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사춘기아들과의 좌충우돌이야기-아들의 졸업 앨범 컨셉이 궁금해요.
며칠 전 아들 방에 들어갔다가 못 볼 것을 보고 말았다.
이게 뭐지?
아들은 이런 거 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처음엔 이걸로 온몸에 문신을 하는 줄 알았다.
에그머니나.
어릴 때 껌종이를 갖다 붙이고 싶은 곳에 댄 다음 손톱으로 문지르면 생기는 것처럼.
이 용무늬며 청색 빨강색 꽃이 그려져 있고 푸르죽죽한 이파리 타투를 설마 하는 건 아니지.
숨을 한 번 가다듬고 투명 비닐 종이에 여러 개 싸여있는 걸 만져본다.
다행히 타투를 하는 건 아니다.
토시처럼 팔에 끼울 수 있는 것이다.
그 옆에는 주황과 연둣빛의 형광색 핫팬츠들이 널브러져 있다.
의문을 가지고서 며칠이 지났다.
"H야 네 동생방에 그거 봤어? 그 문신토시들. 그게 뭐니?"
"크크크. 아 그거요 엄마도 보셨어요?"
"응"
"엄마 요즘 그거 유행은 조금 지났는데 전에 말씀드린 적 있챦아요?"
"응 근데 그걸 어디에 쓰려고 저렇게 사놓은 거니?"
"아 조금 있으면 졸업앨범 촬영하는데 그 걸로 컨셉을 잡을 거래요."
"네 동생은 배도 전혀 안 나왔고, 군살이 하나도 없는데도 저렇게 컨셉을 잡아서 하는 거니?"
"네 추억이잖아요. 아마 졸업앨범에 남길건 가봐요."
초등 졸업 생각이 난다.
하필 그때 축구 하다가 손가락 인대가 늘어나서 한 달간 스플린터를 한 적이 있었다.
군인 중에서도 조교로 분해 빨간 모자를 쓰고서 잡는 컨셉이었다.
참 신기하게도 앨범엔 아들이 하던 보호장치는 전혀 티 나지 않게 다른 친구의 손가락으로 대체가 되어 있었다. 사진을 보니 참으로 기발한 내용이 많았었다.
인형을 들고 오거나 여러 가지 영화장면을 패러디하거나 당시 최신 유행하는 신변잡기로 컨셉을 잡은 13살?의 어린이들이 참으로 귀여웠다.
아들은 오늘이 그날 인가 보다.
도대체 늦게 일어나서 N사 바람막이 아주 많이 튀는 빨강색과 파랑색이 나뉘고 그 위에 비닐로 덮여있는 그 옷과 한 겨울에 입는 털이 보송보송한 입었을 때 만지면 상대방 기분이 더 좋아지는 연한 블루와 회색이 믹스된 느낌의 옷과 그날 방에서 보던 그 문신토시와 형광색 바지 2종들이 종이 가방에 담겨 아들 손에 들려 있다. 옷은 뭘 입고 가나?
회색의 반바지 체육복 역시나 빠지지 않는 위에 학생 모델이 착용한 UA모델 쫄티다.
주짓수로 단련된 몸이라 피하지방이 하나도 없는 아들이 오늘 기분 좋게 촬영 잘하고 오길 니 어미는 간절히 바란다.
"멘탈이 무너지지 않고, 날씨가 찌고 불쾌지수 높은 날에도 화이팅이닷"
같이 엘베를 타면서도 한마디도 못했다.
마음속은 저렇게 외치고 있었으나, 몸도 아직 정상 컨디션이 아닌 데다 지각은 아니지만 여유롭게 나서질 못하니 마음이 급하누나.
-다음 편에 계속-
(윤슬작가의 변)
어제 숙제를 못한 느낌이라 아까부터 사진을 미리 캡처해서 자르고 수정을 한 뒤에 글감을 찾아서 쓰고 이제야 올립니다. 날씨가 정말 제 기분처럼 오락가락하고 변덕스럽네요.^^
아들은 오늘 컨셉 잘 살려서 사진을 잘 찍었는지 집에 오면 친구들이 찍어준 사진을 한 번 몰래 보겠습니다.
만고 제 생각이죠. 보여줘야 보는 것이죠.
어제 아들이 얼핏 스치며 한 말이 기억이 납니다.
"엄마 나 요즘 학교 행사도 많은데 그 바이러스에 걸리면 어떡해요?"
마치 바이러스 걸린 것처럼 코스프레한 제가 잘못이네요.
결론은 정확해요. 자기 몸은 자기가 챙길 것. 그리고 멘탈이 안 무너지기 위해 학원원장님께서 하신 말씀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타인에게 사랑받으려 하지 마라. 불가능하다 아이가"
(자 이것은 영화 [친구] 니가 가라 하와이 버전으로 읽어 주세요. ㅎㅎ)
남은 하루도 뽀송하게 그럼 물러갑니다다다다아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