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슬 Oct 31. 2023

"오후3시30분경부터 시작된 두통이 가라앉을 기미.."

극심한 두통 겪은 이야기를 소소하게 기록하다.





어제 이맘때의 얘기를 써볼까 한다. 금정산 자전거 라이딩은 사실 무리였다. 해반천을 평지로만 달리다가 새로 시작한 밴드 활동에 무리하게 따라붙은 것이다. 그것도 겁도 없이 임도길이라니. 난이도도 중간이상이다. 외래 초음파 파트가 휴가를 가서 조금 한가해서 그렇지 월요일은 정말 바쁜 요일이다. 오후 3시 30분경부터 시작된 두통이 가라앉을 기미가 없다. 전에 사둔 이부펜은 집에 밥솥밑 서랍에 모셔져 있다. 웬만해선 나는 참는다. 두개골이 깨지려고 해도. 심상치가 않다. 노로바이러스 장염의 증상으로 겪은 두통보다 더 심하다. 일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채널 예약건이 한꺼번에 7건 정도가 쏟아졌다. 각각 다른 요일, 원하는 원장님과 원하는 시간과 날짜, 간단한 진료볼 내용등 초집중을 해서 예약을 잡아 드려야 한다. 잘못해서 꼬이면 큰일이다. 어떤 분은 두리 뭉실하게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시간대에 K원장님이 되는 시간을 잡아주세요 이런다. 요러면 미치는 거다. 구체적으로 말해야 빨리 예약이 되어 선점도 할 수 있고 끝난다. 이 두통을 어떤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또 머리 안 뇌실질과 바깥의 두개골사이가 분리되는 느낌도 들고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는 두통이다. 빠르게 집중해서 7명의 예약을 마무리 한 뒤 일어났다.


