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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이 수상한 느낌은? 혹시 아들이 컴퓨터로?'

8화 사춘기아들과의 좌충우돌이야기-학원간담회와 수상한 컴퓨터 화면?

by 윤슬





"이 구명조끼 대여료는 얼마인가요?"


"7천 원입니다."


우리는 파도풀이 있는 L워터파크수영장으로 달려갔다.

정말 오랜만에 나온 것이다. 비가 오지만 손님들이 아주 많다.

비를 맞으며 수영하는 느낌은 정말 새롭다. 추억을 마시는 느낌이랄까.

이렇게 날씨가 더우니 얼마나 성화를 했을까. 각 집마다 1명씩 있겠지.


인파들이 구명조끼를 입고 겁 없이 파도 위에 달려드는 동안

양쪽 중간과 코너엔 빨간 조끼를 입은 세이프가드들의 눈은 반짝이다 못해 초주검이 된 듯

핏발이 서려 보이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엄마 이리 와보세요."


제일 좋아하던 아들은 연신 파도파기의 귀재가 된 듯 나를 불러 재낀다.

한번 물을 심하게 먹고 난 뒤 온몸에 힘이 다 빠져 있는 나를.


"누나랑 놀아"


얼마나 보기 좋은 모습인지 아들과 딸은 오전 내내 저러고 있어도 지친 기색이 없다.


나는 아이들이 노는 것을 보고 살짝 귓속말을 한 뒤, 따뜻한 온천욕같이 만들어 논 웅덩이에

엉덩이를 깔고 내리는 가랑비를 맞아 가며 옛 추억에 젖는다.


'이슬비가 오던 그날 그는 무궁화 꽃나무 아래까지 데려다 주고도, 내가 집에 안 들어가니 몇 번을 왔다 갔다 했었지. 모르지 뭐. 그는 내가 '후딱 집에 들어가야 자기도 집에 갈 수 있었는데...' 하면서 딴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도.'


하여간 비가 오면 부질없는 상념들이 솟구친다. 저 파도풀이 슬금슬금 올라와 새로운 물결을 만들어 놓듯이.




주말인 오늘은 두 화장실 청소가 타깃이다.

아. 씻어도 씻어도 표가 안 난다.

누군가 왔다 가면 청소한 표가 안 난다.


우선 안방 화장실부터다.

먼저 물로 한번 샤워를 해준 뒤 비누칠을 해서 하얗게 만든다.

다음은 락스를 물과 조금 희석하여 변기 구석구석을 닦아낸다.

(세정기능이 부착되어 있어 전에 손으로 씻다가 감전이 되어 식겁했었다.)

오늘은 조심 또 조심해서 다 닦아낸다.


이상하게 샤워실안 바닥에 얼룩이 져있다.

뭐지? 희석하지 않은 락스를 먼저 뿌려놨다.


다음은 바깥 화장실이다.

같은 순서로 청소를 하고 변기에는 지워지지 않은 노란 점 같은 게 있어서 락스를 조금 진하게 만들어 부어 놓는다.


아~~~~~~~ 여긴 어디? 나는 어디?
내 몸에서 수영장에서 맡은 그 향기로운 락스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직접 갔다 온 것이 아니다.(죄송해요. 이미 저는 청소하면서부터 워터파도풀장에 있었던 걸로.)


아들이 커고 나서부터는 도통 우리와 워터파크 갈 생각이 없다.

언제 적인지 기억도 안 나고 7천원주고 갔던 기억이 마지막이다.


참 난감했던 기억이 있다.

나와 누나는 여자샤워실에 가니 저학년인 아들을 혼자 남자탈의실에 넣을 수가 없어서

샤워장 관리하던 남자직원에게 부탁을 했었다. 그러면 말갛게 씻겨주기도 하고 수영복으로 탈의하고 나왔었다. 참 그랬었지. 그때의 기억이 엊그제 같이 난다.(당시의 직원분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때의 기억을 더듬으며, 청소하면서 마치 워터파크에 아이들이랑 간 마냥 상상하면서

즐긴 것이다. 아직도 약간의, 거실로 풍겨 나온 그 락스향은 나를 며칠간 계속 워터파크 파도풀에 푹 담가놓을 예정인가 보다.(하하. 이 냄새를 싫어하는 사람도 많은데 나는 참 좋다.)




어제저녁부터 아들이 뭔가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안 그래도 문을 열면 다른 때보다 예민하게 느껴진다.


'뭐지? 이 수상한 느낌은? 혹시 아들이 컴퓨터로?'


오늘도 회색 커튼도 다 친 채, 오후 2시 가까이 되어서도 나오지 않길래 억지로 깨워서 밥을 먹였다.

안 깨웠음 어쩔 뻔, 아들은 정신없이 곱빼기 우동그릇크기의 그릇에 밥을 비벼서 후딱 유튜브를 보면서 먹어 치우신다.


