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직장 건물로 냉큼, 어서 들어서지 못할까."

31화 띠뽈씨(나의 애칭♥)의 출퇴근이야기-POD출판에대한상념과 수박음료

by 윤슬





오는 비를 뚫고 출근하니 [수박 블렌디드] 1잔이 작은 메모와 함께 놓여있다.(우산 안쓰고 뛰었음.)

-저 없는 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작은 마음씀이 큰 행복을 가져다준다.




뭔가 조회수(현재까지 66,498) 폭등이 삶에 작은 파문을 일으킨 듯하다.

읽고 또 읽어 봐도 누군가 강제로 나에게 글을 더 많이 쓰라고 응원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웃어요.)


[아니 근데 엄마가 안 오셨으면 좋겠어요.] 나에겐 너무 소중한 글이지만 그렇게 많은 분들이 클릭해 주신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다는 뜻이다.(다시 한번 응원에 감사합니다.^^)




눈뜨자마자 어제의 강의 덕분에 자는 아이들부터 확인하러 갔다.

큰아이 방문에는 <독서실 갔어요> 메모가 붙어 있다.


오늘 알바도 있고 비도 오는데 어제도 밤 12시 다되어 온 것 같던데.

살짝 열린 틈사이로 밀고 들어가니 잠은 깬 채로 누워있다.


"메모 붙어 있어 없는 줄 알았어."


"어제 부쳐 놓은 거예요. 엄마 저 찾으실 까봐."


다 큰 딸이지만 볼을 비비며 침대에 누워있는 딸을 꽉 안아본다.

강한 응원의 마음을 담아서.


"지금처럼만 하면 네가 원하는 대학에(내년 이맘때쯤이면) 다니고 있을 거야."


아들 방문을 열고 들어간다.

어쩐 일인지 에어컨이 꺼져 있다.


"오늘은 에어컨을 알아서 껐구나."


칭찬을 하면서 아들의 손 협곡혈을 감정을 담아서 꽉 눌러본다.(소심한 엄마의 복수랄까.)


토요일이고 비도 오니 더 쉬게 놔둬야겠어.

김태훈의 프리웨이 북끄북끄에서 책소개를 하고 있네.

[잃어버린 얼굴] 처음 들어보는 책제목이다.


추적거리며 내리는 비를 바라보면서 가볍게 밥을 몇 숟갈 뜬다.

이번 주는 이틀간 연차 낸 직원으로 인해 달려서 인지 조금 피곤한 느낌도 든다.


'또 혼자 출근을 해야 하는구나'




샤워하러 들어간다.

룰루룰루 루루루.(미국 프로그램 시그널송.)

누군가는 특급열차가 지나가면서 샤워하면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는데...


나는? 생각이 많아진다. 오늘은 특히.
며칠 전 POD출판에 대한 안내문자를 받았었다.

사춘기아들의 좌충우돌이야기. 아들이 모르고 있는 이야기를 출판을 해도 될 것인가.


갑자기 싸해지면서 꼬마 유령 같은 악마와 천사가 삼지창을 들고 나의 양쪽 귀에서 앵앵거린다.


-악마:((아들을 이용해 이윤을 착취하려는 나쁜 엄마, 아들에게 미성년자지만 동의서를 받고서 이윤의 몇 프로를 나누자. 핫 어때?)


천사:)(너는 정말 나쁜 엄마다. 대체 어떤 의도로 글을 쓰기 시작한 거니? 네가 혼자 아이 키우며 너무 힘들어서 글로 위로받고 아들을 올바른 방향으로(표현이 식상하지만.) 인도해 보려고 한 네 첫 마음을 돌아봐. 핫 어때?)


그런 아주 짧은 샤워 중에, 그동안 아들 키우면서 힘들었던 순간들이 순식간에 한 편의 쇼츠로 재생된다.


-중국에 살 때 중국 유치원에 보내면서 돈이 없어서 집에 데리고 있었던 순간들. 디에쮸앙의 그 그네에 타고 올려다보면서 환하게 웃었을 때(마음에 저장) 엄마 맘은 찢어졌다. 돈이 없어 엄마랑 빈 놀이터에 있는 줄 아들은 모르지.


-잠깐 나갔다 오니 6층 중국 아파트 창문이 열려 있고 네가 안보였을 때.


-말로 다 할 수 없었던, 병원을 다니면서 애타게 너를 기다렸던 순간들...


-너나 누나에게도 사춘기시절 홀로 육아하다시피 하며 외골수 같은 성격으로 아무에게도 도움청하지 않고

외롭게 내버려 둔 죄들...(눈물이 나려 한다. 이 이상한 날씨 때문이리라.)


흡. 감정 정비 들어가신다.

비가 오고 장마철인데 샤워 물까지 온몸에 뿌려지니 그야말로 눈물까지 나올 똥 말똥.

스탑~~~~~원래 나의 출근 이야기 모토는 빠르고 즐겁고 신나는 허당 이야기 들인데.

올 스탑.



두둥.

헐. 몸무게가 60.5kg이닷.

다시 한번 룰루랄라 얼씨구절씨구.

54킬로 정도까지 빼볼까나. 그러면 내 키에 적정 몸무게인 셈이닷.(발가벗은 기분이네.)

아침에 울고 짜고 몸무게까지 대방출하고 나니 온몸에 힘이 다 풀린다.(에라이 모르겠다.)

갈 때까지 가보자.


엘베 비서녀의 배웅으로 지하 3층까지 내려오니 구석구석 조그만 물방울들이 뭉쳐있다.

조심조심 사뿐사뿐...

엉 근데 너 이 바지 며칠 째 입고 있니.

옷이 이것밖에 없는 거니.(아니 이 회색 바지 대박이쟈나...)


지하 주자창을 빠져나오니 비가 와서인지 도로가 반지르르하다.

왠지 알 수 없는 약간의 무거움과 어제 들은 강의로 인한 엄마로서의 책임감이 어깨를 누른다.

빠르게 지하 주차 후,


"나의 사랑하는 직장 건물로 냉큼, 어서 들어서지 못할까."




-다음 편에 계속-



(윤슬작가의 변)


저번 주 토요일 엄청 바쁘더니 오늘은 비가 많이 와서 인지 조금 조용합니다.

오너들은 애가 타겠지요.(최선을 다해 일하고 있습니다.) 제 마음도 타들어 간답니다.


저의 일도 그렇지만 타 부서 일로 조금 스트레스가 받칩니다.

다른 때 같으면 특유의 밝은 목소리로 대할 일도 오늘은 조금 무겁네요.

그래도 간간히 글을 쓸 수 있어서 감사한 토요일 오전입니다.

감사해야 감사할 일이 쏟아지더라고요.


아들이 방금 전 전화질을 해댔습니다.

집에 먹을 게 없다고요. 어제 공동구매 물품 찾아야 하는데 자기 때문에 학교에 강의 들으러 가느라

못 찾아 놓은 건데. 아휴.ㅎㅎ


바로 공구 찾아서 아들 배를 두둑이 해놓은 다음, 어제의 그 명강의를 다 브런치에 풀어보려고 합니다.

권택환교수님께서 저를 어제 울고 웃기고 아무튼 대단했어요.

그러면 오후에 사춘기아들의 좌충우돌이야기로 만나요. 야햡.

(좌:마음씀에 뭉클/우:맛보기 사진이다. 명강의하고 가심)


부족하고 사소한 글들 읽어주시는 독자님들 진심으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