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이의 제기 서류 보냅니다. 6장 받아 주세요"
주정차위반 과태료 이의제기 서류를 교통혁신과에 보내다.
어제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점심시간에 부리나케 이의제기 진술내용을 적었다. 어젠 딸아이와 [카운트] 영화 보다가 그냥 거실에 꼬꾸라져 자고 있는 것이 아침에 아들에 의해 발견이 되었기 때문이다.
우선 이의제기 방향을 정하고, 최애 구독자 중인 한분이 [진술서 적어서 중3엄마가 간다]고 한 내용의 댓글에 멋지다고 하는 바람에 그만 이미 엎지른 물. 빠르게 행동개시. 나는 한번 한다면 꼭 하는 성격이다. 그렇지만 자주 한다고 맹세는 하지 않은 편. 맹세를 하면 반드시 이루고 마는 이상한 성격이라서 내가 힘들다.
진술서를 30분도 안 걸려서 마무리지었다. 이미 쓰기 전 머릿속으로 정리를 다하고 순서만 맞추면 되는 상태였다.
대충 생각한 요지는
*다시는 그 자리에 차를 대지 않겠다는 반성.->당연한 것 아닌가.
*50대의 교통혁신과 응대에 화가 났지만->절대 표를 내는 내용 금물.
*아들의 다리상태가 꼭 데리러 가야만 했다는 필연성->진물이 심하게 나고 소독을 자주 한다고 언급.
*비장의 무기 ㅎㅎ(나름), 엄마의 여름휴가를 모두 아들에게. 한부모가정->휴가신청서, 등본까지.
아뿔싸. 젠장. 서류를 소파옆 책상에 올려놓고 안 들고 왔다. 독서실에 가 있을 딸에게 부리나케 헬프요청.
그랬더니 헬프요정이 되어 바로 두둥. 모두 톡사진으로 전송받았다. 그리고 기획실에 바로 전화해서 휴가신청서를 받아와서 복사했다. 세상에 별일을 다해 본다. 이런이런. 자 그러면 이의 제기 내용만 쓰면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들이 8월 16일 보내준 찢어져 피가 철철 나는 사진을 고명으로 얹는다. 내 생각은 요기까지. 자 30분 안에 완성된 이의제기 내용을 함 보시라. 그리고 오후 1시 55분에 교통혁신과 여직원과 통화를 했다.
"선생님 이의 제기 서류 보냅니다. 6장 받아 주세요."
"뭐라고요? 6장이나 된다고요? 아무튼 선생님 성함과 차량번호 알려주세요."
9만 6천 원 적은 돈이 물론 아니다. 무엇보다 나는 너무 억울해서 견딜 수가 없다. 느리게 전송이 된다. 오후 2시 37분에서야 모든 서류의 전송을 알리는 OK라는 사인이 팩스기기 위 화면에서 점멸되고 있었다.
성명 000
주소 00시 00대로 0007 00 공원 P아파트 000동 0000호
차량번호 00 노 0000
위반일시 2023년 8월 22일 15시 45분
연락처 010 0000 0000
진술내용
교통혁신과 담당자님 안녕하십니까.
8월 22일 주정차 과태료 위반에 대해 이의제기진술내용과 서류를 보냅니다.
아래 사항을 참고하시어 부디 선처 바랍니다.
1.
8월 16일 저녁 9시 45분경 자전거를 타다가 중3인 자녀가 다발성 열린 상처로 00 00 병원 응급실에 내원하여 치료를 받았습니다. 무릎 밑에 상처가 특히 심하여 다음 날 정형외과에 가보라고 하였습니다. 진물이 심하게 나고 치료를 받아도 여름인지라 빠르게 회복이 되지 않았습니다.
2.
8월 20일(일)부터 8월 23일(수)까지 1년 한번 있는 여름휴가를 받았으나 갑자기 자녀가 다쳐서 부득이 모든 예약을 취소하고 집에서 쉬고 있었습니다. 아무는 과정에서 진물이 심하게 나서 매일 학교양호실에서 소독을 한 번씩하고 집에 와서 많을 때는 두 번씩 소독을 하였습니다. 매일 절뚝거리면서 학교를 가니 쉬고 있는 엄마마음에 3일 내내 똑같은 장소에서 픽업을 했던 것입니다.
3.
22일 해당장소에서는 21일은 기다리니 생각보다 일찍 나와서 조금 일찍 해당장소에서 대기했으며 수업 후 반장이다 보니 정리할 일이 생겨 조금 늦게 나오게 되었습니다. 제가 이 장소에서 대기를 한 적도 없지만 문제가 된다고 생각했거나 문제의 장소라는 걸 인지를 했으면 절대로 주정차 위반을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4.
기타 사항. 아주 개인적인 사정입니다만 한부모 가정입니다. 휴가도 못 가고 3일 동안 자녀 학교와 학원 등하교만 하면서 3일을 다 보냈습니다. 다음부터는 다시는 이 장소에서 주정차 위반을 하지 않겠습니다. 부디 선처해 주시기 바랍니다.
[기타 첨부서류]
1.0000 병원 응급실 통원확인서 및 진료영수증
2. 자전거 사고 직후 다발성 열린 상처사진
3. 본인 여름휴가 신청서
4. 등본사진
-다음 편에 계속-
(P.S)
결과는 작가님들께 제일 먼저 알려 드릴게요.
누런 양동이에 얼음 1통씩 보냅니다. 등물은 못 해 드리고 등얼음?할 때 보태어 쓰세요ㅎㅎ
사랑을 보내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