오후에 운동을 하고 난 뒤 다시 아들 방에 노크를 했다.

대답을 해야 들어간다. 안 그러면 다박다박 자기 의사를 정확히 표시하기에.


똑똑. S야.

대답이 없다.


다시 노크 후 살짝 문을 열었다.

귀신이 나올 거 같은 방분위기에 회색 커튼까지 다 치고서 대체 뭘 하는 것일까?


"엄마다. 뭐 하는 거니? 어제부터 엄청 바빠 보인다?"


"아 엄마 뭐 하고 있어요. 그만 들어오세요."


"그래 뭐 하냐고 엄마 노크나 부르는 소리도 못 듣고."


"아 이번에 곧 합창제를 하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 사회를 맡게 되었어요.

그래서 대본도 짜고 할 일이 많다고요. 그러니 자꾸 문 열고 들어오지 마세요."


"알겠어. 대본 짜느라 바쁘겠구나."


아니 내가 언제 그렇게 자주 들어간다고 그러는지.

이때까지 내가 낳은 아이지만 수줍음 많고, 남 앞에 나서길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얼마 전 수련회에는 반대표로 노래자랑대회도 나가고 이번엔 합창제 사회까지.


물론 이전엔 오케스트라 악장까지 하며 나름 리드쉽이 있는 아들이었긴 해도.


'아 이거 뭐야 우리 아들 연예인 기질이 있네. 이거 이거 뭐 생각지도 못했던 거 시켜야 하는 거 아냐.'


혼자서 온갖 오지랖은 다 떨어본다.

아 이럴 때가 아니다.

학원 원장님께서 일요일 저녁 7시까지 학부모 간담회가 있다고 하셨다.


'어쩌다 내가 열혈 엄마가 되었나. 실제로는 아무것도 아닌 엄마일 뿐인데.

아 그런데 어쩐다...'


원장님께서 말씀하셨다.


"물어볼 거 있으시면 A4용지에 다 적어서 오세요. 뭐든지 좋습니다.

적어오시면 일목요연하게 다 답을 달아 드리겠습니다."


어제 까지만 해도 초기비용* 어쩌고 저쩌고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질문사항이 생각나지 않는다.

어젯밤에도 오늘도 종일 생각했다. 무엇을 적어가야 할까.

상담시간은 다가오는데.

(*초기비용:이전 글에서 전교 1등은 초기비용이 적다는 글에서 나온 얘기임)


이제야 그 이유를 알았다. 참석 직전에 말이다.


"S야 엄마가 아무리 생각해도 물어볼 게 너무 많아서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어.

엄마가 묻고 싶은 건 공부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거든. 네가 어떤 자세로 공부에 임해야 할지 물어볼 질문의 범위가 너무 넓단다."




-다음 편에 계속-




(윤슬작가의 변)


우선 너무 급해서 학원 학부모 간담회에 다녀오겠습니다.

차로 5분 거리라 지금 바로 출발하렵니다.

다녀와서 오타 수정하고 그리고 또 깨알 정보가 있으면 다시 올리겠습니다.

2시간 뒤 다시 만나욥^^




쨔쟌~~ 다시 나타났습니당.^^

집에 도착하니 9시 45분쯤 되었네요.

어쩌다 보니 열혈엄마하고 말했더니, 진짜 [열혈엄마]가 되어 버렸습니다.

요즘 명강의 복도 같이 터졌나 봅니다.


저녁 먹었냐고 마치자마자 전화하니 아무것도 안 먹었다고 합니다.

(데우기만 하면 되게끔 다 준비해 놓고 갔거든요.)

이런...(말줄임표 안에 좋은 말만 넣어서 줄였답니다. 핫.)


바로 앞에 빵집이 있어서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모닝빵과 딸이 좋아하는 야채 샌드위치를 사서

얼른 돌아왔습니다.


(고기를 데우고, 새우게맛살 만두로 저녁을 해결해 주고 마무리하려고 앉았습니다.)


창밖에서 부는 상쾌한 바람이 오른쪽 빰을 간지럽힙니다.
부드럽게 볼을 어루만지며 기분을 좋게 합니다.

제 글을 읽어 주시는 분들에 대해 잠시 생각해 봅니다.


가끔 든 생각이었지만 오늘은 문득 제 글이 자녀도 다 키웠고 딱히 삶에? 해당도 안 되는 얘기인데도

읽어주시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감사한 마음이 바람과 함께 실려 오네요.

열심히 살라는 응원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강의는 어땠냐고요?

대박이었습니다. 이건 따로 정보를 드려야겠습니다.

(좌:원장님 열강 내용 맛보기입니다./우:강의 화면 옆 작은 보드에 적힌 원장님의 학생들에 대한 사랑이 느껴집니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남은 하루도 잘 마무리하시고 편안한 밤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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