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가 준비해 온 비장의 무기는 빨간색 노끈이었다."

35화 띠뽈씨(나의 애칭♥)의직장생활이야기-매실을 따면서 친목을 도모하다

by 윤슬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보느라 맥이 계속 끊겨서 약속을 지키느라 우선 쓴 것까지 먼저 글을 올렸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하자마자 시골집이었으나 현대식으로 되어있던 가정집으로 들어갔다.

아주 잠시 내가 고등학교까지 주소지로 있던 필동부락 1092번지가 떠올랐다.

그 시골집을 아버지가 헐값에 팔아먹지만 않았어도 동생과 내가 가끔 이렇게 아이스박스 가득 채워

쉴 세컨드 하우스가 있지 않았겠나 생각이 들었다.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거실 공간에 간식으로 들고 온 모든 보따리를 풀어놨다.

기획실에서 준비해 온 각종 비스킷에다 모나카종류 웨하스등 과자종류도 다양하다. 또 타 부서에선 복분자 음료를 들고 오고 물과 다양한 이온음료도 나왔다. 대표님께서 시골떡집에서 미리 주문한 쑥백설기를 들고 오셨다.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는 맛이었다. 꿀맛 자체.
점심을 먹자마자 2시간을 달려 소화가 되기도 전인데도 어디로 들어가는 것인지 나는 허겁지겁 여러 가지 종류의 간식을 모두 맛봤다.


'아마 제일 황매실 많이 따야 할 사람은 간식 많이 먹은 나라고 생각하겠어.'


이제 일을 시작해야 할 차례가 온 것인가.

상사가 준비해 온 비장의 무기는 빨간색 노끈이었다. 각자 천가방 손잡이에 두 개의 노끈을 통과시켜 허리에 묶는 것이다. 이런 일은 어릴 때 고추를 따기 위해 천을 허리에 묶은 이후 해 본 적이 없다. 내 모습이 참으로 우스꽝스러워 보였지만 최고의 효율이라는 말에 생각으로 동의할 틈도 없이 그대로 따랐다.(푸웁.)




직장에서 나오면서부터 신원미상의 하늘색 운동화가 좀 불편하게 느껴졌다.

차 안에 앉아서 왔기에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비탈길을 올라가거나 울퉁불퉁한 길을 걸으니 발이 많이 아팠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딸이 초등학교 6학년 때 신던 신발이었다. 작아서 아이들이 못 신는 신발을 깨끗이 세탁을 해 놓으니 이사할 때마다 따라와선 결국 오늘 여기까지 끌려왔다.


따라오신 남자 두 분은 톱으로 가지치고 매실나무에 올라가 매실을 흔들어 떨어뜨리는 일을 하였다.

매실나무가 얼마나 많은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우리들은 그 나무 밑으로 가서 때론 매실로 등을 흠씬 두들겨 맞기도 하면서 매실을 주워 담았다.


높은 지대에 사람 사는 집이 없을 것 같은 곳에 소가 살고 있었다. 우리가 단체로 웃고 떠들면서 돌아다니니

계속 음메 하며 울어댔다. 어린 시절 친구네에서 소를 보거나 얼핏 행사에서 소떼가 등장한 것을 직접 본 후

참으로 오랜만에 소를 가까이 보았다.



오후 5시 30분이 넘어가자 마지막 매실 한 나무를 일망타진한 후 우리는 언덕길을 내려왔다.


내려와서 우리가 모은 황매실을 한 곳에 모으니 대략 10박스 가까이 되었다.

모두들 가져가라고 했지만 엄마 갖다 드릴 직원과 엄마인 나만 욕심내서 조금씩 담아 왔다.

나머지는 모두 모아서 각자 자기 파트 직원들 나눠 준다고 부서원들이 챙기고 나머지는 식당에서 매실을 담글 것이라 했다.

우리가 다시 음식을 통해 먹겠구나 생각했다.




해지기 전의 도로 풍경은 경호강을 따라 참으로 아름다웠다.

여기까지 왔으니 향토음식인 어탕국수나 매운탕이 유명한 식당가로 나왔다.

어탕 국수가 먹고 싶었으나 식당 주인의 권유로 메기매운탕을 수제비를 듬뿍 넣어서 해달라 주문하였다.

땀을 너무 흘린 데다 씻지도 못하고 왔는데 그 기다 다시 매운탕으로 땀을 씻어내고 있었다.


저녁 7시 27분경이었다.

음식을 다 먹고 나니 피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헬스로 하는 운동과 노동의 근육은 다른가 보다.

차에서 이동하는 가운데 장딴지가 찌릿하게 아파왔다.

