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타인

함께 가는 친구들

by 엘 리브로

글쓰기는 누가 시켜서 시작한 일이 아니었다.

하루하루의 삶이 너무나 힘들었던 2021년을 살아내면서 머리가 터질 듯 온갖 생각들이 뒤엉켜 아우성치고 있었을 때였다. 내 안에서 요동치고 있는 그 생각들을 밖으로 내놓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답답한 가슴에 시원한 공기를 채우기 위해 밖으로 나가 걷고 또 걸으며 내 삶을 반추했다. 하고 싶은 이야기, 꺼내어 놓으려는 이야기를 머릿속에서 정리하기 시작했다.

2022년 3월부터 글을 썼고 4월에야 브런치 작가로 글을 올릴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았다.

아우성치던 문장들이 슬슬 소리를 낮춰가며 눈치를 보면서 자기 자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나의 삶도 고요해지는 것 같았다. 그러나 점차 그 고요함 속에서 나의 글에 대한 열망도 사그라들고 말았다.

초심으로 돌아가려고 노력해도 '왜 계속 써야 하지?'라는 의문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던 시점에 변화가 필요했다.

지난 연말에 세운 2023년의 첫 계획은 새해를 글쓰기로 시작하는 것이었다.

매일 글을 쓴다는 것은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매일 글을 발행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물론 남에게 글을 보인다는 것은 내면의 나를 드러내는 것이기에 어려운 일이긴 하나 나는 누구에게든 나를 드러내 보일 수 있는 성격이기에 정작 어려운 것은 글의 형식이나 구조 같은 것들이다.

'마음 가는 대로 쓰는 것이 수필이다'라고 수 십 년 전 국어 시간에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다고 정말 내 마음이 가는 대로 글을 쓴다면 아마 글을 읽는 사람들은 "도대체 하고 싶은 말이 뭐라는 거지?"라고 말하며 고개를 갸웃거릴지도 모르겠다.

나의 의식의 흐름은 자꾸만 삼천포로 빠지려 하고 그것들을 다시 원래의 방향으로 되돌려 놓으려는 무수한 시도를 하면서 간신히 하루의 글쓰기 숙제를 해내고 있는 나에게, 곧 1월이 끝나간다는 것은 이제 곧 봄이 온다는 소식과도 같다.


남들은 종일 전쟁 같은 일터에서 시달리고도 늦은 밤 마감시간 직전에 후다닥 한 편의 글을 써내기도 하지만 나에게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처음엔 정해진 시간에만 글을 쓰고 다른 시간에는 다른 계획들을 실천해야겠다고 강하게 마음먹었으나 현실은 눈앞의 모니터를 채워나가는 문장들을 몇 번이고 다시 읽으면서 생각을 거듭하고 있는 동안 시간이 속절없이 지나가 버린다는 것이다.

대단한 글을 쓰는 것도 아니면서, 기승전결 논리적인 전개가 꼭 필요한 것도 아니고 무슨 학술지에 논문 발표를 하는 것도 아니면서, 왜 그리도 많은 시간을 나의 문장들과 씨름하고 있는지 누가 묻는다면 (그런 질문을 할 만큼 나에게 관심을 가져준다면 감사할 일이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아마도 완벽주의 때문이라고 대답하고 싶다. 내가 '완벽하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말 그대로 '완벽주의'이다. 내가 완벽주의 성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데도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달리 말하면 '강박관념'일 수도 있겠다. (이쯤 해서 슬슬 나의 의식의 흐름이 옆 길로 새려고 하고 있으니 다시 정신을 차려야겠다)


아무튼 1월은 내가 계획했던 일들 중 '글루틴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매일 글 쓰고 인증하기' 말고는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다. 첫 1주일을 보내면서 이미 간파한 일이기에 일찌감치 욕심을 내려놓고 '그것 하나만은 꼭 해내자!'라는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다.

하루에 한 편씩 글을 발행하는 일이 ' 자신과의 약속'이었다면 아마 나는 도중에 계획을 변경했을 것이 분명하다.

힘든 여건 가운데서도 매일매일 해내고야 마는 글친구들의 격려와 그들의 글이 주는 울림이 없었더라면 지속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들은 모두 타인이지만 나와 가장 가까운 타인이며 내 안에 있는 여러 모습의 나이기도 하다.

그들과 소통하며 삶을 바라보는 시각이 확장되어 가고 있음을, 똑같은 공간에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전과는 다르게 나의 세계가 넓어졌음을 느낀다.

그들의 글을 통해 그들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삶에서 맞닥뜨리는 문제들에 대한 대처 방식을 배운다, 그들의 시행착오를 통해서. 그리고 지금 여기에서 행복을 찾아 마음껏 누리고 있는 그들의 밝은 에너지를 받아 나도 이제는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다.

글루틴 2기의 글친구들.

그들은 타인, 그러나 매일 매 순간 나에게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고마운 타인'이며, 같은 길을 함께 가고 있는 소중한 친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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