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농도
그리고 속으로는
'내가 1년동안 혼자서 얼마나 성장했는지 보여줘야지!'라며
내심 자기 과시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못 본사이에 동기의 실력은
엄청나게 성장해있었습니다.
"아니! 너 왜 이렇게 일을 잘해?"
"나는 1년동안 굴렀잖아...이거라도 잘해야지..."
동기는 비록 1년동안 굴렀다는 표현을 썼지만,
'왜 나는 어느새 뒤쳐졌지?' 라는
자격지심에 빠졌습니다.
그렇게 늦은 밤 바닷가를 가만히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있을때
'바닷물...짜다..'
'짠 이유는 나트륨의 성분이 높아서
농도가 높기 때문이지?'
'농도...?'
갑자기 '농도'라는 키워드가 뇌리에 박혔습니다.
'나와 동기의 농도가 1년 사이에
이렇게까지나 차이가 나버렸구나...'
바닷물이 짜지 못하다면 바닷물이라고 할 수 있을까?
군인이 해당 분야에서 탁월하지 못하다면
군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어느날 사람들 앞에서
강연을 해야할 때가 왔습니다.
저는 전에 있던 부대에서
죽어라 강연을 했기에
높은 계급의 간부들 앞에서
성공적으로 강연을 마쳤습니다.
그 자리에 함께있었던
제 동기도 발표 하나만큼은 저를 인정해줬습니다.
그때 또 번뜩 '농도'라는 단어가 떠오르면서
'아! 동기의 농도는
업무의 능숙함으로 진해졌고
나의 밀도는 1년동안
강연의 능숙함으로 진해졌구나!'라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헛되이 1년을 보낸 것이 아니구나! 다행이다...
그러던 어느날 포스트잇의 탄생 이야기를 알게 되었습니다.
포스트잇이 실수로 인해서 만들어진
발명품이라는 것을 아시나요?
1970년대 초반 3M 연구원이었던 '스펜서 실버'는 강력한 접착제를 개발하려고 실험을 진행하던 중,
오히려 약한 접착제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3M에서 일하던
다른 연구원인 '아서 프라이'가
교회 성가대에서 찬송가 책에 표시를 할 때마다 책갈피가 계속 떨어지는 불편함을 겪고 있었는데!
마침 떼었다 붙일 수 있는 책갈피를 만들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떼었다 붙일 수 있는 메모지를 개발했고,
1980년대 들어서면서
포스트잇이 점점 인기를 끌게 되었고,
이제는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아이템이 되었죠!
저는 끝내 제 동기처럼 테이프가 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포스트잇이 되어 전역하는 그날까지 군대에서 저의 역량을 펼치며 하루하루를 보내왔습니다.
존귀한 여러분!
모든 사람이 테이프가 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실패한 인생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모든 사람이 차은우가 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망한 인생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모든 사람이 이재용이 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하찮은 인생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다채로운 사람들이 하나가 되었기에
대한민국이 더 나아가
전세계가 다채로워진 것 아닐까요?
오늘도 수고한 당신
덕분에 오늘도 대한민국은 다채로워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