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화띠뽈씨(나의 애칭♥)의 출퇴근이야기2-느긋하게 퇴근하고 매실을담그다
토요일은 이직 후 한 번도 쉰 적이 없다.
특히 토요일은 더 바쁘게 하루가 시작된다. 점심시간이 다가온다. 곧 퇴근을 알리는 점심이 참 반갑다.
어제 새벽에 써놓은 브런치 소감문 글을 스윽 훑어보고 업로드한다.
퇴근이닷.
어제 손질한 매실생각이 나서 다이소에 간다.
오천 원 이하 제품만 있다 보니 내가 찾던 유리통은 없다.
건물 바깥을 나서니 평소와 다른 초여름의 바람이 불어온다.
다시 주차창으로 걸어간다.
어제 보이던 임시 과일 가게 아저씨도 안 보인다.
주차된 차 위치를 확인하고 잠시 브런치를 켰다.
평소에는 잘 안 켜지던 와이파이가 잘 터지면서 라이킷을 눌러준 분이 보인다.
참으로 반가운 분...
핸드폰을 보면서 내 차 뒤에 서있는데 낯선 바람이 불어온다.
어제와 사뭇 다른 공기.
불안함을 쫒던 두려움이 없어지고 새로운 희망이 바람을 타고 날아오른다.
'오늘 이 정도로만 앞으로 일이 진행되면 좋겠어.
그래. 오케이 이제 데이터로 말하는 거야. 나의 실적도 보고사항도.'
'글쓰기도 기뻐야 하고. 뭘 하든지 내가 즐거워야 한다.
바로 이거지. 이 상승된 기분을 초여름에 가을 향을 닮은 이 바람에 저장하고 싶어."
늘 달리기만 하느라 제대로 둘러본 적이 없는 주차장.
최대한 느리게 또 천천히 걸어본다.
노랑주전자 들고 산딸기 따러 가려던 계획이 무산된 그날, 아침에 들려오던 뻐꾸기 소리가 나던 곳으로
발걸음을 옮겨본다.
"오오 이런 곳이 있었어."
동과 동 사이 동그란 광장 같은 곳이 있다.
참 소박하고 아름다운 공간이다. 여기선 뻐꾸기가 살아도 괜찮겠다.
우거진 나무 숲에 잘 정돈된 조경까지. 몰래 잠시 뻐꾸기가 내려앉아도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는 안전한
둥지같이 생긴 곳이 구나.
뒤로 돌아 나가니 공원으로 연결되는 둘레길이 있다.
이런 아름 다운 공간이 있었나 싶게 꽃도 나무도 잘 가꿔져 있고 나무 데크까지 만들어져 있다.
사이로 연결된 조그만 숲 속 길을 빠져나오니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퍼진다.
마침 점심 이후 시간이라 공원에 저마다의 목적으로 뭔가에 집중하는 사람들.
"이번엔 네가 요정이야. 알겠지?"
유치원생과 저학년으로 보이는 아이들 틈에 엄마가 역할을 정해주는 듯하다.
한 아이가 뒤에 큰 나비 같은 모양이 달린 옷을 입고 사뿐히 달려 나간다.
진초록의 나뭇잎이 우거진 그늘이 더욱 나의 마음을 여유롭게 한다.
갈색으로 입혀진 나무 데크를 천천히 걸어본다.
아. 이렇게 좋은 선선한 바람과 여름향이 나는 오후의 한 나절이라니.
'지난 2주간이 악몽 같은 시간이었지만 이렇게 정리가 되어 가는구나.
내 마음속에 들어 찬 불안과 두려움사이로 든든한 부사수들이 힘이 되어 숭숭 뚫린 구멍을 꽉 메워주는구나. 이대로 진행하면 시행착오는 있어도 앞으로 전진하겠구나.'
"데이터로 무장하자. 알겠지?"
나지막한 마음의 다짐 속에 작은 목소리로 확신을 주는 멘트를 6월의 하늘 위로 날려본다.
"이거 사세요. 삼천 원이에요." 여자아이가 말한다.
"여기 있어. 지갑에 잔돈이 있잖아. 거슬러 줘." 엄마가 대꾸한다.
공주의 요정놀이에서 한 바퀴 공원을 돌고 오니 마트 놀이로 바뀌고 엄마는 경제 교육까지 하고 계신다.
옆에 앉아 계시던 머리가 희끗한 할머니도 웃으면서 쳐다본다.
참으로 편안하고 느긋한 휴일 오후 광경이다.
오던 길 반대로 주차장에 왔다. 살구의 계절인가.
바닥에 떨어진 살구들을 보고서야 위를 쳐다보게 된다. 참 살구빛이 아름답구나. 여인의 살결에 비할만하여
살구빛비누도 나온 것이리라. 여러 컷의 살구나무를 찍어 본다.
매실 유리병을 꼭 사야 한다. 주방용품 도매 상가로 직진했다.
"아저씨, 매실 10킬로 담그려고 하는데 유리병 있나요?"
말없이 고개로만 가리킨다.
"10킬로 유리병 얼마인가요?" "13,500원요."
"매실 10킬로면 10킬로 유리병하면 되겠죠?"
"매실 10킬로에 설탕은 안 넣소?"
"아 맞다. 1:1로 넣으니깐 그러면?"
"20킬로가 들어가게 될 거고 약간의 틈이 있어야 하니 25킬로 유리병이면 되겠네."
아 나는 바보다. 정말 바보다. 산수가 이렇게 약하다. 센스도 없고.
10여 년 전 담아보고 매실을 산 것이다.
"가격은요?" "39,000원이요."
"생각했던 거보다 비싸네요. 더 깎아줄 순 없지요?" "도매예요."
기분 좋게 돌아와 좋은 기분으로 매실을 담갔다.
소주로 병을 마지막으로 소독하고 담그는 법 검색 후 소금을 중간과 젤 위에 한 숟갈씩 뿌려주면 거품이 덜 난다는 글보고 그대로 따라 했다.
좋은 기분으로 담근 매실엑기스를 사랑하는 사람이랑 나누고 싶다.
당연히 좋은 맛이 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