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최대 임무인 나의 등을 시원하게 긁어 주렴."

36화 띠뽈씨(나의 애칭♥)의 주말이야기-하루종일 집에서 한 생각들

by 윤슬





딱.


아이고 아파라.

이 어이없는 회초리에 웃지도 울지도 못하겠다.
근데 정말 아프네.

야 효자손아.

딱 깨 놓고 말해서 내가 뭘 잘못했니.

너 왜 갑자기 내 오른쪽 보석 같은 눈을 그렇게 때리면 어떡하니.

이 눈으로 아이들 밥도 해야 하고

오늘처럼 오전 내내 청소해야 하고

음식물 쓰레기, 종이박스들도 분리수거해야 한다.

그리고 나의 최대 취미인 브런치 글쓰기도 해야 하고.


다음부터는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땐 말로 해줘.

그리고 너의 최대 임무인 나의 등을 시원하게 긁어 주렴.
아파서 눈을 감고 있는 이 순간 얼마나 많은 생각이 스치고 지나는지 너는 모를 거야.

사랑스러운 나의 효자손님아.


(효자손에게 대신 화풀이 하고 있는 CS.J님 이시다.)



청소를 거의 끝내고 돌아서려는데, 땀에 젖은 등이 가려워 효자손을 들어 등에 갖다 대다가 그만 오른쪽 눈을 딱(천둥소리) 소리 나게 효자손 갈퀴등부분으로 때리고 말았다. 지금도 눈두덩이 거짓말 조금 보태어 약간 찌릿한 느낌이 든다.



늦게까지 자고 일어나 보니 주말이라 할 일이 태산이다. 작은 아이는 허리가 아프다고 한다.

이것도 한 걱정. 큰 아이는 어제부터 설사를 너무 해서 눈이 퀭하다.

해결해야 할 일도 그렇지만 일 년 내내 365일 배달을 시키지 않으면 부엌에 서야 한다. 몸이 아파도 피곤해도 내가 늘 해야 하는 몫인 것이다.

부엌에 서서 밀린 설거지를 정리하면서 참았던 짜증이 올라왔다.


"엄마가 언제까지 이렇게 해야 하니?

주말엔 엄마도 좀 다른...처럼 쉬고 싶다."


그래도 어차피 내가 해야 할 일이다.

배고파하는 아이들에게 우선 만두 한 봉지를 쪄주었다. 그리고 회심의 미소를 짓게 하는 공동구매로 사 둔 메밀소바를 오전 11시부터 개봉해서 삶았다. 짜증이 나서인지 다른 면보다도 삶는 시간도 5분이나 걸리고 또 걸쭉 거리는 게 마치 면죽을 끊이는 느낌이다. 마음이 불편하니 모든 것이 눈에 거슬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밤이 되었다.

거실에서 Y공원방향으로 내려다보니 종일 비가 내려서 해반천이 다 잠기었다.

날이 조금 밝아졌다 다시 퍼붓기 시작하면 어두워지기를 반복했다.

(좌:오늘 오전엔 물이 조금 빠졌네요.우:어두컴컴 해지면서 쏟어지던 어제의 빗방울들.)

며칠 전부터 브런치 글쓰기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무엇에 대해 글을 써야 하는 것인가.

그리고 며칠사이 브런치 작가님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고민들을 하시는 것 같아 보인다.

조회수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다. 아마도 내가 조회수에 집착하고 자주 생각하다 보니 내 글이 조회수를 끌어당기는 방향으로 흐른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오전부터 날씨 때문인지 마음이 안 좋은 방향으로 생각이 흘러갔지만 결국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효자손에게 한대 심하게 오른쪽 눈펀치를 당하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리고 다시 헛웃음을 터뜨리며 여기 앉아 있다.


종일 집안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가끔 켜놓은 뉴스를 보고 있으니 다른 때보다 마음이 많이 무겁다.

이런 상황에서 마냥 혼자 웃으며 가볍게 떠벌릴 이야기를 할 순 없다.

빨리 장마로 인한 모든 사건들이 잘 수습이 되고 더 이상 비피해가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



-다음 편에 계속-



(윤슬작가의 변)


요 근래는 자주 글을 쓰지 않는 분들은 글의 퀄리티가 정말 높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진도 그렇고 영상도 그렇고 뭘 하나 올려도 감탄할 수준입니다. 이러다가 정말 브런치 소감문에 올렸듯이 부끄러워 글을 못쓰게 될 것만 같습니다.

며칠 전부터 단편소설을 올리시는 작가님의 글은 제가 느끼기에 소름 끼칠 정도로 재미있고 섬세하며 굉장한 필력이 느껴집니다. 어젠 리포트인 듯(너무 웃겨서 참나.) 정말 특이하게 표현된 에세이를 보고 배꼽을 잡았다가 마지막엔 이유도 모르겠고 이문세와 중학생소녀와의 콜라보를 듣고 그만 눈물이 시원하게 터져서 울었습니다. (노래제목:그녀의 웃음소리뿐.)

정말 발 빠르게 움직이시면서 직장일도 완벽하게 해내시고 견학이나 작가를 만나고 오시기도 하고 감탄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네요.


저는 일을 마치고 가끔 친구와 막걸리 한잔 하는 낙 말고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견문을 넓히는 글도 못쓰고, 책을 그렇다고 파고드는 성질도 아니요. 영화도 아니요... 전문적인 지식을 함유한 글도 아니요...

에휴... 저는 다 아닌가요...(종일 자존감이 떨어지네요...)

어떤 글을 쓸지 심각하게 고민을 하는 한 주간을 보낼 것 같습니다.


내일 출근을 생각하니 급우울해지고, 오늘 제가 쓴 글도 두서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제가 제일 사랑하는 친구가 그랬습니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고요."


다시 오질 않을 2023년 7월 16일 10시 50분 이후의 시간도 행복하게 보내자고요.

제 글을 읽어 주셔서 정말로, 마음을 가득 담아 감사드립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