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꽉 들어차서 곧 터져버릴 것만 같았던 답답함과 울분, 슬픔, 원망, 우울감 등 온갖 어두운 감정들이 있었다.
누굴 붙잡고 하소연할 수도 없는 밑도 끝도 없는 부정적인 생각들과 이미 지나가버린 일들에 대한 후회와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다.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그래서 더 힘들었던 시간이었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다.
브런치 작가가 되어 글을 쓴 지 10개월쯤 지난 지금은 내 안에 고여있던, 나를 짓누르는 것만 같았던 생각이나 감정들이 모두 휘발되어 버린 듯하다.
분명히 난 하고 싶은 말이 많았었는데, 내가 이만큼 힘들고 내 맘이 아프다고 슬프다고 하소연하고 싶었는데... 몆 달 동안 글을 쓰고 나니 내 안에서 아우성치고 있던 소리들이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많은 글을 쓴 것도 아닌데, 하고 싶었던 얘기를 다 꺼내놓지도 않았는데, 어느 순간 '내가 왜 글을 쓰려고 했었지? 무슨 말을 하려고 했었지?'라는 물음표가 머리 한가운데 커다랗게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있는 것 같다.
그렇게 싱겁게 사라져 버릴 감정들이었던가 허탈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약발이 잘 듣는 체질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나의 상처들이 어쩌면 상처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사실은 별 것이 아니었는데 내가 상처받았다고 규정해 버린, 그런 것들이었나? 아닐 것이다. 별 것 아닌 것을 별 것으로 안고 살아왔기 때문이 아니라 내 안에 가두고 있었던 것들을 꺼냄으로써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었고 다른 누군가의 위로가 아닌 내가 나에게 건네는 메시지들이 활자로 모습을 드러내어 나의 마음을 어루만져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의 글쓰기 동력이 분노 혹은 억눌림 같은 감정들이었는데 글을 쓰다 보니 그런 부정적인 감정들이 사라져 버렸다면 나의 글쓰기는 이제 멈추어야 하는 것일까?
과거의 내 감정의 찌꺼기들은 이제 거의 남아있지 않지만 여전히 나는 (어제도 오늘도...) 시시각각 밀려오는 생각과 감정들을 그냥 흘려보내고 싶지 않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보잘것없는 내 의식의 흐름을 기록하여 활자 공해의 한 역할을 하고 누군가의 소중한 시간을 빼앗지나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 그런 생각은 어쩌면 (아니 거의 확실하게...) 나의 과대망상에서 기인한 것이리라.
내가 쓴 글을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고 잘 썼다고 칭찬하길 바라는 (정말 허황된) 마음과 반대로 많은 사람들이 실망할지도 모른다는 (역시나 허황된) 마음에서 비롯한 머뭇거림에 틀림없다.
누구나 볼 수 있는 공간에 나의 생각들을 내어놓기 시작한 지 몇 달 밖에 되지 않은 내가 그런 욕심을 갖고 있는 것이 과대망상이며 지나친 욕심이 아니라면 무엇이겠는가...
나의 글을 읽고 시간 낭비라고 여기든, 정말 형편없는 문장이라고 생각하든, 아니면 공감이 가는 괜찮은 글이라고 봐주든, 그것은 독자들의 몫이며 내가 그들의 평가까지 미리 걱정할 일은 아니지 않은가...
나를 위해 쓰는 글이지만 쓰다 보니 누군가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이들을 만나게 되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