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상담, 집에서 할게요.
2학기에도 기회는 있을 테니까
23. 3. 18. 상담 신청서< 사진 임자= 글임자 >
"애들 상담을 가서 할까? 아니면 전화로 할까?"
"가긴 어딜 가?"
"다음 주부터 상담 시작하는데 어떻게 하지?"
"가지 마. 아무도 안 좋아해."
"그렇겠지?"
"오면 선생님도 부담스러울걸? 서로 편하게 해야지."
"그렇긴 하겠다."
"괜히 선생님 신경 쓰이게 찾아가지 말고 전화로 해 그냥."
"그래야지. 어차피 입고 갈 드레스도 마땅히 없는데."
어차피 전화 상담인데 빈말이라도
"내가 상담할게."
라는 말은 절대 안 하시는 어느 두 자녀의 아버지는 만에 하나 아이들의 어머니가 학교 방문이라도 할까 봐 단단히 다짐받아 두셨다.
행여라도 본인이 하겠다고 나선다 한들(하늘이 두쪽이 나고 만 갈래로 찢겨도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겠지만) 순순히 그 귀한 기회를 내가 옳다구나 넘겨주지도 않겠지 만 '이거 좀 무관심한 거 아니야?' 순간 이런 생각이 스쳤다.
이 사람은 어째 내가 어딜 간다고만 하면 무조건 결사반대를 하고 나서는지 모르겠다.
내가 학교 가서 해코지를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선생님 얼굴이라도 보고 얘기 좀 나눠볼까 싶어서 그런 건데.
나는 극성스러운 엄마는 아니니까 조신하게 집에서 전화 상담하는 걸로 신청서를 작성했다.
"얘들아, 이번에 상담하는데 엄마가 학교에 직접 가서 선생님들 만나는 게 좋을까? 그냥 전화로 할까?"
"엄마가 알아서 해. 하고 싶은 대로."
딸은 당장 제 일인데도 시큰둥했다.
그나마도 아들은 내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들었음은 물론이다.
"엄마, 학교에 무슨 일 있어?"
"우리아들은 학부모 상담 소문을 아직 못들으셨나?다음 주부터 학교에서 학부모 상담을 한다고 해서 말이야. 넌 월요일, 첫 시간에 하려고 하는데."
"아, 그렇구나."
어차피 해야 할 일, 매를 빨리 맞고 모두 다 잊고 싶었다.
이번에는 최근 몇 년과 다르게 직접 가서 상담을 해볼까도 했었다.
몇 년 동안 시국이 그러했으니 아이들이 학교 가는 날이 일 년에 반도 안 되는 날이 많았을 때는 담임 선생님 성함이나 겨우 알고 얼굴도 모르고 한 학년을 끝내기 일쑤였다.
정말 길 가다가 시비가 붙어도 모를 판이다.
상담 일정이 나오기 전부터 올해는 선생님을 찾아뵙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일일이 찾아오는 학부모를 상대한다는 게 선생님 입장에서도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듯했다.
나는 한 명이지만 (모든 학부모가 방문 상담을 하지도 않겠지만) 맞이하는 선생님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도 있겠다 싶은 것이다.
"담임 선생님들이 다 남자 선생님이네. 여자 선생님이면 그래도 말하기도 더 나을 것 같은데."
"그러니까 가지 말고 그냥 전화로 해."
담임 선생님의 성별과 학부모 상담이 어떤 상관관계가 있으랴마는(전혀 상관이 없을지도 모를 일이다.) 남, 여 선생님들을 겪어 보면 확실히 다른 점이 있긴 했다.
콕 집어 말하기는 힘든데 어쨌거나 거리감이 더 느껴진다고나 할까?
그렇다고 성별이 같은 선생님이라고 해서 거리감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닌데, 설사 거리감이 없게 느껴진다 하더라도 그건 어디까지나 내 입장에서 일뿐이겠지.
선생님들은 이런 학부모의 마음을 아실까?
아무 생각 없이 상담에 임하는 게 아니다.
내 아이들을 맡아 지도해 주시는데 어떻게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있을지, 어떤 내용들에 대해 상담을 할지, 학교생활은 잘하는지, 별의별 게 다 궁금하다.
결정적으로 이제 개학한 지 며칠 안 됐는데 우리 아이들 이름은 아실까? 얼굴은 아실까?
진심으로 이게 항상 궁금하다.
매년 학기 초에 하기 때문에 그 많은 아이들을 다 기억하기는 힘들어 보이기도 한다.
적당히 해야지.
나는 극성 엄마가 아니다, 나는 극성 엄마가 아니다.
절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