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종류의 말은 절대 아닐 테고, (하지만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던가? ) 도대체 느닷없이 뭘 말했다는 게지?
하지만 내가 쓴 삼류 소설이 차라리 더 나을지도 몰랐다.(언제라도 나는 그다지 믿지도 않는 도끼에 발등이 찍힐지도 모르는 미래의 까마득한 날에 대비를 하는 중이다, 물론 나의 삼류 소설 속에서만. 이런 내 마음을 알면 그 양반은 또 '쓰잘데기 없는 소리만 한다'고 한마디 하시겠지?)
"직원들이랑 얘기하다가 난 당신이 집에서 이발 직접 해준다고 했지."
"그냥 밖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말라니까. 묻는 말에 대답만 하고 있으라니까 왜 또 묻지도 않은 말에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거야? 말을 할수록 실체가 드러나서 불리하다니까."
"그러게. 가만히 있었어야 되는데."
"이제 실체를 알아버렸네, 사람들이?"
"응."
"이젠 앞으로 머리만 쳐다보게 생겼네, 에휴~"
"괜찮아."
"괜찮긴 뭐가 괜찮아? 몰랐으면 모를까, 이젠 다 알았으니까 더 유심히 보게 될걸?"
"그런가?"
"그런가가 아니라 그래."
"뭐 어때?"
"안 어때!"
"내가 직원들한테 머리 어떤가 물어봤거든. 근데 그런대로 괜찮대."
"그럼 차마 못 봐주겠다고 그러겠어? 당사자 앞에서?"
"당신이 육아 휴직할 때 평생교육원 가서 배웠다고 했지. 배운 후로는 계속 집에서 나 이발해 준다고 했어."
"꼭 주말 아침 일찍이나 일요일 밤늦게 한다고 하지."
"근데, 한 직원이 처음엔 괜찮다고 하더니 나중에 내 앞머리를 보고 어쩐지 앞머리가 좀 이상하다고 그러더라. '그날 부인이 기분이 별로 안 좋았나 보네?' 이러면서."
도대체, 왜 말을 한 거람?
그냥 잠자코 있을 것이지.
그렇잖아도 3년이나 넘게 이발을 하면서도 들쭉날쭉한 내 이발 실력에 가끔은 나도 민망할 지경인데 난데없이 무슨 '이밍아웃'이냔 말이다.
솔직히 이런 미용사(자격증은 없지만 이발해 주는 사람이 바로 미용사 아니겠나?)가 세상에 어디 있어?
주말 아침 8시가 됐든, 일요일 밤 10시가 됐든 원하는 시간에 아무 때고 출장이발을 해 주는 미용사 봤어?
"내가 이발비 준다고 했어. 근데 사람들은 우리가 외벌이라 이발비 아끼려고 그러는 줄 오해하는 것 같더라."
"뭐,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집에서 이발하면 제일 좋은 건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는 거지. 미용실 한 번 가려면 기본 한두 시간은 기다려야 하고 요즘은 예약 안 하면 아예 손님도 안 받는 곳도 있다던데. 주문만 하면 바로 이발해 주고(물론 관계가 원만할 때의 경우에 한해서만이다.) 기다리는 시간도 없으니까 그게 좋잖아.(=하지만 매번 일정하게 헤어스타일이 안 나온다는 건 나도 유감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내 이발 실력이 문제라기보다 머리카락의 성질 때문인 것 같다.)"
"그래, 진짜 미용실 한 번 갈 때마다 스트레스였는데 당신이 해주니까 나야 좋지."
"나 같은 사람 없어.(=나처럼 해도 해도 이발 실력이 늘지 않는 나이롱 미용사는 없어.) 그걸 알아야 해."
"알지. 고마워."
"그런 의미에서 이발비를 조금 올려 주는 건 어때?"
"완전 날강도네. 솔직히 당신이 돈 받을 실력은 아니잖아?"
뭬야?!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그래도 100원, 아니 1,000원 정도는 받을 수 있는 거 아니야?
나도 내 시간을 들이고 공을 들여서(물론 아주 사알짝)하는 거라고!
물론, 올해 1,000원이 올라서 1회 이발비가 16,000원으로 인상된 지 반년 정도밖에 안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도 다소 무리수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냥 해 본 말이다. 안 올려주면 그만이지.
"솔직히 그거 받아서 내가 혼자 과자 사 먹는 것도 아니고 결국 우리 집 수입(과연 한 집에서 나갔다가 같은 집으로 되돌아오는데 수입이라고 할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지만)이잖아. 그러니까 난 결국 봉사한 셈이지. 안 그래?"
내친김에 아무 말 대잔치를 시작한다.
하도 여러 번 해서 그 양반에게 먹히지도 않을 돌림 노래지만 또 생색은 내고 싶었다.(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