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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임자 Mar 04. 2024

난, 2월 29일부터 행복해질 거야

그 날이 오면

2024. 3. 2.

< 사진 임자 = 글임자 >


"엄마, 엄만 우리가 없었으면 좋겠어?"

"그게 아니라..."


그게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꼭 그런 것만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꼭 그랬으면 좋겠다는 것도 아니지만 좀 그래도 괜찮겠다 이 말이다.


아이들 방학 내내 나는 병원만 다니다가 시간이 다 가버린 것 같았다.

방학을 시작할 때는 언제 두 달이 다 지나가나 했는데 몇 차례 앓아눕다가 일어나니 벌써 3월이었다.

그 양반이 출장 가서 자고 오는 날만큼이나 기쁜 날이 남매가 개학을 코앞에 둔 요즘이었다.

너희 개학이 3월 4일이라면 이 엄마는 2월 29일부터 행복해질 거란다, 얘들아.


"얘들아, 이젠 진짜 개학이 며칠 안 남았다. 준비는 잘 되어가고 있겠지?"

"엄마! 엄마는 우리가 얼른 학교에 갔으면 좋겠어? 우린 엄마랑 같이 더 있고 싶은데 엄마는 우리가 없었으면 좋겠나 봐. 엄마가 그럴 줄 몰랐어. 어떻게 우리한테 그럴 수 있어?"

남매는 가끔 너~무 멀리 가신다.

그래, 솔직히 너희가 학교에 가면 좋긴 좋다.

싫을 게 뭐가 있겠어?

방학 때 너무 자유분방하게 뒀더니 타성에 젖은 게 아닌가(가끔 나도 너무 멀리 가곤 한다) 싶기도 했다. 이제 다시 재정비를 해야 할 시기다. 해도 바뀌었고 나이도 한 살씩 더 먹었으니 과거와는 좀 다르게 살아야 할 필요도 있지 않을까.(하고 나만 혼자 생각해 온 참이다)

"엄마도 당연히 너희랑 같이 있고 싶지.(엄밀히 말하면 너희 학교 끝나고 온 다음부터 말이야) 방학 때 하루 종일 같이 있었으니까 이젠 학교 갈 때도 됐잖아.(너희는 욕심도 많구나. 홈 스쿨링을 하는 것도 아닌데 이젠 등교해야지) 인간적으로 방학 때 정말 푹 쉬었잖아.(솔직히 이 부분에서는 너희도 반론을 제기하지 못할 테지?)"

"그렇긴 한데 그래도 우린 방학이 더 길었으면 좋겠어."

천부당만부당 하신 말씀!

얘들이 큰일 날 소리 하네.

어쩜 그렇게 너희 생각만 하는 거라니?

엄마 입장도 좀 생각해 주라, 제발.

엄마도 따로 할 일이 굉장히 많단다, 너희가 상상도 못 할 만큼 많고 많아.

너희가 있다고 해서 못할 것도 없지만 너희가 옆에 있는 거랑 없는 거랑 좀 다르단 말이지.

'동지섣달 기나긴 밤 한허리를 베어다가' 방학 시작한 다음 날부터 개학 전날까지 꽁꽁 묶어 멀리 내던지고 싶었던 적이 어디 한 두 번이었던가.

아무리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지만 너무 길게 오래 같이 있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이제 아이들도 고학년이 됐으니 슬슬 혼자만의 공간과 혼자만의 시간을 더 가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절대 절대 엄마 혼자 있어 싶어서 그런 것은 아니니 오해는 하지 말아 주렴.


반드시 그렇지 않다고도 말할 수는 없지만 원래 가족이란 뭉칠 때는 뭉치고 흩어질 때는 흩어져줘야 하는 법이거든.(이라고 나만 주장하고 있는 중이다)

아무리 가족이라도 어차피 모든 것을 함께 할 수 없는 고등 동물이 인간 아닌가.

우리 인간답게 살아보자,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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