난 안 그래

안 그럴 예정이거든

2023. 12. 22.

< 사진 임자 = 글임자 >


"우리 팀에 직원이 있는데 아들을 너무 좋아하더라. 나중에 같이 데리고 살 거래."

그날도 그 양반은 직장생활의 이모저모를 내게 발 빠르게 전하고 있었다.

"그게 무슨 흉측한 소리야?"

듣고도 믿기 힘든 말, 세상에 그런 말이 있다면 바로 저런 말일 것이다.


세상에는

놀랍게도

설마설마했는데

자식에 대한 집착이 지나쳐 결혼 후에도 평생을 곁에 두고 살겠다는 엄마가 있다고 한다.


"사람들이 자기 보고 올가미라고 한대."

"그 정도야?"

"아들이 너무너무 좋대."

"아무리 이뻐도 그렇지."

"아들이 너무 좋아서 결혼하고도 데리고 살 거래, 평생."

"그거야 다들 생각이 다르니까 뭐 그렇다 쳐도 좀 심한 것도 같네."

"사람들이 너무 아들한테 매달린다고 그런대. 집착이 심하다고. 그런 말 듣고도 그래도 포기 못하겠대."

"남편도 있을 거 아냐?"

"몰라. 아무튼 아들이 너무 좋대."

"그건 그 엄마 생각이고, 아들 말도 들어 봐야 하는 거 아냐?"

"그러게. 우리가 그 말 듣고 다 경악했다니까."

"나이도 젊을 텐데 어쩜 그런 생각을 했을까?"

"나야 모르지."

"그 아들이 결혼이나 할 수 있을까? 뭐 내가 걱정할 일은 아니지만."

"안 그래도 직원들이 다 그 얘기했어. 그렇게 집착하다가는 아들 결혼도 못할 거라고. 결혼 못해도 같이 살면 그만이라나?"

"결혼이야 의무 사항은 아니니까 하든지 말든지 아들이 알아서 할 일이지만, 엄마가 집착이 심한 것 같긴 하다. 자세한 사정은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그렇게 아들한테 집착하면 안 된다고 아들 망치는 거라고 그렇게 옆에서 말해줘도 들으려고도 안 한다니까."

"그런 사람이 세상에 있긴 있구나. 여자 친구만 생겨도 가만히 안 둘 것 같은데?"

"하여튼 신기하더라.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게."

"세상에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는 거니까. 그나저나 우리 합격이가 그런 시어머니 만날까 무섭다. 결혼도 할지 안 할지도 모르겠지만."

"난 옆에서 얘기만 들어도 답답하더라."


"엄마가 자식한테 왜 그럴까? 나도 우리 아들이 이쁘긴 하지만 그 정도까지는 아닌데. 난 우리 아들 결혼하면 아들은 없다, 생각할 건데."

옆에서 잘 놀고 있는 아들에게 나는 다가가 혼잣말을 늘어놓았다.

물론 아들은 엄마가 옆에 오든지 가든지 아무 관심도 없었고 말이다.

"하긴 엄마도 우리 아들 생각만 해도 이렇게 기분이 좋아지는데 말이야. 우리 아들은 어쩜 이렇게 잘 생기고 성격도 좋고 엄마한테도 잘하고 애교도 많고 말도 예쁘게 하고  못하는 게 없을까?"

이렇게 말하며 나는 아들을 안고 쓰다듬고 뽀뽀 세례를 시작했다.

그래,

아들이란 자고로 치명적이야, 세상 모든 엄마들에게.

(물론 딸도 예쁘긴 마찬가지다.)

그때 가자미 눈으로 나를 흘겨보는 그 양반과 시선이 마주쳤다.

혀를 쯧쯧차는 소리를 예리하게 들었음은 물론이다.

"너희 엄마 또 시작한다."

"시작하긴 뭘 시작해?난 그 엄마랑 달라!!!"

"내가 보기엔 비슷하구만 뭐."

"아니라고! 난 절대 안 그래. 우리 아들이 결혼하면 집에 오라면 가고 전화하면 받기나 하고 그럴 거야. 귀찮게 안 할 거야. 알아서 살라고 내버려 둬야지."

"글쎄, 두고 보자."

"두고 보긴 뭘 두고 봐. 근데 엄마가 우리 아들 없이 어떻게 살지? 없으면 보고 싶을 텐데..."

말과 행동이 다른 엄마는 아직도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하나뿐인 아들 옆에 찰싹 붙어 벌써 시무룩해져 있었다. 당장 내일모레 결혼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아,

이런 걸 고급 전문 용어로 '내로남불'이라고 한다지 아마?

다른 집 엄마가 그러면 집착이고, 내가 하면 그저 모성애다.

그나저나, 저 양반도 혹시?

왕년에 누군가로부터 이런 넘치는 사랑을 받았던 과거가 있지는 않았을까, 강한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누구에게나,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가족으로부터, 주위 사람들로부터 그런 귀한 사랑을 듬뿍 받았던 시절이 한 번쯤은 있었겠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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