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쩍 아내가 바빠졌다.
가까운 친구에게서 블로그 체험단 권유를 받고 나서다.
월마다 소액씩 지불하고 각종 식당이나 카페, 마사지, 심리상담 등을 체험하고 블로그를 써준다.
또 동생네가 추천한 투자 관련 수업도 수강하여 가계를 수정하고 과제와 조모임까지 한다.
아내는 결혼 후 얼마간은 피아노 학원 선생님으로 일을 했었다.
아이가 생긴 후로는 주부라는 직업을 가졌다.
많은 주부들이 겪는 그런 우울증 같은 걸 겪는 듯했다.
나는 습관적으로 아내에게 당신이 집 안 일을 책임져주기에 내가 나가서 돈을 벌어오는 거라고 말해주었다.
월급도 꼬박꼬박 아내에게 가져다주었다.
그렇게 하면 아내가 육아와 살림에 전전하는 삶에서 조금이라도 보람과 의미를 가질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내 맘을 아는지 아내는 지금까지 잘 버틴 것 같다.
근데 요즘은 아내가 이 정도로 바쁜 일상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구나 싶을 정도로 열심이다.
전에는 의지가 좀 약한 사람인가 싶은 적도 많았다.
무언가에 도전할 용기가 부족한 사람인가 싶은 적도 있었다.
나는 내 아내를 잘 안다고 자만했다 싶었다.
육아와 살림이라는 늪지대에 빠져 허우적대다가 점점 기운을 잃던 게 아닐까.
자신도 다시 무언가 창조하고 이뤄가는 생산적인 삶을 살고 싶어 했나 보다.
무엇이 아내의 조용하고 침울한 호수에 돌을 던진 걸까.
변해가던 시간과 환경일까.
어쩌다 찾아온 이 작은 소일거리였을까.
무엇이든 어떠랴.
요즘 아내는 보기 좋다.
오래 보았지만 새로운 사람처럼 느껴진다.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다.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