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나는 직업을 공개했다.
그리고 나는 직업을 숨기고 산다.
부모형제 장인장모 처남을 제외하고
이 일을 한다는 걸 아는 사람은 없다.
어디 가서 나는 그저 건설업계에서
일하는 사업가, 혹은 직원일 것이다.
내 앞에서 직업에 관한 말을 내뱉는 이들의 입술은 조심스럽다.
나는 레미콘을 운전한다.
물컹하고 숨 막히는 투명한 시간에 나는 살고 있다.
벗어나 소리치고 싶지만 소리가 나가지 않는다.
글이라도 써서 외치고 싶다.
지저분한 넝마를 걸치더라도 고개 들어 떳떳하고 싶다.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이 내게 얼마나 큰 용기이고 반항인지,
세상 사람들은 알까.
아내마저 내가 이런 글을 쓴다는 걸 모른다.
'직업엔 귀천이 없다'는 말은 이제 동화책에나 나올 법하다.
내가 이 일을 시작하기 전,
아내는 "직업에 귀천은 있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지금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전국에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이 대략 4만 명쯤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통계적으로 보면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적지도 않다.
벌써 4년 차다.
그리 길지는 않지만, 어디 가서 일에 대한
조언은 듣지 않아도 될 정도는 되었다.
막상 시작하고 보니 주변에 나 같은 분들이 많다는 걸 알았다.
흔히 아는 번듯한 직장과 사업장을 운영하다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이곳에 모인 것이다.
각자의 사연은 서로의 연결고리가 되었다.
온전히 이 관계에서만 나는 호흡한다.
그들은 나의 산소이며 진실된 소통자다.
서로의 삶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위로할 자격이 있는 사람들.
인생의 재난과 시간의 구타에 다쳐 구호소에 모여들어 서로의 상처를 핥는다.
나는 이곳에서 그저 성악하던 레미콘기사다.
세상과 싸우다 패배한 패잔병일 뿐이다.
패잔병은 결국 살아남았고,
멈추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