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사춘기아들과의 좌충우돌이야기-시험이 끝나고 태풍도 무사히 지나갔네
내 특기는 주무르기.
그중에서도 발마사지 그리고 취미는 귀 후비기, 여드름 짜기.
헬스장에서도 천둥 번개가 치고, 만화영화에서 보는 전기 통하는 번개그림을
러닝머신 위에서도 창밖을 통해 여러 번 보았다.
비를 워낙 좋아해서 20분 동안 속도 9로 신나게 뛰었다.
습한 날씨로 목에 구슬땀을 오랜만에 흘려보네.
집이 고요하다.
돌아와 소파에 걸터앉아 지인에게 선물 받은 책 두 권을 훑어본다.
얼마나 큰 노력 후 책을 펴내는지 알기에 참... 뭐라 말하기 곤란하다.
(펴낸 적은 없지만 간접경험.)
책을 쓰는 형식은 아주 다양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성의 없이 글을 펴내는 건... 곤란하다는...
(이것도 맘대로 판단하면 안 된다.)
이상하리 만큼 고요함을 뚫고 빗방울이 더욱 굵어져 통유리창을 때린다.
"S야"
크게 불러본다.
반응이 없어 노크 후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큰 의자에 몸을 기대어 폰을 들고 있다.
그 긴 다리는 침대에 기댄 채.
"힘들지?"
반응이 없다.
슬그머니 침대에 걸터앉았다.
어느새 3.126kg으로 태어난 아기가 64kg이나 되었는지.
또 발은 어떤지.(잘생겼다는.)
엄지와 검지를 ㄴ자로 펴서 그 안에도 쏙 들어오던 발이 270미리가 넘는다.
나는 기분이 좋을 때 자주 귀후비개를 들고 아이들 방을 드나든다.
여드름을 보기만 하면 짜고 싶어 안달을 해 아이들이 기겁을 한다.
어릴 때부터 두 아이 발마시지 하는 게 습관이 되었었다.
커서부터는 운동하고 온 후나 지쳐 있을 때 시험공부기간일 때 마사지를 해준다.
아들의 발을 나의 허벅지에 툭 걸치고 마사지에 들어간다.
"시원하지?"
반응이 없다.
시원하다 좋다 말해주면 더 신이 나겠지만 그런 대답은 무리다.
대답을 유도하려 머릿속은 새까만 실타래가 엉킨 낙서처럼 변했다.
"아프진 않니?"(고작 한 말이 흐응.)
"네"
(조금 덜 바빠서 글을 쓰고 있는데...)
실시간이닷.
12시 2분이다.
즈엉즈엉 즈르르릉(진동소리)
아들에게 전화가 왔다.
"아 엄마 오늘 영어하고 한문이었는데..."
(아흐 시험 친 목소리 치고 나쁘진 않는뎅.)
"어땠어?"
"아아아아 큰일 났다... 말아먹었어요...
아니 그게 자신 있게 쳤는데 실수를 많이 한 것 같아요.
아아아 어쩌지... 망했다아아 앙."
'아니 그러게 잘하지 이놈아.'
"평소 영어 잘하는 아이들은 그대로 성적 나왔고, 좀 잘하는 부류들은 90점대 초반.
아아아 선생님이 전부다 이번엔 문제를 어렵게 내기로 했나 봐요.
아아아 어쩌지 망했다....
(내내 아아아 어쩌지 망했다. 이런 소리를 후렴구로 들려준다.
무슨 [늴리리야 마앙~해에~앴~구나] 국악곡을 하나 만들어라 이놈아 크크.)
'그래서 너는 몇 점인데?'
말도 제대로 못 하고 머릿속으로 생각만 계속한다.
"저번 하고 영어는 비슷하게 나온 거 같아요.
한문은 담임선생님 과목인데 바로 채점해 주셨어요.
91점 받았어요. "
"담임 선생님 정말 좋은 분이신 거 알지?"
"네. 알고 있어요.
아 근데... 본론은 이게 아닌데... 엄마"
엄마라고 부르면 기뻐야 하는데 덜컹한다. 특히 약간 뜸을 들이기라도 하면.
그 느낌을 나는 안다. 뭔가 약간 머뭇거리는 1-2초가 내겐 상당한 부담이닷.
"오늘 저녁에 친구들 22명 정도 2-3천 원 돈 모아서 축구장 예약 했어요.
근데 거기 가기 전에 친구들 1-2명 정도 우리 집에 와서 5시 반까지 놀다가 가도 돼요?"
"당연하지. 근데 누나 리포트 쓰고 있을걸. 누나한테도 물어봐."
"네 알겠어요."
다행히 어젯밤 요구가 다시 튀어나오진 않았다.
(발 마사지로 다시 돌아가서 흐읍)
열심히 한쪽 발씩 마사지 들어가신다.
여태 아기 때부터 초등학교시절까지 오일로 마사지를 해줬어도 이론은 잘 모른다.
용천부위를 문 질러 주면 시원해한다는 것.
발 안쪽 움푹 들어간 부위, 딱딱한 발뒤꿈치와 아킬레스건등 좋아하는 부위부터 해주고 발가락부터 뒤꿈치까지 세심하게 사랑을 듬뿍 담아 문지르고 꼭꼭 눌러주었다.
아들의 두툼한 손바닥은, 엄지와 새끼손가락 사이에 내 두 손을 끼우고서
손바닥 위에서 부터 자분자분 눌러서 내려온다.
그런 다음 가느다락 손가락은 나의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워서 빠르게 훑어준다.
엄지와 검지사이 움푹 파인 곳을 지그시 눌러주면 특히 좋아한다.
'어라 이 놈이 그만하라는 소리를 안 하네.'
눈은 지그시 감고 풀린 상태로 보이는데 조명이 어두워 정확히 보이진 않는다.
발에 이어 손바닥 그리고 어깨와 목까지 마사지를 이어갔다.
바로 그때.
"엄마"
"어어 응"
"엄마 이거 언제 해줄 수 있어요?"
-다음 편에 계속-
(덧붙임글)
다 써두고 발행만 누르면 되는데 점심시간이라 후다닥 올라가서 토란대를 듬성듬성
썰어 넣은 육개장을 먹고 타 부서 방에 처음으로 초대되어 커피 한 잔 들이켜고 왔습니다.^^
비 온 뒤 날이 많이 더워 보입니다. 창 밖을 내다보니.
졸릴 시간인데요. 아이스 음료 한잔하고 다시 힘을 내어 봅시다.
늘 부족하고도 사소한 글 읽어 주시는 독자님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사랑을 전하며. 333 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