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화 띠뽈씨(나의 애칭♥)의 하루이야기-밤새우며 나눌 동료들과의 수다
오후 4시 50분이다.
오전에는 몽롱한 상태를 즐겼고, 오후는 안 바쁘니 몽롱한 상태에 담겨 있다.
어제 직장동료들을 만나서 좋아하지 않는 양식을 먹었다.
살치살구이, 까르보나라, 카레리소토, 고르곤졸라 피자등이었다. 이상하게 어젠 점심도 못 먹고 저녁엔 엄청 열심히 먹었는데도 아무리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았다.
'탄수화물 중독인가 보다'
뭘 먹어도 밥이 들어가야 배가 부르다.
저녁 9시 문을 닫을 때까지 수다가 끊이질 않았다.
주인이 와서 문을 닫으니 나가달라고 공손히 말씀하였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대화가 둘로 갈라져 상대가 듣고 있긴 한데 2:2로 나뉘어 1:1 대화를 하다가 다시 4명으로 뭉쳤다가 1달 동안 할 말이 너무 쌓여서 누가 옆에서 객관적으로 우리의 대화를 들으면 참 우스웠을 것이다.
직장 안에서는 서로 눈인사만 나눌 뿐 반가워하면서 얘기를 나눌 수 없다는 것이 공통적인 의견이다.
-왜 직장 안에서 살갑게 타 부서지만 인사를 나눌 수 없는 것일까.
-우리 중에 공공의 적이 있었던 걸까.
-아는 체하면서 살갑게 인사를 하면 기존 직원이 이렇게 얘길 한다.
"선생님 새로 들어온 그 Z선생님하고 친해요?"
밤 9시가 되어서 가게 밖으로 나오니 뜨거운 여름밤공기가 훅 끼쳐왔다.
이대로 헤어지기 아쉽지?
다들 집에 들어갈 생각이 없는 걸까.
나는 약간 졸리기도 하고 아들 걱정이 되었다. 안 그래도 부재중 전화가 3통이나 왔었다.
"엄마 후시딘 겔이 다 떨어졌어요. 그거 좀 사주실 수 있으세요?"
"엄마 동료들과 있는데 네가 사가면 안 되겠니?"
"지금 Y공원 돌고 있어요. 엄마가 되시면 사주세요. 집에 가서 잠시 쉬었다 바로 복싱 배우러 갈게요."
누군가 근처에 괜찮은 카페를 봤다고 했다.
한 번도 가본 적은 없지만 17층과 18층을 하는데 이 주위에서 핫한 곳이라 한다.
18층 엘리베리터에서 내려 다시 계단으로 17층으로 걸어갔다.
모든 사람이 1인 1 주문이라고 한다. 우리는 팥빙수나 과일요구르트도 그렇게 하냐고 물으니 그렇다 한다.
대선배가 계산을 하고 주문한 것을 기다리며 창가에 앉았다.
18층은 어떤 느낌인지 실내 계단을 타고 올라가 보았다.
엥? 이런 게 요즘 핫한 아이템인가.
밤 12시까지 하는데 공간이 너무 넓어서 놀라고 의자를 많이 배치해 두지도 않았다.
18층은 벽이 없는 방처럼 여기저기 이불 같은 포근한 담요가 있어서 드러누워 있거나 마치 안방에서 친구들과 누워서 장난치는 듯한 광경이 펼쳐졌다.
대부분 20대 초 중반으로 보이는 사람들이었고. 주로 여성 서너 명의 조합이 가장 많았다.
구경 후 우리는 다시 17층으로 내려왔다.
벨이 울려서 주문한 것을 가지러 갔다.
역시 양이 한 명이 먹을 만큼 적었다. 가격은 8천 원에서 9천 원 사이인데 이렇게 양이 적으니 1인 1 주문이 맞겠다 싶다.
다시 대화가 흘러 나갔다. 우리의 주제는 묘한 분위기였다.
어떤 고객의 묘하게 불친절하다는 말이 화두가 되어 4명이 실컷 웃었다.
모든 대화마다 [묘하게]라는 단어를 넣으니 정말 묘한 분위기의 웃음코드를 흘려주었다.
대선배는 들어온 지 이제 7개월이 넘었는데 이제 모든 것을 다 내려놨다고 했다.
이제 더 이상 이 시스템을 바꿀 수도 없으며 노력해도 소용이 없다고 털어놓았다.
그녀의 얼굴이 모처럼 환하게 보였다.
앞으로 어떻게 할지 결정이 선 듯이 보였다. 제일 연장자지만 우리 모임을 이끌어 나가는
브레인이며 아이디어우먼이었다. 만약에 그만두게 된다면 우리의 모임이 그리 오래되진 않아도 제일 걱정이라면서 쓴 미소도 함께 지었다.
밤 11시가 다 되어 간다.
대화가 끊이질 않자 빈 그릇을 주섬주섬 챙기면서 나갈 준비를 하자고 슬며시 말을 했다.
17층 낡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그녀가 무섭다며 안의 난간을 꽉 잡았다.
앞으로 우리의 모임이 어떻게 될지 잠시 흔들리는 엘리베이터 속과 투명하게 비치는 바깥 공원의 깜깜한 밤 풍경 속에서 내 마음에도 검은 별이 지고 샛별이 떠올랐다.
집에 오자마자 아들 흰색 면티와 자주 입는 옷을 손빨래했다. 그리고 간절히 글이 쓰고 싶어 졌다.
자료를 찾아야겠어... 온 집을 다 뒤져서 수첩을 찾았다. 못 찾고 새벽 2시까지 들쑤시고 다니니 딸이 나와서
엄마 그기 서랍은 보셨어요? 그래 내가 그 수첩을 버리진 않았을 거야?
나는 모든 곳을 다 뒤지고 오직 딸이 말한 그 한 곳의 서랍만 비켜가고 있었다.
'어라 수첩이 여기 있었네. 그래 글을 쓰라는 말이지? 그지? 이거?'
마음속으로 나를 다 잡았다.
밤새도록 한숨도 자지 않았다. 긴 한숨을 토해내며 나는 그렇게 날이 밝아 오는 줄도 모르고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었다.
-다음 편에 계속-
(윤슬 작가의 변)
-감사하지 않고 우울해 있을 거면 오늘 저녁 먹지 마라.ㅎㅎ-
이 한 줄로 마감을 할까 합니다.
종일 매미소리 듣다가 퇴근시간이 밝아 왔어요.
남은 하루도 웃어요~~~
지금 딸이 거실창문에 붙은 매미 사진을 보내왔어요.
이렇게 높이 올라온 이유는 뭘까요? 너무 더워서일까요.
늘 사소한 글을 읽어주시는 작가님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