내 방은 정말 작다. 원래 2개로 분리하기로 했는데 상담사 한 명이 추가가 되면서 방이 3개로 쪼개진 것이다. 창문도 제대로 열리지도 않는다. 다 열면 15도 정도의 각도다. 내 바깥 유리창도 병원홍보로 인해 글씨가 써여있고 분홍에서 노랑으로 변하는 프린트지가 딱 붙어있다. 그래서 15도의 창문을 열지 않으면 바깥을 내다볼 수 없다. 소리로 날씨를 알 뿐. (아직도 그날이 잊히지 않는다. 병원이 이전해서 내방이 새로 생긴다고 했을 때 퇴근 때마다 왔었다. 내 방에서 보이는 전망이며 에어컨은 설치되는지 책상을 놓으면 공간이 어떻게 생겨나는지. 책장은 어떻게 놓을 것인지 작은 냉장고 놓을 자리는 있는지 등등. 그런데 이전 후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이사할 때 움직이는 사다리차가 내 방에 붙더니 특수 물뿌리개로 그냥 마구 물을 뿌려대기 시작했다. 홍보용 프린트가 창문에 붙는다는 소문이 원장님 끝방부터 왔어도 설사 사잇길 내 방 창문에도 이런 일이 생길 줄이야. 그리곤 바로 다시는 바깥을 볼 수 없게 페인팅된 비닐 프린트가 똬악. 맞은편에서 이 장면을 지켜보던 직원이 말했다. [과장님 그 남자들 두 명에게 관심 있어요? 멀리서 보니 눈을 떼지 않고 쳐다보심...] 아마 파랗게 질린 내 얼굴 표정을 봤으면 그런 말은 못 했을 거다. 그 길로 내 방은 바깥으로부터 완전 폐쇄처리되었따... 갑갑한 걸 질색하는 나로서는 솔직히 퇴사하고 싶었다.)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다. 그만큼 내 방이 작다는 것이며 방문도 닫고 피곤이 엄습해 오는 순간 두통이 시작된 것이다. 그렇게 두개골이 깨질 듯이 아픈데 나는 직업상 대충 알면서도 빨리 생각을 환기시키기 위해 핸드폰으로 [두통의 기전]을 치기 시작했다. 편두통이 어떻고... 혈관의 수축으로...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지만 두통이 굉장히 안 좋다는 것과 강수연 배우가 두통을 내버려 두고 있다가 출혈이 있어... 그 생각까지 불안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선 나는 약대신 음악을 찾았다. 나는 곡이름을 모르고서도 음악감상?을 진짜로 좋아한다. 귀에는 뭐든지 들려야 한다. 글을 쓸 때는 여전히 빗소리를 듣고, 독서 시는 클래식을, 일할 때는 종일 콩라디오 클래식이 고정이다. 아침출근 전에는 김태훈의 프리웨이를 퇴근 시는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그것이 끝나면 이상호의 드림팝을 듣는다. 그런데 나는 어제 문득 토니스탁님 토니플리 매거진의 재즈피아노 곡과 그레고리 포터의 It's probably me가 간절히 생각이 났다. 재즈곡은 키스자렛의 My song과(1번) 브래드 멜다우의 When It Rains(4번)이었다. 만약 이전 마이마이카셋테잎이라면 많이 들어서 1번과 4번은 늘어났을 것이다. 그리고 노래가 지속되어도 두통이 계속되자, 나는 둘째 낳은 직후 변비가 심하게 생겨서 화장실에서 옷을 찢고 싶었던 기억이 갑자기 났다. 실제로 옷을 찢지는 못해도 앞가슴의 유니폼을 찢을 듯이 쥐고 흔드니 기분은 조금 나아졌다. 좁은 방안을 뱅글 돌기도 하고 책상에 손을 짚고 벽에 엉덩이를 기대고, 가만히 힘을 빼고 서 있었다. 그 와중에 상담이 1건 있어서 빠르게 마무리하고 일어났다. 딸에게 엄마가 두통이 극심하다 문자를 보냈다. [방 문을 열고 환기를 하라]고 문자가 왔다. 계속을 음악을 들으며 이완시키는 자세를 하고 방문과 15도 정도의 창문을 열어젖혔다.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선 이마에 손을 짚고 흐르는 재즈 피아노 곡에 몸을 맡겼다. 누가 방에 왔다. 오후에 입안이 텁텁할 땐 이것이 최고라면서 작은 푸른 알사탕 두 개를 갖다 주었다. 바로 두 개를 입에 털어 넣고 마스크를 한 채로 앉았다. 타 부서가 바빠서 상담요청이 들어왔다. 진한 박하향이 눈으로 배어 나왔고 눈가에 물기가 맺혔다. 너무도 사탕이 화?해서(마치 박하사탕의 매운맛이라고 해야 하나) 상담하는 동안 눈이 충혈이 되었다. 5분간 빠르게 상담을 서둘러하는 동안 두통이 완전히 가셨다. 시간을 보니 30분 동안 두통이 지속되었고 한 10분 정도는 극심한 통증이었다.(나는 시간 재고 기록하는 것을 즐긴다.) 살 것 같았다. 나는 지금도 사탕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너무 고마워서 쓰레기통에 버린 사탕 껍질을 꺼내서 사진을 찍었다. 이 사탕 좀 사놔야겠어. 외제인 건가. 순간 웃음이 났지만 두통이 사라지고 여유가 생기니 헛웃음이 났다. 다시 이렇게 두통이 심하게 온다면 검사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좌:진한 박하향의 그 사탕/우:어젯밤의 너무도 주관적으로 아름다웠던 가을 공원 산책시 벚꽃나무.)





(덧붙임 글)

오랜만에 브런치 작가가 되어 올해 5월 말쯤에 쓴 글을 다시 읽게 되었습니다. 초심으로 글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하다는 멘트를 단 것을 보았어요. 제가 많이 교만해진 것 같아요.^^ 어제오늘은 정말 바쁘지 않아서 일을 하는 중에 틈틈이 생각나는 것을 기록해 보았습니다. 늘 부족한 글들 읽어 주시고 진심으로 댓글을 친구처럼 선배처럼 달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소리 없이 읽어 주시는 모든 독자님께도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늘 처음마음가짐으로 겸손하게 글을 써 올릴게요. 사랑을 전하며 333 33





매거진의 이전글 "나 자신의 존재만으로 아름 다울 순 없는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