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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너를 일찍 깨울 방법이 혹시 소고기 구이일까"

1화 사춘기아들과의 좌충우돌이야기-다시 시작된 1학기 2차고사 시험직전

by 윤슬





아들의 중간고사가 다음 주 월요일부터 3일간 시작된다.


이상하게 이번에는 늦게까지 스터디 카페도 안 가고 아들이 왠지 조용하다.


엄마의 입장에서 혹시 얘가 저번 시험성적으로 흥미를 잃었나 신경이 많이 쓰인다.


저녁 8시가 넘어 학원에서 돌아올 시간이다.


Y공원산책을 하다가 부리나케 집에 올라왔다.


"저녁은?"


"배고파요."




퇴근하면서 식탁을 보니 공동구매로 산 대패삼겹살을 1팩 거의 다 먹고 프라이팬이

식탁 위에 올려져 있었다.


'안 굶고 갔네'


냉동실을 열어본다. 세상에 이놈이 빈팩을 그대로 넣어놨다.

확 그냥 이놈을.(그래도 어쩌랴 내가 배 아파서 낳은 아들인걸.)


어디 그런 일만 있겠나.


어떤 때는 퇴근 후 밥솥에 전원이 켜져 있으면 으레 밥이 있겠거니 열어보면 밥은 다 먹어 치우시고

활활 타오르는 열기만 내뿜는다.


빈 밥솥이 마치 내 마음을 아는 듯.(방긋.)

아주 가끔 있는 일이라 해두자. 크읍.




아들이 배고프단 소리에 나의 모든 시냅스는 반응한다.


보자. 보자. 뭐가 없나.


아까 냉동실에 보니 김파래 가루가 있었다. 다 먹지 못해 바로 냉동실 행이 된 유통기한 얼마 지나지 않은 것이다.


남아있는 세공기가 넘는 밥을 김가루에 참기름을 듬뿍 부어서 주먹밥을 만들어 주었다.


무슨 거신이라도 들었나. 순식간에 유튜브 감상하면서 먹어 치우신다.


"엄마 물도 좀 주세요."


거실에 앉아서 브런치 작가 글들을 훑어보고 있다가 물 240CC가량 담아서 대령.




밤 11시가 넘어서 아들이 다시 어슬렁 거리며 기어 나왔다.


방에 잘 들어가지 않는다. 없을 때 가끔 들어가 대청소를 해주는 일 말고는 방에 들어가서 손대는 걸 싫어해서다.


"엄마 과일주세요."


일요일 아침 8시에 제부가 빠알간 신비 복숭아를 직접 가서 땄다면서 1박스를 들고 왔었다.(너무 고마운 동생부부.)


과즙이 얼마나 달고 많던지. 안 먹는다고 하던 아이가 그걸 달라고 한다.


껍질째 깨끗이 씻고 썰어서 먹음직스럽게 한 접시 가득 담아 주었다.


또 유튜브를 보면서 다 드신다.




아이의 성적이 많이 신경이 쓰인다.


같은 중학교 나온 누나가 선생님은 다 바뀌어도 참고하라고 이전 1학기 2차 지필고사 시험지를 모두 꺼내어서 일주일 간이나 거실 상에 올려 두었다.


진작 봐야 할 사람은 아들인데 딸과 나만,


"비변사가 이런 기능을 하는 거였나?"


"딸아. 너 이거 하나도 안 틀리고 다 맞은 거야?"


"네 동생 S 보면 오히려 역효과 나는 거 아냐?“


“문제가 이렇게 어렵니?“


“정말 거의 다가 주관식이구나.”


과학 사회 역사 국어 문제지를 펼쳐 놓고 수다를 떨었다.


결국 아들이 전혀 관심을 안보이자 우리는 상다리를 접고 시험지를 작은 협탁에 올려두었다.


이제나 저제나 아들이 관심가지며 보길 바라면서.




아들은 신비복숭아를 다 먹고선.


"안방에서 샤워할게요."


하면서 들어가 버린다.


저 녀석 맘 속에 뭐가 자리한 거지. 말수도 줄고 배가 고플 때만 엄마를 찾는 것이 수상하다.




아침에 아들이 지각하기 직전인 아슬아슬한 시간에 먼저 집을 나섰다.


그리고 뒤따라 나도 출근길에 들어선다.


아무 생각 없이 지하 2층 주차장을 빠져나와 횡단보도를 보는 순간.


아. 내가 못 볼 것을 보고 말았던 것이다.


이젠 도로에 올라와 있지 않고 아파트 상가 카페 계단 움푹 들어간 곳에 빠빰.


나의 아들도 줄곧 시선을 거두지 않은 채 운전석에 앉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 우리가 무슨 연인인 것인가.'


나도 시선을 멈추지 않고 무슨 영화에서 나오는 장면처럼 거두지 못하는 시선으로 아련함이나 아쉬움이 아니라 분노에 가득 찬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그렇게 아들이 멀어질 때까지 쳐다본 것이었다. 햐...


하 아들아 요즘 그래도 지각 안 하고 나가서 내심 얼마나 고마워했는데.


네가 반장이라서 엄마가 얼마나 신경이 쓰였는데.


반장은 일찍 가서 자습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엄마는 옛날 사람 맞지.




어제는 월요일인데도 안 바빠서 조금 걱정했는데 마침 오늘은 많이 바빠서 다행이지.


안 그랬음 너 때문에 신경 쓰고 걱정하느라 하루를 종일 보냈을 듯하다.


수요일 있었던 오너와의 대화도 벌써 몇 주째 쉬지 않고 계속되고.

(이번 주부터는 화요일로 바꾸신다 하여 잘 마쳤다.)


자꾸 의견을 내라 하는데 이젠 더 낼 의견도 없는데 말이다. 흐읍.


아들아 우리 제발 잘 살아보자. 잘 이겨내 보자.


아침에 너를 일찍 깨울 방법이 혹시 소고기 구이일까.


엄마는 조심스레 지갑을 열어보며 고민한다. 하앗.




오늘 집에서 우리 만나자꾸나.(어금니 꽉.)

아침에 시선만으로 애달프게 헤어진 회포를 집에서 풀어볼래?

기다려라 엄마 나가신다아아아아아앙.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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