발이 아프고 발등이 부어서 N사 하늘색 운동화를 접어서 슬리퍼처럼 신었다.

(오늘 준비물 중에 가장 NG다.)

누군가 말했다.


"진짜 아픈 건 내일 되어봐야 압니다."


오는 차 안에선 더 이상 M과 미스터 K를 연결하며 수다 떠는 사람조차 없었다.

누군가 자는 모습을 몰카로 찍으려는 시도는 했으나 실패했다.

잠시 눈을 부친 거 같았는데 직원 한 명이 아파트 입구로 들어간다 했다.

우리는 직장에 차가 주차되어 있어 모두 함께 내렸다.

도착하니 오후 9시 20분경이었다.




매실을 싣고 돌아오는 내 차 안에서 멀미가 날 듯했다.

너무 피곤하여 짜증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바로 집에 가려고 하니 공동구매가 오늘 까지라 안 가면 노쇼가 된다.

부리나케 공동구매 물건만 챙겨서 집으로 왔다.

주차장에 내리니 멀미가 계속 올라오고 헛구역질까지 났다.


"오늘 그냥 소풍 간다고 생각하고 가~입시다."


귀 뒷전에서 오너의 출발직전 한 말이 귀에 메아리쳤다.

(좌:타잔이 따로없어요. 매실나무 흔드는 직원님 우:멀리서 찍어봄. 어찌 일렬로 모여 있네요. 저도 열심히 일했다구요.)
(웃고 떠드는 소리에 계속 음메~하던 소들. 이 산골짜기에 갑자기 모여든 사람들. 무슨 일이지?-소 님의 생각.)
(좌:자연산이라서 그런지 정말 먹음직스러움. 바로 먹어도 맛있었던 황매실. 우:가지치기된 부산물들. 저기 있다!!! 그 노끈들. 얼마안가서 모두 풀어서 내팽개쳐졌다능. ㅋㅋ)




-다음 편에 계속-



집에 들어오니 녹초가 될 거 같았습니다.

(저는 웬만해선 녹초가 되지 않는데 말이죠.)

온몸이 간질거려 샤워부터 하고 간단한 글쓰기를 하고 자려고 했는데 갖고 온 매실 가방에서 쉰 냄새가 심하게 올라오더군요.


큰 대야를 가져와서 부은 다음 물컹해진 매실을 주워 담으니 1킬로나 될 듯합니다.

혹시 제가 빨리 마치고 집에 오고 싶어서 아무거나 양 채우려 주워 담은 건 아닌지 반성하게 됩니다.

정말 집에 와서부터 기운이 하나도 없이 쳐졌어요.


무른 매실을 앉은자리서 다 골라내고 힘들게 갖고 온 걸 버릴 순 없어서 바로 물에 여러 번 헹궜어요.

내일 다시 유리병과 설탕을 사서 황매실과 청매실(6월 4일 10킬로 담가둠)이 어떻게 다른 지 맛을 비교해 보려 합니다. 혹시 내년에 또 매실 따러 가자고 하면 과연 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먼저 글을 1편 올리고 이 글은 내일 아침 아니 조금 자고 일어나서 퇴고해 올리려고 합니다. 이 시간에 올리면 혹시 구독자님 단잠을 깨울 거 같아요.

은근 브런치 글을 올리는 것은 신경 쓸 게 많거든요. 독자님들도 마찬가지시지만요.

늘 사소한 일기 같은 글들 읽어주시니 감사하고 용기 주셔서 더욱 고맙습니다^^




아침 9시 19분경 눈을 떠보니 화장대 앞은 머리카락이 날리다 못해 엉켜서 돌아다니고.

큰아이는 오늘 구멍 낸 아르바이트생 때문에 종일 대체한다고 부산거리고.

작은 아이는 월요일부터 시험인데 감기에 걸렸는지 자면서도 킁킁거리고.

저는 공용화장실부터 가니 어제 갖고 온 황매실이 말갛게 씻겨 어서 저를 데려가세요 하고 소곤거리고.


아침부터 4 중고? 에 밀려서 오전 11시 30분이 되어서야 책상에 앉습니다.

주말이지만 아주 부산스러운 우리 집 풍경이네요.

덥지만 오늘도 많이 웃어서 마음도 몸도 더 건강해지시는 하루가 되세요.^^

(좌:말갛게 씻겨서 아침부터 환하게 웃던 황매실 우:건조시키고 있는 황매실 하... 일복 많은 내가 참자. 올해는 매실 엄청 담갔으니 대식가로 거듭날래요. 다시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