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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임자 Jul 16. 2024

애호박은 톱으로 썰어야겠지?

응답하라, 옛날의 흥부 아저씨!

2024. 7. 15.

< 사진 임자 = 글임자 >


"얘들아, 이게 뭐게?"

"설마, 애호박이야?"

"응."

"애호박이 그렇게 커질 수가 있어?"

"그런가 봐."

"너무 커서 무섭다."

"그러게. 엄마도 태어나서 이렇게 큰 애호박은 처음 봐."

"근데 그거 먹을 수는 있어?"

"몰라."

"엄마, 근데 그걸로 무슨 요리할 거야?"

"글쎄, 뭘 만들어 먹어야 잘 먹었다는 소리를 들을까?"


잘 먹었다는 소리 들어서 뭐 한다고, 아니 그전에 저 호박을 해체할 수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단호박보다 더 단단해 보였다.

이럴 땐 톱을 동원해야겠지?

비록 기껏해야 40cm 정도 밖에 안되지만 말이다.


친정에 갔더니 저렇게 대단한 물건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며칠 전에 저 크기의 반 정도 되는 것을 보고도 놀라 자빠질 뻔했는데, 이번엔 정말 비교도 안되게 컸다.

돌연변이인가? 아니면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뭔가 흉흉한 일이 생길 조짐인가?

전국 애호박 크기 자랑 대회라도 있으면 당장에 고이 안고 가서 자랑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물론 내가 키운 것도 아니지만 말이다.

저 정도면 도대체 며칠이나 텃밭에서 크고 있었던 걸까?

내가 샅샅이 뒤져서 딴다고 땄는데 도대체 어디에 숨어 있었던 거람?

신기하다 못해 뭔가 어안이 벙벙해져서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저게 어디서 났어?"

"나도 모르겄다. 아빠가 따 오셨더라."

"진짜 크네. 왜 그동안 안보였을까?"

"저것이 담 아래로 내려가서 열려서 못 봤다고 하더라."

역시 그래서 눈에 안 띄었던 거구나.

그나저나 저걸로 이제 뭘 어떻게 해야 하지?

나눠 먹을 건 콩 한쪽이 아니라 우량 애호박 한쪽씩이 되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바이다.

나 혼자, 아니 우리 집 네 멤버들이 다 먹을 수는 없을 것만 같다.

마침 어제가 복날이었는데 저것을 해체해서 동네방네 잔치를 벌였어나?

하지만 먹을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몰랐다.

경험 상 너무 자라다 못해 늙어버린 애호박은 딱딱하고 속에는 씨만 가득 차서 사실 먹을 것도 없긴 했다.

모양새를 보아하니 저 속에 뭔가가 들어 있을 것만 같다.

(물론 어디까지나 나만의 쓸데없는 바람이지만) 저 안에 비단 호박씨만 들어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물론 그럴 리는 절대 없겠지만) 금은보화라도 한가득 들어 있을지 모른다.

옛날 옛날 한 옛날에 박을 타던 '흥부'라도 소환해야 할 것만 같다.

호박도 박은 박이니까 같이 한 번 만나서 저 대형 애호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나는 제비 다리를 고쳐 준 적도 없는데, 우리 한 번 같이 느닷없는 애호박의 등장에 대해 토킹 어바웃 하면서 슬근슬근 톱질을 해 보자고 말이다.


해외 뉴스를 보면 간혹 엄청난 크기의 농산물을 소개하던데, 게다가 기네스북에도 오르곤 하던데, 나도 이참에 도전해 볼까?

하지만 어쩌면 그런 곳에 출품하기엔 저 정도 크기는 애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언뜻 스쳤다.

그냥 우리 집에서만 역대 최대 크기의 애호박이라고만 해 두자.

그리고 또 생각해 보자, 도대체 무슨 요리를 해 먹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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